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라토 식당, 광화문 - 규카츠와 오므라이스

연말연초를 바쁜 시기를 지나다보니 마음이 싱숭생숭합니다. 작년 한 해 잘 살았나 싶기도하고 올해는 또 어떻게 흘러가려나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하고 그렇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려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열심히 살려면 열심히 맛있는 것들을 먹어줄 필요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방문한 곳은 '후라토 식당'입니다. 뭐 그렇다고 보양식을 파는 곳은 아니고 규카츠와 오므라이스를 파는 식당입니다.

잠깐 규카츠에 대한 설명을 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규카츠라는 음식은 소고기로 만든 돈까스라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경양식 스타일로 하자면 비프까스 또는 비후까스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소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튀겼다는 점에서 규카츠와 비프까스는 큰 틀에서 비슷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으나, 사실 디테일적인 측면에서는 약간의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규카츠는 살짝만 튀긴 후 식탁 위에서 스스로 구워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비프까스와 구별됩니다. 또 재밌는 점은 규카츠라는 음식은 일본에서조차도 낯선 음식이라는 점. 소고기를 튀겨 즉석으로 구워먹는 방식의 규카츠는 일본 사람들도 자주 접해보지 못한 최근의 유행이라고 합니다.

새로운 요리가 일본에 놀러간 한국 관광객들에 의해 한국에 전해지고 인기 있는 외식 메뉴로 각광받고 있는 셈입니다. 21세기형 음식 문화의 전파 방식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과거에는 소수 상인들을 통한 무역으로 음식이 다른 문화로 퍼져나갔다면 이제는 다수의 관광객을 통해 문화가 전달되고 음식이 그에 맞춰 따라온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후라토 식당은 광화문역과 경복궁역 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어느 역에 내려도 조금 걸어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잘 찍고 싶다 사진

한옥스타일의 집을 개조해서 식당으로 만든 듯합니다. 현관에는 이런 문패가 달려있습니다. 이 날이 아마 크리스마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5시부터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테이블에는 규카츠 화로가 미리 올려져 있습니다.

 

메뉴는 대강 이렇습니다. 그림이 클수록 메인메뉴인 것 같으니 가장 그림이 큰 규카츠와 오므라이스를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로고 냅킨 샷
소금샷
화로샷

고기가 나올 때 쯤 이렇게 화로에 불을 붙여줍니다. 다른 규카츠 집에서도 볼 수 있는 그 화로인 것 같습니다.

화로가 충분히 달궈질때까지 여유로운 사진 촬영 시간을 갖기로 합니다.

 

규카츠 더블 (24,000원)

이 날의 첫 끼였기 때문에 배가 너무 고파서 일반 규카츠보다 양이 많은 규카츠 더블로 주문했습니다.

 

소고기가 튀겨져 나왔습니다. 뒷편으로는 와사비와 샐러드, 그리고 작은 고추와 비트 단무지 같은 것이 있습니다. 느끼할 수 있는 규카츠를 잡아줄 부수기재들.

 

일본식 오므라이스 (11,000원)

동행자가 주문한 일본식 오므라이스입니다. 일본에서 오므라이스를 먹어본 적이 없어 이게 일본식이 맞는지는 딱히 모르겠고, 지단 부치듯 얇게 한 오므라이스 계란이 아닌 오믈렛을 밥 위에 올렸습니다. 

 

배를 싹 갈라서 펼쳐 놓으면 먹을 준비가 완료됩니다. 

 

장국과 샐러드, 깍두기 등이 서빙되고 무엇보다 오므라이스 소스도 따로 준비됩니다. 한국식 오므라이스에 케첩이 올라간다면 이곳 오므라이스에는 특제 소스가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불판이 이제 슬슬 달궈졌으니 규카츠를 하나 씩 올려보았으나 사실 덜 달궈진 불판이었습니다. 차분하게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규카츠를 따로 하나 집어 구경합니다. 정말 겉에만 딱 익힐 정도로만 튀겨냈습니다. 속 안은 거의 생고기 상태기에 화로에 잘 구워 먹을 수 있도록해야겠습니다.

 

이 날 따라 사진이 왜이렇게 흔들렸는지 알수가 없음

소스는 3가지가 준비되는데, 첫 째는 소금이고 둘째는 잘 기억안나는데 달았고 셋째도 잘 기억안나지만 짭짜름해서, 셋째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동행자의 오므라이스도 한 입 뺏어 먹었습니다. 부드러운 계란 맛에 달달한 오므라이스 소스가 꽤 잘 어울립니다. 계란을 조리해낸 방식이 개인적으로 참 마음에 듭니다.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코스'를 통해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에 등극한 제 깐깐한 입맛에도 만족스러운 맛이었습니다. 

 

이제 달궈진 불판에 열심히 규카츠를 구워먹습니다. 사실 아까 달궈졌는데 사진 찍는 것을 깜빡해서 다 먹어갈 때 쯤 찍은 것입니다. 

소고기를 튀긴 다음에 구워 먹는 음식은 규카츠는 사실 맛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튀기고 구워 고소한 소기름의 맛을 극대화합니다. 그런데 이 포인트에서 오히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습니다. 처음 몇 점은 누가 먹어도 맛있지만, 금방 물릴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기름맛을 너무 적극적으로 쓴 탓입니다. 튀김 기름으로 시작해서 소기름으로 끝나는 규카츠는 다소 헤비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마치 KFC의 징거더블다운을 먹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부수기재들(와사비, 단무지, 고추 등)을 배치했으나 역부족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기름맛 지방맛에 환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완벽한 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름기가 너무 느끼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폭발적인 고소함..이것이 제가 고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후리카케를 조금 뿌려 나오는 밥도 꼬슬꼬슬하게 잘 됐습니다.

 

고기만 먹고 반찬은 안 먹는 편식쟁이 타입

규카츠를 어느정도 구워먹고 나면 필연적으로 화로에 떨어지는 튀김가루가 타버립니다. 타버린 튀김가루는 시꺼멓게 되어 건강에도 안 좋고 보기에도 안 좋고 쓴 맛이나서 먹기에도 안 좋습니다. 먹으면서도 부지런하게 관리를 해주어야겠습니다.

 

야외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박스에 있었습니다. 귀여워서 찍었는데 사진에 잘 담기진 않았습니다. 근데 고양이들 엄청 추웠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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