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캠벨 소고기 캔스프로 점저 때우기

누가 캘리포니아를 날 좋은 동네라고 했는가. 사실 모두가 그랬다. 한국인이건 미국인이건 에티오피아인이건 모두가 입모아 캘리포니아 날씨하나 만큼은 끝내준다고 했는데, 왜 내가 왔을 때 갑자기 이렇게 비가 오는 것이란 말인가! 내가 비를 그렇게 싫어하는데 하늘은 이리도 무심하단 말인가. 겨울에 날씨 좋은 곳에서 꿀빨고 있는 꼴을 못본 한국친구의 간절한 기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도 감기에 걸리기를 간절하게 기도한다. 아무튼 따듯한 옷도 별로 안가져왔는데 뜬금없는 번개폭풍이 치고 비가 이리도 쏟아지면 나는 어쩌란 말인가. 혹여라도 감기라도 걸렸다가는 미국의 살인적이고 어마어마한 의료비에 그만 대국민 청원을 올려야할지도 모른다. 다들 알다시피 나는 미국에서 인턴으로 잠깐 체류하고 있는 저임금 외노자로서, 병원비는 커녕 접시 살 돈도 없어서 키친 타올로 접시를 대신하고 있는 불쌍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혹여나 이 글을 읽고 도움이 되고 싶다면 당장 인터넷 뱅킹 어플을 키고 758-21-0202-663 국민은행으로 돈을 송금해주길 바란다. 이런 상황이 있을까봐 한국 계좌는 쌩쌩하게 살려둔 채 미국으로 온 것이다. 당신이 기부한 따듯한 마음은 와이파이를 타고 해저전선을 타고 한반도 어딘가서 부터 출발하여 미국 로스 앤젤레스 한인타운 구석지 멕시칸과 흑인 홈리스들이 점령한 동네의 어느 한 허름한 하숙집 2층 구석방 방구석에서 덜덜 떨고 있는 나에게 도착한 뒤 나의 마음을 이례없이 따듯하게 해줄 것이다...

이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 점심 시간을 놓쳐버렸다. 비오는 날은 워낙 몸이 축 쳐지기 때문에 이불 밖으로 나오는 것이 여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밥은 먹어야 이 쓸모없이 돈도 못 버는 몸뚱이를 가동시킬 수 있으니 어떻게든 밥을 준비해보기로 했다.



아무튼 그래서 오늘은 캔스프를 먹을 것이다. 저번에 한번 먹어보았던 그 캠벨 캔스프다. 마트에서 파격 세일을 하고 있길래 정신 없이 6캔을 사왔다. 원래 2불 넘게 하던 것인데 지금은 겨우 0.99불 밖에 하지 않았던 것이다. 충격적인 가격에 이성을 잃고 카트에 우당탕 담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계산은 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컨트리 베지터블이 들어간 비프 스프 맛을 먹어볼것이다..



왜인지 이유는 모르겠는데 캔 스프의 옆모습을 찍었던 것 같다.



전자렌지 용기의 담음새는 다음과 같다. 어디서 자주 보면 음식같지 않은가. 그렇다 놀랍게도 캠벨 소고기 캔스프는 마치 카레와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사실 알 수도 없고 알아 봤자 별 의미도 없다. 세상에 일어나는 알 수 없는 일들 대부분이 이와 같지 않을까.



며칠전에 간만에 사치 좀 부린 답시고 비싼 데에 가서 밥을 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온 스프에 사워크림이 들어있었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언젠간 해먹어보자 다짐했는데, 생각해보니 사워크림이 집에 없었다. 그래서 오늘은 크림치즈로 대체해보면 어떨까 생각을 해본 것이다. 



스프에는 빵이다. 스밥충 AUT



엄마가 전자렌지 돌아갈 때 들여다 보지 말랬는데, 지금은 엄마와 나 사이에 태평양을 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정도 일탈은 저질러도 들키지 않을 것 같다.



도대체 왜 쓰레기통을..? 가끔씩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힘들때가 있다.



빵을 올려놓고 전자렌지를 돌리러 다녀왔다. 그 사이 불이 나면 어쩌지 걱정했으나 그런 일은 없었다.



수프 모듬 정식 - $0.99 



아무리 내가 몰상식한 사람이어도 그렇지, 설마 크림치즈를 바로 스프에 투하하랴. 빵 위에 듬뿍 바른 뒤 스프 한 입 빵 한 입하는 식으로 먹기로 했다. 현명한 절충안 이었다고 자평하고자 한다.



빵에도 스프를 올려서 먹어본다. 건더기가 듬뿍이라서 마음에 쏙 든다. 밥을 말아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평소 스밥충을 극혐하는 나지만, 이번 캔 스프는 마치 카레 같이 생겼기 때문에 밥을 말아도 될 것 같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밥이 현 시점에서 없다는 점. 다음에는 미리미리 밥을 구비해놓는 지혜를 구비해 놓아야겠다.

그와 동시에 이번 글을 모조리 반말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방금 깨달았다.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지. 이 카테고리 컨셉은 존댓말이었는데 말이다. 바꾸기는 귀찮으니 그냥 진행하도록 한다.




오늘의 총 식비 지출 : 캠벨 캔스프 $0.99 + 크림치즈/식빵 4쪽 (계산하기 애매해서 안하기로함) = $0.99* = 1,110원

*텍스 미포함

  

지금까지 식비

25,974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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