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치킨/파스타 편

한식을 제외하고 생각했을때, 한국인의 외식 메뉴라면 무엇을 들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쉽사리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나마 금방 떠올릴 수 있는 것을 떠올려보면 치킨을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함께하는 사람이 연인이라면 파스타도 쉽게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제 기준에서 떠오르는 것이니 여러분 기준에서는 다른 것들이 떠오를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그렇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한식을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적기에, 외식 메뉴로 한식을 배제하고 나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치킨과 파스타를 종종 먹곤 했습니다. 막상 생각해보니까 그렇게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치킨/파스타를 기록해 볼 것입니다.

 

우선 치킨부터 기록해볼 것입니다.

 

치킨엔 맥주인 것을..

미국에서 먹었던 교촌치킨입니다. LA에 교촌 치킨은 나름 잘 나가 매장이 두 군데 정도 있습니다. 외국인들도 허니콤보를 좋아합니다. 이 날은 외국인이랑 갔던 것은 아니고 그냥 한국인 친구 둘과 함께 갔습니다. 어쩐지 한국 교촌보다는 양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한 마리에 추가로 닭날개 몇개를 시켰는데 결국에는 허니허니한 양념에 질려 조금 남기고 말았던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치킨을 남기게 된 데에는 맥주를 시킬 수 없었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곳 교촌 치킨은 맥주를 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기분탓일 수도 있지만, 미국 닭이 큰 거 같음
이거 두 잔에 18불, 무려 2만2천원

교촌 치킨에서는 치킨에 맥주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다 BBQ에는 맥주를 판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한 LA BBQ입니다. 아마 비비큐도 LA에 매장이 두개 쯤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곳 비비큐 후라이드는 굳이 황금올리브로 튀겼다는 광고가 없는데, 미국까지 황금올리브유를 배달해주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한국 비비큐가 더 맛있었다는 생각입니다. 

맥주는 그냥 맥주는 아니고 무언가를 섞은 것인데, 뭘 섞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가격이 한 잔에 9불이었던 것은 또렷이 기억납니다. 아무리 치킨엔 맥주라지만 너무 바가지가 아니었는지 싶습니다. 사실 미국 물가를 생각해보면 꼭 바가지 만인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 브랜드에서 먹는 것이다 보니 기대 가격이 조금 낮았던 모양입니다.

 

파파이스, 비스킷 안나오는 줄 알고 따로 시켜서 세트는 두갠데 비스킷은 세개

배달시켜먹은 파파이스입니다. 어째 파파이스는 매장에 가서 사먹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날 파파이스는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너무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숨도 안 쉬고 호다닥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측에 있는 것이 핫크리스피 좌측에 있는 것이 오리지날입니다. 저는 핫 크리스피를 먹었는데, 감동의 도가니었던 것입니다. 케이준 감자도 바삭바삭 맛이 좋습니다. 

 

진짜 소울푸드
먹다가 감동해서 그때의 감정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찍은 사진

