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일차 + 개요, 스테이크 가니쉬로서의 스크램블 에그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그 분야에 대해서 만큼은 자부심을 가져도 되고, 남들에게 한껏 아는 체를 해도 괜찮다.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고, 남들에게도 존경을 받을 만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러나 전문가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의학이라던가, 법학이라던가 하는 돈 좀 될 것 같고 사람들의 선망을 받을 것 같은 분야일수록 더욱 그렇다. 내게는 그렇게 멀고 험한 길을 건널 능력과 의지가 없다. 나는 침대에서 뒹구는 것을 인생 최고 가치로 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제 아무리 하찮은 분야라고 해도 그렇다. 굳이 의학 박사나 법학 박사가 될 필요는 없다. 더 쉽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면 된다. 그러면 나도 스스로에게 자랑스럽고, 남들에게도 존경 받는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내게 맞는 적당히 하찮은 분야를 찾기 위해 침대 속에서 고민했다. 이윽고 나는 스크램블 에그 박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스크램블 에그 박사가 되기 위한 나의 청사진이자 대전략은 다음과 같다.

 

1.     3주간 매일 스크램블을 만든다.

2.     그 여정을 이 블로그에 기록한다.

 

내가 감히 판단했을 때 스크램블 에그는 3주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하찮은 분야다. 상대를 지나치게 얕보다간 큰 코 다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계란보다는 내 힘이 휠씬 더 세기 때문에 상관없다. 힘 없는 자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은 21세기의 시대정신이기에 계란의 있을지도 모르는 항의는 묵살하기로 한다


아무튼 장장 3주간 이루어질 대장정을 통하여 나는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우선 기본 재료들을 소개하기로 한다. 좌측 부터 소금, 계란, 버터 순이다. 가장 필수인 재료들로 앞으로 3주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각자의 디테일한 면면을 들여다 보자면, 소금은 삼겹살용 소금이다. 일반 소금과 구별되는 차이점은 내용물에 후추가 다소 섞여 있다는 것이다. 삼겹살을 구울 때 소금을 뿌리고 또 후추를 뿌려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서 인 것 같다. 나도 같은 이유로 계란 스크램블에 이 소금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둘째로, 가끔씩 아파트 주차장에 시장이 서면 엄마가 꼭 가서 사오는 계란이다. 마트에서 파는 계란과 무슨 차이가 있는 지는 모르겠다. 어쩐지 더 신선할 것 같다. 마지막 버터는 특별하게 언급할 거리가 없는 친구다. 이름은 서울 버터지만 서울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아마 서울 우유 사장님은 알고 계실 것이다.



계란은 두 알을 쓴다. 왜냐하면 유투브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스크램블 에그 1인분은 계란 두 알이다. 물론 여기서 1인분이 강호동의 1인분인지 아니면 옆집 꼬마 민수의 1인분인지는 알 수 없다. 어쨌든 1인분은 계란 두 개다.



소금을 뿌린다. 후추 향은 그다지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다음에는 통후추를 시도해보아야 할 것 같다.



다이소에서 천 원 주고 산 반자동 거품기로 계란을 잘 섞어 준다. 계란이 밥그릇 밖으로 탈출하지 않도록 섬세한 힘조절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 나무주걱으로 불 위에 올라간 스크램블을 요리할 예정이다.



버터는 듬뿍 넣는게 좋다. 숟가락을 찍을 때는 찍는 사람이 반사 되지는 않았는 지 확인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 그리고 식용유보다는 버터를 넣는 것이 더 맛있다. 스크램블 에그에 고소한 풍미를 더해준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당신도 계란 스크램블 중급자 이상은 된다고 자부해도 좋다.



버터가 녹으면 후라이팬에 계란물을 부어준다.



시작할 때 불은 중불이 좋다. 그 이상 세기이면 너무 빠르게 계란이 익어 달걀부침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최근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계란과 후라이팬이 마주치는 부분이 너무 익어 버리지 않게 꾸준히 바닥을 긁어내주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밑바닥이 단단해져 계란말이와 계란 스크램블의 중간 쯤 되는 묘한 음식을 연성하게 된다. 

사진처럼 계란이 고체가 되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면 불을 줄여도 좋다는 뜻이다.



불을 껐다면 계란을 후라이팬 한쪽 구석으로 모아주는 것이 좋다. 이 과정은 잔열로 계란을 마저 익히는 것이라고 유투브에서 배웠다. 하지만 오래 방치하면 너무 익어버려 스크램블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것이 된다. 미리 알아두고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그릇에 옮겨 담아주면 완성이다. 조금 덜익어보이지만 지금이 가장 맛있는 상태다. 물론 익힘 정도를 선택하는 것는 개취지만 나는 이렇게 조금 덜 익혀 먹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이 계란 상태를 스크램블 에그 계의 미디움 레어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첫날부터 생각보다 괜찮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상관 없다. 스크램블 박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기 때문이다. 아직 올라야할 산이 높다.



스크램블 에그는 보통 메인 요리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이 있기에 스테이크도 구웠다. 사실 스크램블 에그만 먹어서는 배가 차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스테이크가 다소 쭈글쭈글해보이고 마늘은 조금 탄 것 같지만 상관 없다. 오늘의 주인공은 스크램블 에그이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 식사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스테이크였다. 주인공이라고 항상 하이라이트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아쉽지만 내가 3주 뒤 장인이 되어 만든 스크램블은 스테이크 보다 맛있기를 바랄 뿐이다.


1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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