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동남아/인도 음식 편

미국에서의 식사가 즐거웠던 이유 중 하나는 넓은 선택지에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달리 기본적으로 미국에는 '전통 음식'이랄 것이 없으니, 그 비어있는 공간을 다양한 이민자들의 음식이 채웁니다. 한국에서는 한식 이외의 것이 별식으로 통하지만 미국에서는 미국 식사라는 것이 딱히 정해져있지 않으니 메뉴 선택에 있어 한국보다 더욱 관점이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또 식당들이 제공하는 음식 장르의 폭 역시 다양하니 이것저것 사먹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오늘은 부대찌개 내일은 김치찌개 내일 모레는 된장찌개를 먹을 때 미국에서는 오늘은 피자 내일은 팟타이 내일 모레는 타코를 먹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을 인생의 기쁨으로 삼는 저로서는 그야말로 행복한 나날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에서는 비교적 접하기 쉽지 않은 동남아/인도 음식들을 기록해볼 것입니다. 

 

반미, 일행의 표정이 인상적

중국인 동네에서 먹은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입니다. 미국에서 반미를 하다니 용감한 음식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호호. 아무튼 저렴한 가격으로 배를 채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먹은지 오래되어 기억은 잘 안나지만 5불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빵이 너무 딱딱해서 입천장이 다 까졌던 것은 별로였습니다.

 

짜조, 튀김색에서 볼 수 있듯 맛은 그닥..
쌀국수는 무난했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에도 쌀국수 집이 참 많습니다. 이곳은 패서디나에 있는 쌀국수 집 입니다. 사실 더 맛있는 곳이 있는데 너무 멀어서 가지 못하고 그냥 시내에 있는 곳을 왔습니다. 그냥 무난무난한 맛이었습니다. 이 날 이후로 다시 가지 않은 곳입니다.

 

필리핀 음식이었던 거 같은데 이름은 기억이 안남..
이름은 기억 안나지만 이게 아마 더 맛있었음
다행히 밥도 같이 나옴

샌프란에 소재한 필리핀 음식 전문점입니다. 샌프란 중에서도 아주 위험하기로 악명이 높은 동네 텐더로인 초입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간지 오래돼서 상호는 기억안남. 근데 꽤 평점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샌프란에서 먹은 첫 끼였는데 맛은 그럭저럭했습니다. 사실 제 입맛에 필리핀 음식은 너무 달아서 그닥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이날 처음 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첫 샌프란 여행 때 텐더로인에 숙소를 잡고 밤늦게까지 놀다 걸어서 들어가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리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길은 음산하고 무엇보다 홈리스들이 점령한 곳이기에 안전하지 않습니다. 이쪽에 숙소를 잡았다면 귀가할때는 우버를 타는 것이 좋습니다. 애당초에 가능하면 지하철을 타고 조금 나가야 하더라도 시내 바깥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선셋이나 델리 시티에 자주 묵었습니다. 다리 건너 오클랜드에도 저렴한 숙소가 많으나 그곳 역시 치안이 그닥 좋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점은 흔들리고 숙주는 땅바닥에
이거 커리가 괜찮았음

샌프란에서 먹었던 인도 음식입니다. 그냥 인도 음식은 아니고 무슨 퓨전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먹은 지 오래돼서 상호는 기억이 안남. 히피들의 성지라는 하이트 애쉬버리인가 뭔가하는 데에서 먹었던 것 같습니다. 맛은 그냥저냥 먹어줄만 했습니다. 집 가까이 있었다면 종종 갔겠지만 저는 LA에 살았기에 다시 올 일은 없었습니다.