이곳은 LA의 소울푸드 전문점 로스코's(Roscoe's)에서 먹은 치킨 와플입니다. 오바마도 다녀갔다는 그 곳입니다. 이 곳 이야기를 하기 전에 소울푸드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짚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울푸드라는 단어가 한국에서는 워낙 오랫동안 오용되어 이제 우리는 소울푸드를 영혼의 단짝 같은 음식으로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미국에 있으면서도 그게 맞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흑인들 앞에서 "내 소울푸드는 햄버거야" 같은 소리를 하다가 그들 표정이 어리둥절해지는 것을 보고 구글링해서 알게된 사실인데, 미국에서 '소울 푸드'란 흑인 음식을 이야기합니다. 대표적으로는 후라이드 치킨, 그중에서도 와플과 함께 치킨을 먹는 요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특히 흑인들이 노예로 많이 고통받았던 남부 지방의 요리들이 소울 푸드로 유명합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그 뜻이 다르게 사용된지 오래되어 하나의 새로운 외래어처럼 되었지만, 미국인들 앞에서 "우리의 소울푸드는 김치야" 같은 소리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울 푸드 대신에 '컴포트 푸드Comfort food'라는 단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소울 푸드와 그나마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이곳의 치킨와플은 기가 막힙니다. 하지만 음식을 먹어보기 전까지는 조금 의문스러운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일단 웨이팅도 긴데다가 저희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모조리 흑인분들이어서 약간 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다리다가 서로 싸우기도하고 그래서 분위기가 험악했기 때문입니다. 간신히 입장해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보니 비주얼이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마치 옛날 시골 통닭 같았기 때문입니다. 갸우뚱하면서 치킨을 한 조각 무는 순간 마치 요리왕 비룡의 한 장면 처럼 저는 '오옷'하고 말았습니다. 얇지만 바삭한 튀김옷에 속살은 완벽한 부드러움의 정도로 익었고 와플과 함께 하는 메이플시럽은 달달함으로 치킨의 짠맛을 감싸안습니다. 두 번 튀긴 한국식 치킨에만 익숙한 저에게도 바로 다가오는 직관적인 맛있음이었습니다. 일전에 소개했던 LA 'OB베어'의 치킨과도 약간 비슷합니다. 아마 시골통닭 스타일의 튀김 조리법에서 오는 유사함일 것입니다.

이외에도 오믈렛도 시키고 그레이비 소스도 시키고 비스킷도 시켜 먹었습니다. 정말 배가 터질 때 까지 먹었습니다. 식사 다음날 회사에 이 곳을 다녀왔다고 이야기하자 사람들이 짓던 흐뭇한 미소가 기억납니다. "치킨 와플 맛을 알았으니 이제 너도 우리와 같은 미국인이야"라는 의미의 미소였습니다.

 

이 매장은 핫크리스피가 없던데 왜 없죠

혼자 배달시켜먹은 파파이스입니다. 파파이스도 파파이스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미국 KFC 사진을 찍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격이 싸기에 자주 먹었는데 사진을 찍을 가치는 없다고 느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미국 KFC의 위상은 한국과 조금 다릅니다. 애당초에 매장들도 깔끔하지 못하고 뭔가 허름하고 낡은 느낌인데다 가격도 후려치기를 워낙 조져놔서 유전자조작으로 다리가 8개인 닭을 쓴다는 헛소문을 믿는 사람도 있고 정말 밑바닥까지간 치킨집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한국의 깔끔한 KFC 이미지와 많이 다릅니다. 브랜딩이란게 참 재밌는 것입니다.

 

안주맛은 한국보다 좋아요

이곳은 직장을 떠나기전 사람들과 함께했던 회식입니다. 한국식 술집이니까 회식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돈은 뿜빠이해서 내는 비공식 회식이었습니다. 아마 매장 이름은 똥꼬포차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미국인들의 똥꼬사랑이 매장이름까지 온 것입니다. 아무튼 똥꼬포차에서는 다행히도 똥꼬와는 전혀 관련없는 치킨과 이것저것을 팝니다. 소주도 파는데 가격이 꽤 쎄니, 마음 단단히 먹고 와야할 것입니다. 

 

입천장 다 까지는 맛

라스베가스로 놀러갔을 때 첫 끼로 먹은 치킨입니다. 생각보다 라스베가스에 먹을 것이 별로 없어 돌고 돌다 결국 호텔 바로 앞에 있던 곳으로 온 것 입니다. 치킨은 꽤 괜찮았습니다. 튀김옷은 딱딱하리만큼 바삭한데 겉에 치토스 가루같은 것이 묻어있습니다. 맛이 없을 수 없습니다. 다만 중독적이지는 않습니다. 치킨이 너무 커서 금방 배가 부르고 너무 짜다보니 금새 질리기 때문입니다. 그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핫소스 뿌려먹기가 좋습니다. 이것도 나름 미국 남부식 치킨먹기 방식인것 같습니다. 매장에도 핫소스를 종류별로 많이 구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와플은 그나마 먹을만한데, 치킨은 개별로

워싱턴 DC에서 먹었던 치킨과 와플입니다. 이미 LA에서 최고의 맛을 보았기에, 이곳 치킨와플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친구는 강력 추천했지만, 저는 강력 비추합니다. 

