이태리로 간 고등어, 보라매 - 초고열 생선 화덕 구이

생선 구이는 간단한 조리법을 가진 요리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는 아닙니다. 부엌에서 작은 굴비라도 한 마리 굽고나면 온 집안으로 비릿꼬릿한 생선 냄새가 퍼집니다. 집안 곳곳으로만 스며들면 다행이지만 가끔씩 심한 날에는 옷에 까지 냄새가 배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구울때 나는 연기나 가스렌지 주변으로 튀기는 기름도 골칫거리지요. 고로 집에서는 어지간해서 생선을 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생선 구이와 멀어져 살다보면 문득 생선 흰 살 조각의 그 짭찌름한 감칠맛이 떠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에는 밖으로 생선을 사먹으러 갑니다.

집주변에 피자 화덕으로 생선을 굽는 가게가 있다는 첩보를 듣고, 오늘 생선 구이가 땡기는 김에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보라매공원 후문 방면에 위치한 '이태리로 간 고등어' 입니다.

 

보라매공원 후문 방면에는 회사들이 몇 개 모여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들을 상대로하는 식당들도 모여들었겠지요. 

아카데미 타워 2층에도 그런 식당가가 있습니다. 백화점 푸드코트 마냥 이렇게 식당 많은 2층은 아직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제가 방문할 '이태리로 간 고등어'도 이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고등어는 왜 이태리로 갔을까요. 아마 피자 화덕으로 갔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을 지으신 모양입니다. 고등어가 본인 스스로 짐 싸들고 이태리로 간 것은 아니겠지만 센스있는 작명인 것 같습니다. 

 

초고열 용광로 대신 화덕

가게 내부에는 이렇게 화덕 온도를 알려주는 온도계가 달려있습니다. 화덕은 주방 내부에 있어서 따로 찍지 못했습니다. 아직 블로거로서의 열정이 그정도는 안되나 봅니다. 다음에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을 만큼의 열정이 더 생기고 나면 다시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어쨌든 화덕의 온도는 490도 이상까지 올라갑니다. 생선 구이 치고는 상당한 온도인 셈입니다. 화덕에서 굽는 피자도 이와 같은 온도 언저리에서 조리됩니다. 초고열 화덕에 피자 대신 고등어를 넣었다면 되겠습니다. 

 

앗 나도 배달 시킬껄

내부는 넓직해서 좋습니다. 애매한 시간에 방문해서 사람은 별로 없었으나, 배달 주문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생선 구이 배달이라.. 정말 현명한 선택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집에서 굽기는 애매하고 나가서 먹기는 귀찮으니 그냥 배달을 시키는 것. 

 

기왕 화덕이 있는 생선 구이집에 왔으니 생선 구이를 먹는게 좋겠지요. 조림과 탕은 나중에 술 먹을 기회가 있으면 시키기로 하고 오늘은 27 ,000원 짜리 모듬구이정식 (중)을 시켰습니다.

 

습관적으로 찍는 테이블 사진
그렇다고 하네요

씨씨티비가 이렇게 나란히 달려 있는 모습은 처음보는 것 같습니다. 사람 눈도 두 개니까 씨씨티비가 두 개인 것도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먹지도 않는 밑반찬 역시 습관적으로 촬영
세트에 포함된 밥

생선구이는 결국 밥 반찬입니다. 그 말인 즉 밥을 먹기 위해 생선을 먹는다는 것이고, 생선이 맛있기 전에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날의 밥은 살짝 질어서 쏘쏘했다는 것.. 하지만 평균적인 수준은 되기에 이 정도면 감사한 마음으로 먹기로 합니다.

 

모듬구이정식 (중, 27,000원), 된장찌개도 나옴
모듬구이정식 (중, 27,000원), 생선도 나옴

모듬구이 정식은 고등어 삼치 가자미로 이루어진 생선 삼총사와 된장찌개 그리고 공기밥 두 개로 구성됩니다. 공기밥이 두 개 제공되는 것으로 봐서 2인분인 듯한데 사실 양이 꽤 많아보입니다.

 

생선 세마리 제끼고 레몬에 포커스를 맞추는 신개념 블로깅
아래부터 고등어, 삼치 1/2, 삼치 1/2, 가자미 순

화끈하게 초고열로 구워서 그런지 생선들 떼깔이 꽤 괜찮습니다. 조명도 은은해서 사진도 잘 나오는 편인 것 같습니다. 원래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듯이 사진찍기 좋은 떡도 먹기 좋은 법입니다. 아무튼, 가장 앞 쪽에 대가리까지 적나라하게 나온 생선이 고등어, 그 위에 올라타 있는 큼지막한 생선 두 토막이 삼치, 그리고 가장 좌측에 조그만 생선이 가자미입니다.

 

우선 삼치부터 도전합니다. 가장 크기 때문에 손이 쉽게 갔습니다. 참치는 두토막이 나오는데 한 마리를 길게 쪼갠 것입니다. 상당히 두툼한 편입니다. 고온에 확 구워내서 그런지 생선 살에 수분기가 충분히 살아있으면서 동시에 껍질과 뼈는 바싹 익었습니다. 생선을 젓가락으로 적당히 쪼개 입에 넣으면 우선 바삭한 껍질에 붙어있는 소금이 혀에 닿아 짭짤하게 입맛을 돋굽니다. 생선에서 나온 기름과 소금이 만나 고온에서 구워졌기에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생선 껍질은 질기지 않고 맛이 괜찮은 편입니다. 삼치 속살도 기름기가 적당히 있고 살이 씹히는 두께감이 있어 식감이 푹신합니다. 이가 생선살을 가르는 재미가 있다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생선 내부의 육즙 역시 충분히 살아있기에 촉촉하고 따뜻한 생선 구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흰 살을 씹으면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 바로 제가 생선 구이를 종종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가자미는 조그맣지만 또 가자미 특유의 꼽꼽한 향이 있습니다. 묘사하기 참 어려운데 이게 또 묘하게 매력 있습니다. 가자미 역시 바싹 구워졌지만 살 내부는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습니다. 

 

고등어는 역시 고등어입니다. 기름기가 많아 생선 구이로 참 좋아하는데, '이태리로 간 고등어'의 고등어 역시 상당히 괜찮습니다. 가게 이름부터가 고등어집이기도 하니까요. 삼치보다 좀 더 기름진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선 껍데기도 삼치보다 더 고소해서 맛이 좋구요.

이 집 생선구이에 전체적으로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개인적인 취향으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생선의 간을 들 수 있겠습니다. 물론 간 고등어를 먹으러 온 것은 아니지만, 생선 살에 간이 좀 더 배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생선 구이는 다른 재료들의 도움 없이 생선살 그 자체에서 나오는 감칠맛으로만 승부를 보는 음식입니다. 다시 말해 한 가지 맛이 계속 되면서 다소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고 금방 물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오히려 짠맛이 좀 더 더해진다면 그 감칠맛에 물리는 타이밍을 조금 늦출 수 있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짠맛은 낮은 온도에서 더 잘 느껴지는 이유로, 생선의 온도가 내려가고나자 그제서야 짭짤한 간이 명확하게 느껴졌으나 그 시기는 이미 생선이 퍽퍽해지고 난 이후 였습니다. 애당초에 간을 조금 더 강하게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동시에 테이블에 소금이 있었다는 사실을 잠깐 상기시키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테이블에 소금이 놓여져있는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역시 세트의 일부인 된장찌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조개향이 상당히 강렬했고 육고기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계속 생선만 먹다보면 그 비릿한 향과 단조로운 감칠맛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물리는 타이밍이 다가오는데 그때 된장찌개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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