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멕시코 음식 편 - 3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인들이 한국을 그리워할 때 흔히 떠올리는 음식은 김치입니다. 김치는 한국에서 먹는 게 맛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엘에이를 그리워할 때 떠올리는 음식은 무엇일까요? 아무도 궁금해하지는 않겠지만 정답은 바로 타코입니다. 타코는 미국에서 먹는게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그런 의미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멕시코 음식을 마저 기록해볼 것입니다.

 

타코벨 콤보, 모두해서 겨우 5불
그냥 타코, 수프림으로 시키면 사워크림이랑 이것저것 더 넣어줌
찰루파, 또띠아 대신 두꺼운 반죽 튀긴거를 줌, 제일 좋아했던 메뉴
브리또, 그냥 치즈랑 콩이랑 고기 조금 들어간 것

타코벨입니다. 위의 4가지 메뉴 몽땅해서 겨우 5불이었습니다. 물론 텍스랑 콜라까지해서 좀 더 나왔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양은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이 날 먹은 타코벨이 너무 인상 깊어 최근에 여의도에 있는 타코벨을 다녀왔는데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메뉴가 몹시 간소화됐으며 그나마도 한국식으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기가 막힌 점은 사이드로 칩 대신 감자튀김을 준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도 타코벨은 한국에서 몇 안되는 저렴타코기에 종종 먹을 것 같습니다. 비록 정통 타코는 아닐지라도 맛은 좋은 것입니다.

 

메누도, 멕시코 해장국 느낌
먹는 법: 고수랑 양파를 뿌린 후 먹기, 초점: 흔들림
밥 대신 토르티야를 찍어먹어야 한다고 함
깨끗히 다 먹음

전 포스팅에서도 한참 이야기했던 회사 옆 타코 식당에서 먹은 메누도입니다. 멕시코식 내장탕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부속 고기들과 내장을 넣고 한참을 끓여낸 것입니다. 젤라틴이 충분히 녹았는지 국물이 아주 눅진합니다. 색은 시뻘겋지만 그렇게 맵지는 않습니다. 안에 고기도 꽤 많습니다. 도가니 같은 것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마 국물이 진해지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국물이 나오면 라임즙을 한 두개 분량정도 짜넣고 고수와 양파를 잔뜩 올려 먹습니다. 국물만 떠먹어도 괜찮으나 원래는 옥수수 토르티야와 함께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뜨듯하게 데운 토르티야가 따로 나오기에 저도 한 번 먹어보았습니다. 토르티야가 국물을 잘 흡수하지 못해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나 또 먹다보니 옥수수향과 국물이 어우러지면서 괜찮은 맛을 냈습니다. 계속 정신없이 먹다보니 국물은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8불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아주 든든합니다. 마치 국밥을 한 그릇 때린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술 많이 먹고 다음날 아침에 한 그릇 때리기 좋을 것 같습니다. 메누도 먹으러 몇번을 갔었는데 항상 다 팔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기만 하다가 미국을 떠날 때 쯤에야 먹은 것인데 못 먹고 한국 왔으면 슬펐을 것 같은 맛입니다.

 

킹타코, 이거 뭐였지 치차론이었나 초리조였나
이건 아마 렝구아
여기에 살사 뿌려 먹으면 낙원

킹타코에서 포장해온 타코들입니다. 한창 멕시코 음식에 빠져서 일주일에 5번은 타코를 먹을 시절입니다. 이날은 아마 소혀로 만든 렝구아와 치차론을 먹은 것 같습니다. 빨간 양념인 것이 치차론으로 추정되는 타코인데 솔직히 확신은 안갑니다. 매번 먹던 아사다(소)나 카르니따스(돼지) 혹은 알파스토(돼지)를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던 와중이었습니다.  

타코에 대한 하나 팁이 있다면 타코는 가능하면 포장하지말고 받자마자 바로 먹는 것이 더 맛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것보다 토르티야가 식게 되면 눅눅해지고 전체적인 맛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식은 것도 맛있긴 합니다.

 

렝구아 올미트 브리또
몇 입 먹고 나서는 그린 살사를 조금 뿌려서 먹음

동일한 날 킹타코에서 같이 포장해온 올미트 렝구아 브리또입니다. 렝구아는 소 혀입니다. 혀 고기에 대해 반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먹어보면 푹 빠질 수 밖에 없는 탱글한 식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조금 꺼렸으나 한 두 번 먹다보니 그 이후로 브리또는 가능하면 렝구아로만 먹곤 했습니다. 미국인 친구의 말을 빌리면 렝구아는 애당초에 브리또 고기로 설계된 고기인 것 같다고 합니다. 지금도 종종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 입니다.