 

이제는 미국에서 먹었던 파스타를 기록해볼 것입니다.

 

급식실 수프 같앴음
그나마 먹을만 했는데, 쓸데없이 양이 너무 많아
딱딱이와 퍽퍽이
라비올리, 내 돈 돌려주세요

미국에서 만난 최악의 파스타입니다. 최악의 파스타치고는 사진을 참 많이 찍은 것 같습니다. 라비올리를 시켰던 것 같은데, 농담하나 안 보태고 마트에서 파는 1불 짜리 캔파스타가 더 맛있습니다. 어쩌면 그냥 그럴듯한 접시에 1불짜리 캔파스타를 부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그게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이 걸 정말 정성껏 만들었다면 그분은 요식업계에서 빨리 손을 떼야하기 때문입니다. 나름 이탈리아식이라고 식전빵부터 샐러드 뒤에는 초콜릿까지주는데 하나같이 다 맛이 없었던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글렌데일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 체인점인데, 이름이 올리브 뭐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블러디 메리와 데낄라 선라이즈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것
식전 샐러드
그날 아저씨한테 소스 어떻게 냈는지 물어봤어야 하는데

미국에서 먹은 최고의 파스타입니다. 샌프란시스코 기라델리 광장 쪽에 있는 부에나비스타라는 식당입니다. 저는 엘에이에 살기에 이때 이후로는 다신 못가봤지만, 샌프란 거주자의 증언에 따르면 파스타 메뉴는 계속 바뀐다는 것 같습니다. 근데 어차피 소스는 같으니 맛은 똑같이 좋다고 합니다. 토마토 펜네 파스타였는데, 완벽한 감칠맛과 적당한 식감으로 기가 막히는 파스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요리는 아무나 하나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 파스타

소살리토에 갔을 때 먹은 파스타입니다. 굳이 좋냐 나쁘냐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쁘다를 고를 것 같습니다. 마늘이 너무 익어 기분 나쁜 단맛과 쓴맛이 동시에 입안을 방황했기 때문입니다. 마늘맛으로 먹는 알리오 올리오의 마늘 상태가 그랬다면 사실상 실격입니다. 먹으면서 내내 내가 만든게 더 맛있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밑의 펜네는 깊은 맛이 없는 그냥 겉도는 토마토파스타맛이었습니다.

 

나는 루꼴라가 좋아

산호세에서 먹었던 뇨끼입니다. 뇨끼도 파스타인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저번에 분류할때 파스타로 분류했기에 그냥 파스타 편에 올리는 것입니다. 제 뇨끼 식사 경력이 짧아서 이 뇨끼가 훌륭한 뇨끼인지 정통 뇨끼인지는 구분할 수 없었으나 확실한 것은 맛있는 뇨끼였다는 것입니다.

 

비빔밥보단 이게 미국인에게 먹히는 한식

한인타운 소재의 난다랑이라는 음식점에서 먹은 김치파스타입니다. 파스타에 김치를 넣고 그 매운맛을 크림을 이빠이 때려넣음으로 잡아낸 꽤 훌륭한 파스타입니다. 처음 먹고나서 감동받아 종종 찾아가 먹었습니다. 다만 크림이 잔뜩 들어갔기에 미국인 기준으로도 꽤 헤비하다고 평가 받으며, 보통 혼자 한 그릇을 하기에는 부담스럽다고들 합니다. 물론 그건 제 기준은 아니고 저는 갈 때마다 혼자 한 그릇 씩 뚝딱뚝딱 비워냈습니다. 저는 느끼한 맛에 강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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