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로 쓰기, 김훈/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년, 권여선 외

연필로 쓰기, 김훈

김훈 작가의 산문집. 원래 그의 문장을 좋아해서 필사도 여러 번 한 적 있다. 산문집 전작인 ‘라면을 끓이며’도 인상 깊게 읽었기에 고민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주문했다. 천 원쯤 더 내고 사은품으로 마디가 굵은 연필도 한 자루 받았는데 여태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다. 방금 호기심에 연필의 행방을 찾았으나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쓸모 없는 사은품에 괜히 욕심을 냈다.

 


 

김훈 작가의 문장은 짧고 힘이 있어서 좋다. 한때 그의 문장에 빠져서 어설프게 흉내를 낸다고 내 문장이 짧아지기도 했다. 그때 쓴 글들은  쉽게 읽힌다며 칭찬받기도 했는데, 어째 내 맘에 들지가 않아서 이제는 흉내내지 않는다. 지금 와서 다시 책 속 그의 문장을 살펴보니 그리 짧지도 않다.

 


 

건조한 문체 속에 따뜻한 통찰이 들어있다. 생각해보면 그리 건조할 것도 없다. 읽은 시간이 꽤 되어 자세한 감상을 적지는 못하지만 ‘호수공원의 산신령’, ‘이등중사 박재권의 뚫린 수통’, ‘냉면을 먹으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서도 ‘호수공원의 산신령’이 특히 좋았다.

 

 

좋은 산문집. 읽어볼만하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18년, 권여선 외

어떤 이유로 이 책을 집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서점에 들어갈 때만해도 문학상 작품집을 살 생각은 없었는데, 책장을 거닐다 갑자기 소설이 읽고 싶어졌던걸까. 하여튼 덕분에 문학상 작품집이란 장르에 흥미가 생겼다.

 


 

문학상 작품집은 한 해의 훌륭한 중단편 소설로만 이루어진다. 유수의 심사위원들이 엄중하게 고른 리스트이니 그 어떤 소설집보다 믿고 읽을 만하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 그렇다.

 


 

9편의 소설이 들어있다. 좋았던 것도 있고 차마 다 읽지 못한 것도 있다. 특히 좋았던 것을 꼽자면 대상을 수상한 권여선 작가의 자선작 ‘전갱이의 맛’, 최옥정 작가의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최은영 작가의 ‘아치디에서’, 이렇게 세 편이다. 

 


 

고독 공포를 줄여주는 전기의자 최옥정 작가가 암투병 간에 집필했다. 시한부 환자의 심리 묘사가 특히 탁월하다. 마지막 문단 아래의 주석을 읽고서야 그가 작품을 유작으로 이미 세상을 떴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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