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시선/영화를 보고 김야매 2020. 9. 25. 11:46
로버트 에거스 감독의 를 봤다.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몇 자 남긴다. 는 등대에 고립된 두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선임 등대지기 토마스(윌리엄 데포)와 조수 에프레임(로버트 패틴슨)은 섬에서의 고립이 계속되자 서서히 광기에 사로잡힌다. (딱히 스포일러랄 것도 없지만 나머지 내용은 직접 보는 재미를 위해 남겨둡니다.) 장르는 공포다. 딱히 무서운 장면은 없다. 사건이 많은 영화도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무섭다. 두 인물이 충돌하고 그 틈새에 미스테리한 현상들이 스며들면서 관객들의 심장을 죈다. 영화는 불친절하다. 얼마 없는 사건마저 인과를 제대로 밝혀 설명하지 않는다. 주어진 단서는 극히 적고 상징은 난해하다. 마지막 시퀀스가 끝날 때까지 주제 의식 조차 명확히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다. 편히 즐기는 팝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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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시선/제가 이런 걸 읽었는데요 김야매 2020. 8. 10. 13:33
연필로 쓰기, 김훈 김훈 작가의 산문집. 원래 그의 문장을 좋아해서 필사도 여러 번 한 적 있다. 산문집 전작인 ‘라면을 끓이며’도 인상 깊게 읽었기에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천 원쯤 더 내고 사은품으로 마디가 굵은 연필도 한 자루 받았는데 여태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다. 방금 호기심에 연필의 행방을 찾았으나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쓸모 없는 사은품에 괜히 욕심을 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은 짧고 힘이 있어서 좋다. 한때 그의 문장에 빠져서 어설프게 흉내를 낸다고 내 문장이 짧아지기도 했다. 그때 쓴 글들은 쉽게 읽힌다며 칭찬받기도 했는데, 어째 내 맘에 들지가 않아서 이제는 흉내내지 않는다. 지금 와서 다시 책 속 그의 문장을 살펴보니 그리 짧지도 않다. 건조한 문체 속에 따뜻한 통찰..
익명의 시선/영화를 보고 김야매 2019. 2. 3. 09:46
이병헌 감독의 을 보고 왔습니다. 이 영화에서는 포스터가 가장 무난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한 줄로 먼저 평하자면, 은 모든 것을 배제하고 오직 웃음만을 향해 달려나가는 정통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한국 코미디 영화들이 고질적으로 고집하던 신파나 러브라인은 과감하게 제하고 웃기는 데에만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끝까지 시종일관 관객들의 배를 잡게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영화의 스토리나 개연성이 훌륭하다고 이야기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기 위해서 타협 할 수 밖에 하는 부분이었겠죠. 또한 이 영화에서 묵직함이라던가 교훈 혹은 문제의식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적 특성의 한계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은..
익명의 시선/익명의 시선 김야매 2019. 1. 22. 13:09
LA에서 택시는 멸종됐다. 택시가 사라진 도로는 우버가 대신 점령했다. 차가 없으면 돌아다니기 불편한 이곳에서 택시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보다 싸고 편리한 우버의 득세 덕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타면 위험하게 길바닥에서 차를 불러 세울 필요도 없고 승차 거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가격이 더 싼 경우가 대다수이니 굳이 택시를 탈 이유가 없다. 우버가 출시 된지 십 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LA에서 택시라는 단어는 벌써 사장되어 고어가 돼버렸다. 미국에서 택시는 조만간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될 모양이다. 한편 우버가 법적 규제에 막혀 한참 전에 철수했던 한국에서도 차량 공유 서비스를 가지고 택시 논쟁이 한창이다. 결국 쟁점은 택시 기사들의 권리 보장으로 귀결..
익명의 시선/영화를 보고 김야매 2019. 1. 9. 07:17
가 정의닦이로 판명난 후 무너져버린 DC 유니버스. DC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디-씨붐은 과연 으로 말미암아 올 수 있을까요? DC 코믹스보다는 마블을 더욱 좋아하는 저는 사실 별 기대 없이 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이 생각보다 수작이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종종 들어 약간의 기대는 품었던 것 같습니다. 마블에 버금가는 새로운 수작 유니버스가 탄생하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볼 것도 많아지고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디-씨붐은 오는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드리자면 ‘글쎄올시다’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다소 평면적인 점이 아쉽습니다. DC 유니버스는 슈퍼 히어로를 기반으로 한 세계를 다루는 영화 시리즈인 만큼 경쟁자인 마블 유니버스와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
익명의 시선/익명의 시선 김야매 2018. 7. 2. 19:45
이번 월드컵에서 장현수의 경기력은 우리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우리 옆집 사는 동네 꼬마 철수도 아는 사실이다. 초보적인 실수로 PK를 헌납하고 알 수 없는 타이밍의 태클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미숙한 볼 터치와 패스 미스로 대표팀을 여러 번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의 입장에서도 아쉬울 만 했다. 이해하기 어려웠던 장현수의 경기력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또 있었다. 바로 도 넘은 네티즌들의 비난이다. 매 월드컵마다 아무리 삼천만 신문선 차범근 시대가 도래한다지만, 그들의 비난은 축구 내적인 부분의 비판을 넘어 선수 개개인 인격 차원에까지 도달했다. 일부 네티즌들의 행태는 마치 축구 대표팀의 패배로 그들에게 ‘장현수 욕하기 일주일 이용권’이라도 부여 받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