 

색깔만 봐도 뭔가 아쉬움

샌프란 여행을 마치고 LA에 돌아와 먹었던 태국음식점의 볶음밥입니다. 배가 별로 고프지는 않은데 뭐는 먹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가장 싼 것을 시켰었습니다. 결과는 참패였습니다. 이 날 이후로 태국음식점에서 메뉴 선택은 항상 조심스러워졌습니다. 너무 느끼해 맛의 균형이 무너진 볶음밥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배도 안 고픈데 양은 또 많아서 그만 포장하고 나온 것입니다. 혼자 밥먹으러가서 양이 많다고 포장해온 경험은 미국 생활 통틀어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김이 하드캐리함

집에 와서 샌프란 여행의 여독을 푸느라 한참을 자다 일어나 먹은 아까 그 볶음밥입니다. 반이나 남겨서 먹을게 많았습니다. 전자렌지에 돌리고 친구가 준 김과 함께 먹었습니다. 이 김은 친구가 한국에서 들고온 김인데 맛이 괜찮았습니다.

 

배가 너무 고파서 나오자 마자 먹다가 생각나서 사진 찍음

LA 다운타운 7가에 가면 쇼핑 센터가 있습니다. 거기 지하에 푸드코트가 있어 친구들과 종종 약속 장소로 이용했었는데, 그럴 때 언젠가 먹었던 커리입니다. 다들 파이브 가이즈를 먹을때 저 혼자 괜히 비주류병이 발동해 커리를 사먹은 것입니다. 원래는 커리와 밥만 나오는 것인데 왠지 모르게 난이 너무 먹고 싶어 난도 시켰습니다. 안타깝게도 밥과 커리 사이에 난이 끼어들 자리는 없었습니다. 둘의 조합이 너무 좋았다기보다는 난의 상태가 그닥이었기 때문입니다. 동대문 에베레스트에서 먹은 난이 참 맛있는 난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커리는 맛있었습니다.

 

분짜, 여기까지는 갑분싸
짜조랑 이것저것, 이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쌀국수가 중요함

인생 쌀국수라고 할 수 있는 쌀국수입니다. LA 근교 샌 가브리엘에 있는 골든 델리라는 식당입니다. 기본 웨이팅이 1시간입니다. 저도 꽤 여러번 갔지만 갈 때 마다 웨이팅이 있었습니다. 저는 어지간해서는 식사 줄 기다리는 시간이 가치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이 곳은 예외입니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서 먹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여기보다 나은 쌀국수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날은 처음 갔던 날입니다. 저는 분짜를 시켰고 동행자는 쌀국수를 시켰습니다. 분짜는 실망스러워 다신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쌀국수 국물을 맛봤는데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세상 쌀국수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이거 먹겠다고 땡볕에서 우르르 기다리던 미국인들이 순식간에 이해가 되고 분짜를 시킨 제 스스로가 너무나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다음에 또 올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게 되고..

 

사람은 둘이지만 메뉴는 세 개
디저트로 애피타이저용 스프링롤도 먹어주고

이틀 뒤인가에 다시 방문하게 됩니다. 곧 엘에이를 떠나는 친구를 위한 마지막 만찬이었던 것입니다. 둘이 갔으나 메뉴는 먹고 싶은 것을 다 시키고 다 먹었습니다. 친구도 이 멋진 식당을 이제야 알았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그녀에게 엘에이는 이 쌀국수에 대한 아쉬움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쌀국수 국물의 깊은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도 미분당을 비롯해 훌륭한 쌀국수 집이 있지만 아직 제 마음 속에는 이 쌀국수만이 최고입니다.

 

이거 맛있었음 크으

회사 다니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 점심시간에 혼밥했던 마싸만 커리입니다. 달고 느끼하고 맛있었습니다. 비주얼은 3분 카레지만 맛은 아주 다릅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음식을 자주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컨대 편의점이나 한솥도시락같은데서 팔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한식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단 맛이지만 이 단 맛이 매운맛이 아닌 느끼한 맛과 결합할 때 내는 맛의 결이 새로웠습니다.

