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3일차, 스크램블 에그와 너겟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다. 결심한 마음이 사흘을 채 가지 못하고 풀어진다는 뜻이다. 물론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코스 3주 중 3일차를 맞이한 나에게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말이다. 여태 해온 걸 7번만 더 반복하면 나도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오늘도 계란은 두 알이다. 혼자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숟가락에 얼굴이 비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다가 그만 발을 숨기는 것을 잊고 말았다. 신비주의 전략은 실패한 것 같다.



계란을 평소보다 훨씬 더 열심히 풀었다. 왜냐하면 에어 프라이어에서 너겟이 다 익으려면 한참 남았기 때문이다. 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부지런히 저었다.



가스렌지에 강불을 켜둔 채 너무 오랫동안 후라이팬을 방치했다. 하지만 너겟이 다 익을 시간이 되었기 때문에 팬을 식힐 여유가 없어 일단 버터를 올린다. 버터가 순식간에 갈변하는 모습에서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예감이 든다.



후라이팬에 올림과 동시에 계란이 익는다. 무언가 한참 잘못되었음을 느낀다.



요리에 있어서 불 조절은 생명이다.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다. 



더 이상 스크램블 에그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만들어졌다. 뒤틀린 달걀부침정도가 적당한 네이밍일 것 같다. 달걀 부침을 연성하는데 들었던 시간은 약 15초 정도였다. 그래서 소금을 뿌리는 것을 오늘도 깜빡했다. 너겟에 충분히 간이 되어있길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고무적인 부분은 어제보다 계란 찌꺼기가 덜 나와 설거지가 편할 것 같다는 점이다. 이것은 팬에 버터를 푸짐하게 녹였기 때문인지, 아니면 강불에 쎄게 조졌기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블랙 페퍼 스크램블 에그 위드 너겟 앤 브래드'다. 지나친 사대주의는 배격해야겠지만 아무래도 네이밍은 영어로 하는 것이 멋지다.



모닝빵을 반으로 가르고 스크램블 에그와 너겟을 넣어먹으면, 오늘 요리가 망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을 만큼 맛있다. 아픔을 잊는 데 맛있는 음식만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오늘의 실수를 반복하기 않기 위해서 요리 과정을 복기해본다. 오늘의 교훈은 1. 불 세기를 중불 이상으로 놓지 않을 것.(팬이 달궈진 채로 요리를 시작하지 말 것) 2. 소금 뿌리는 것을 잊지 말 것. 3. 이미 망했다 싶을 때는 너겟을 준비할 것. 정도가 되겠다.


3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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