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2일차, 그릴드 버터햄포테이토치즈에그 샌드위치

한 번 마음 먹은 일을 꾸준히 해나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같은 일을 매일 루틴삼아 반복하기로 했다면 더욱 그렇다. 그것이 아무리 스크램블 에그 만들기처럼 하찮은 것이라 해도 그렇다. 하지만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결코 전문가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지치면 여태까지 해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다. 이를 악물고라도 끝까지 해내야만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귀찮은 마음을 부여잡고 부엌으로 향한다. 참고로 오늘은 2일차다.



오늘도 계란은 두 알이다. 1인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계란을 푸는 단계에서 소금을 넣지 않을 생각이다. 어제 새벽에 유투브에서 고든 램지에게 배웠는데, 계란물에 미리 소금을  풀어놓으면 소금이 달걀에서 수분을 분리시켜 스크램블을 축축하게 만든다고 한다. 원래 스크램블이 좀 축축한 거 아닌가 싶지만, 고든 램지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기 때문에 믿어보기로 한다. 



오늘의 스크램블 에그에게는 혁신적인 시도가 적용될 예정이다. 그 시도란 버터 대신 스팸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다. 버터를 냉장고에서 꺼내는 것을 깜빡했다거나 하는 이유는 아니다. 단순히 학문적인 궁금증에서 시작했다.



아까는 정신 없어서 몰랐는데 지금 보니 기름 색깔이 역겹다. 스팸이 좋은 고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 같다.

이때만 해도 미처 기름이 모자르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스팸을 강불로 강력하게 구워냈기 때문에, 가스렌지의 불을 끄고 후라이팬에 남은 잔열만으로만 스크램블을 요리하기로 했다. 계란물은 후라이팬에 떨어지자마자 치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며 익기 시작했다.



잠깐 휘저으니 요리가 끝났다. 정말 요리라고 하기도 허무한 것이었다. 기름이 모자라 후라이팬에 계란 찌꺼기가 평소보다 더 많이 붙어있는 것이 거슬린다. 설거지하기 힘들 것 같다.



오늘은 소금과 후추가 한 통에 들어 있는 삼겹살용 소금 대신 통후추를 뿌렸다. 

사실 계란을 휘저을 때 소금을 뿌렸어야 했는데 타이밍을 잠시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스팸 기름에 달걀을 요리했기 때문에 이미 간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믿어본다.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 시대의 최고의 베스트 셀러이자 불쏘시개인 '시크릿'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빵 위에 스크램블 에그를 펴 발라 준다. 올려만 놔도 되는 것을 굳이 펴 바른 이유는 오늘의 아침으로 샌드위치가 간택되었기 때문이다. 



오늘의 샌드위치를 위해 냉장고에서 징집된 재료는 다음과 같다

: 계란 두 알, 해쉬 브라운 두 피스, 스팸 반 캔, 슬라이스 치즈 두 장, 빕스에서 몰래 가져온 식전 버터 하나, 식빵 두 쪽.

이제 요리 이름을 작명해야하는 시간이다. 무엇이 좋을 지 고민해본다. 그릴드 더블 버터햄포테이토치즈에그 샌드위치 정도가 괜찮을 것 같다. 오늘의 주인공은 계란이기에 재료 중 가장 마지막에 등장 시켜줬다.



오늘 아침은 샌드위치에 담긴 칼로리 만큼이나 맛있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샌드위치 이름을 고민하며 먹느라, 스크램블 에그 맛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을 잊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기억을 더듬어 품평을 해보자면 샌드위치에 넣을 스크램블 에그 치고는 다소 덜 익었던 것 같다. 샌드위치를 먹기 좋게 압착하는 과정에서 계란들이 샌드위치 옆구리로 유연하게 탈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근데 사실 별 상관은 없었던게 계란은 샌드위치에 부드럽게 조화되어 제 몫을 다했다. 

결론은 내일은 계란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야 겠다는 것이다.


2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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