또 이 날은 미국 음식 1인분 양에 대한 통찰을 얻은 날이었습니다. 이 날 전까지는 미국인들이 한국인들보다 먹는 양이 많아서 미국식당 1인분이 한국식당 1인분 보다 많은 줄만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람들을 관찰해보자 그 누구도 이 음식을 끝까지 먹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애당초에 반쯤 먹고 반은 집에 싸가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꾸역꾸역 끝까지 다 처먹고가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 옆에 있던 뚱뚱이 아저씨 조차도 반만 먹고 반은 그대로 남겨 테이크아웃 박스에 싸갔습니다. 결국 남들이 점심저녁 먹을 분량을 점심으로 다 먹은 저는 식곤증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결말입니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그냥 국수 맛이었을듯
국물 통에 바로 면 담가 먹는 건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산호세에 놀러갔을때 배달시켜 먹은 쌀국수와 정체가 명확히는 기억나지 않는 그냥 국수입니다. 미국 쌀국수 배달은 국물과 면이 따로 오는데 이걸 합체시켜먹으려면 따로 큰 그릇이 필요합니다. 물론 애당초에 국물을 큰 그릇에다 주는 곳도 많긴 하지만 가끔씩 저런 두루미 밥그릇같은 곳에 주는 곳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시키는 지혜가 필요하겠습니다.

 

오이와 짜조, 여기서 짜조는 많이 먹었는데 오이는 안 먹어본듯
숙주는 취향껏, 고수는 최대한 많이

아까 극찬한 그 쌀국수 집에 또 왔습니다. 짜조도 맛있어서 매번 시켜 먹습니다. 아까 말을 많이해서 딱히 할말이 없습니다.

 

양이 너무 적어..
명란젓 같이 생긴 것은 사실 소세지

샌프란에 있는 필리핀 음식 전문점입니다. 여기도 무슨 퓨전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퓨전이 아닌데를 가려면 그냥 졸리비를 가거나 해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되게 정통을 표방하는 필리핀 식당을 하나 봤었는데 그 식당 지붕에 비둘기들이 단체로 똥 싸는 모습을 보고 입맛이 달아나 가보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필리핀 음식은 그닥 제 입맛에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식당의 재밌는 점은 점심과 저녁에 식당을 운영하는 주체가 각각 다르다는 점. 그에 대한 특징으로는 구글지도만 믿다가는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양이 많아서 끝까지 다 먹으면 백퍼 졸림

회사에서 시켜먹었던 팟타이입니다. 팟타이도 자주 먹었는데 사진은 이때만 찍었던 것 같습니다. 태국음식 중에 팟타이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달달하고 상큼하고 적당한 지방맛도 있고 거기에 땅콩의 고소함까지 얹어지니 캬 군침돈다. 한국에서도 팟타이가 만만한 음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포장마차에서 떡볶이 사먹듯 팟타이 사먹을 수 있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 바래봅니다. 

 

태국 음식 맛있다이겁니다
맛있는건 두번 찍어

시애틀에서 먹은 타이 푸드입니다. 꽤 번지르르한데서 테이크 아웃해서 먹었습니다. 그렇게 분위기가 괜찮은 줄 알았으면 그냥 거기서 먹고가면 될 것이었는데, 미리 어플로 투고 신청을 해놔서 그냥 들고와서 숙소에서 먹었습니다. 메뉴는 블랙 뭐시기 누들과 옐로 크랩 커리였습니다. 면은 다른데서도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었는데 커리가 탁월했습니다. 게가 들어간 옐로 커리니 푸팟퐁커리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살짝 비싼 메뉴여서 시킬지말지 조금 고민했는데 시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한 마싸만 커리 같은 맛을 베이스로 조금은 더 매콤한 맛을 가미했습니다. 게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그 맛들의 조화를 증폭시켜줍니다. 온도도 적당해 밥을 조금씩 덜어 비벼먹기에 좋습니다. 가볍게 알콜 음료를 곁들였는데 아주 알맞은 조합이었습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