 

해피 타코, 브리또 은박지에 귀여운 그림도 그려줌
단체샷
경이로운 브리또

집 주변에 킹타코가 있어 한동안 그 곳만을 애용했었는데 유명한 타코집이 또 주변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았던 것입니다. 피코 유니언에 위치한 해피 타코라는 곳입니다. 타코 세트와 시그니처 메뉴인 해피 브리또를 시켜먹었습니다. 타코 초심자에게는 이 곳이 어쩌면 킹타코나 엘토리노보다 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가격대비 양이 몹시 푸짐합니다. 타코 속 고기 자체에도 양념이 좀 더 강렬해서 굳이 살사 맛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타코도 좋지만 브리또가 정말 괜찮습니다. 소고기와 새우가 동시에 들어가 아주 튼실합니다. 사워크림도 적당히 들어가 맛의 균형을 잡습니다. 먹어보면 직관적으로 맛있음이 느껴집니다. 게다가 칩 마저도 훌륭하게 튀겨졌으니 멕시코 음식을 즐기기에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립읍니다..

회사 근처에서 꾸준히 다니던 타코집에서 타코를 마지막으로 먹은 날입니다. 솔직히 배는 안 고팠으나 이 날 아니면 영영 못 먹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다녀온 것입니다. 대충 렝구아와 카르니따스를 시킨 것 같습니다. 고기를 갓 조리했는지 평소보다 더 맛있었습니다. 

 

아사다 나초, 맥주를 팔아주세요..

뉴욕에서 인턴하던 친구가 엘에이를 놀러왔길래 해피 타코에 데려갔습니다. 당연히 브리또도 먹고 이것저것 먹었는데 사진은 잊었던 모양입니다. 전과는 다른 메뉴를 하나 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사진에 있는 아사다 나초입니다. 예전에 킹타코나 엘 토리노에서 먹은 것을 떠올리며 시켰는데 생각보다 부수기재로 들어간 것이 많습니다. 나초칩과 치즈 그리고 고기를 빼고도 과카몰리 살사 사워크림 그리고 할라피뇨까지 잔뜩 들어있습니다. 거의 재료 마을 거주민들이 단체로 나와 축제를 벌이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넷이서 이거만 먹었어도 배불렀을 듯.

 

엘에이에서의 마지막 식사
맥주도 곁들일 수 있어서 행복했음
그립읍니다..2

엘에이를 떠나기 전 날 먹은 엘 토리노의 타코와 브리또입니다. 엘에이에서의 마지막 식사였습니다. 먹으면서 온갖 시원섭섭한 감정이 다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렝구아 올미트 브리또를 베어 물면서 "아 이게 정말 그리울 거야"라고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그립습니다. 사실은 다 먹고 집에가서 마저 짐을 쌀 때부터 그립기 시작했습니다. 탱글하게 식감이 살아 있는 렝구아.. 먹고 싶다..

엘 토리노는 엘에이에서 꽤 유명한 타코집입니다. 집 가까운 곳에 킹타코가 있어 자주는 안갔지만 저도 종종 다녔습니다. 맛은 사실 킹타코와 비슷합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은 이곳에서는 맥주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엘에이 여행 중 진짜 멕시코 스타일 타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곳에 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멕시코 가본 적은 없어서 이게 진짜 멕시코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곳에서는 번호표 불러줄때도 스페인어로 부르니 왠지 정통 느낌이 나는 것입니다. 참고로 번호표 영어로도 불러주기는 하는데 마이크 상태가 안 좋으니 귀를 쫑긋세우고 있거나, 아니면 내 앞에서 주문했던 사람이 음식 언제 받는 지를 잘 지켜보다가 때가 되면 그냥 픽업 카운터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좋습니다.

 

치폴레는 항상 성공함

아마 라스베가스에서 먹은 치폴레인 것 같습니다. 이날도 식사 메뉴를 찾아 방황하다 그냥 만만한 치폴레를 먹었습니다. 한국에도 쿠차라라고 치폴레와 거의 비슷한 음식점이 있던데 안타깝게도 그곳은 양이 반입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인 것 같긴 하지만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적어보았습니다. 이 날은 치킨으로 해서 먹었던 것 같습니다.

 

뉴욕의 타코, 나쁘지 않음

뉴욕 첼시 마켓에 있는 타코집입니다. 줄이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꽤 맛 좋은 타코였습니다. 가장 오른쪽에 파인애플 비슷한 거 올라가 있는 타코는 별로 였습니다. 왼쪽 두 개가 맛있었습니다. 조금 아쉬운 점은 과카몰리가 타코 맛을 많이 가렸다는 느낌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뭐 그래도 먹을만 했습니다. 다만 사람이 너무 많아 어수선해서 정신 잘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누가 내 타코를 잘못가져갈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밑에 은박지 뚜껑 씌워서 도시락 섞듯 흔들어주면 잘 섞임

뉴욕에서 묵었던 숙소 가까이에 치폴레가 있었습니다. 이건 운명이다 싶어서 야식으로 한 끼 조졌습니다. 야식이라고 하기에는 양이 좀 많긴 하지만 어쨌든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매운 것을 잘 못 먹기에 매운 소스를 반 만 넣어 달라했더니 딱 적절한 맵기로 조절되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에 이 사실을 깨닫다니 참 아쉬운 것입니다. 언젠가는 치폴레도 한국에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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