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한식 편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밥 없이도 잘 사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왔으나, 알고보니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밥과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종종 한식을 챙겨 먹곤 했습니다. LA에 살았기에 맛있는 한식집도 잔뜩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지금은 매일 같이 한식을 먹습니다. 그러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은, 저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햄버거를 먹어줘야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한식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수육국밥인가 그랬을 것 같음
부추, 사투리론 정구지
김치, 영어로는 킴치
맨밥만 그냥 퍽퍽 퍼먹어도 오랜만이니까 너무 좋았음

LA 한인타운에 있는 진솔국밥입니다. 그냥 한국에 있는 국밥집 처럼 생겼습니다. 노포 스타일은 아니고, 담소 시골 순대 같은 프렌차이즈 형 인테리어를 가진 국밥집입니다. LA 도착 2주차 즈음에 갔던 것 같은데, 음식 나오자 다들 대화도 안하고 숨도 안쉬고 그릇에 코박고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 팁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팁 어떻게 줘야하는지 다들 고민했던 것 또한 추억입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식당인데 팁 얼마 줘야해? 그래도 미국이니까 다른 데랑 같지 않아? 아줌마한테 물어볼까? 물어보면 안줘도 되도 달라고하지 않을까? 참고로 한국 식당이어도 다른데 처럼 15% 언저리로 주는 것이 국룰입니다. 팁이 가격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곳도 종종 있긴 함

 

들어간 조개 양으로 보아하니 해물 칼국수였던 것이 분명함

이 곳은 항아리 칼국수, LA 칼국수 맛집입니다. 어지간한 한국 칼국수 집보다 훨씬 낫습니다. 사실은 대부분의 한식이 그렇습니다. 아마 값싼 재료비 덕분에 재료들을 아낌없이 팡팡 때려 넣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한밭 설렁탕, 짜릿해

한인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음식중 하나인 한밭 설렁탕의 설렁탕입니다. 제가 먹어본 설렁탕 중 단언코 제일 입니다. 물론 제가 아직 서울에 있는 설렁탕 노포들을 접해보지 못한 탓인게 클 것입니다. 그럼에도 태평양 건너 엘에이에서 이렇게 맛있는 설렁탕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래퍼 도끼도 이곳에서 식사하다가 지갑과 가방을 털린 적이 있다고 합니다. 물론 음식 맛이랑은 관계 없는 주차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유리창을 깨고 가져갔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항상 조심해야하는 것입니다.

 

롯데 초코파이, 영어로도 롯데 초코 파이

어쩌다 초코파이를 만나서 반가운 마음에 찍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냐면 바로 먹으려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마음에 다시 내려놓고 한 방 찍었습니다. 우측 상단을 보면 찢긴 자국을 볼 수 있습니다.

 

순백색의 두부는 백의 민족 한국인을 상징

레돈도 비치에 있는 매운탕맛집입니다. 가게 이름 부터 한국 횟집입니다. 매운탕 한 그릇 먹어보겠다고 글쎄 버스와 지하철을 왕복 5시간을 탔다 이겁니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는 지금 생각해보니 모르겠습니다. 물론 준수한 매운탕이긴 했습니다. 회도 먹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그만 먹지 못했습니다. 역시 돈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금 깨달았는데 순서가 뒤죽박죽입니다. 가능하면 시간 순으로 하고 싶었는데 이제 대충 해야겠습니다.

 

코리안 바베큐, 아아 코리아..

놀랍게도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식은 코리안 바베큐입니다. 비빔밥도 아니고 불고기도 아니고 코리안 바베큐입니다. 코리안 바베큐는 삼겹살이나 요런 느낌의 음식들을 이야기합니다. 불판 놓고 알아서 구워먹는 방식의 셀프 쿠킹 시스템. 그것이 미국인들이 생각하는 코리안 바베큐입니다. 보통 양놈친구들은 바베큐하려면 마당에 나가서 불쇼도 하고 온갖 난리부르스를 치곤 하는데, 코리안 바베큐는 그냥 지붕 있는 식당에 앉아서 칙칙 구워먹으면 되니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이곳은 저와 제 친구들이 사랑했던 식당 고기나라입니다. 안타깝게도 중간에 망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너무 혜자였던 것이 이유일수도 있겠습니다. 무한리필인데 저녁에도 17불 정도 밖에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아주 비싸지만, 미국 기준으로는 혜자 중의 혜자 입니다. 게다가 고기 맛도 괜찮고 밑반찬도 맛있으니 이만한 식당이 없어 2주에 한번 꼴로 갔던 것 같습니다.

 

이런거 대체 왜찍음?
원래 블로그하려면 수저로 건더기 떠서 사진도 찍고 그래야하는데, 저때는 블로그에 올릴 생각이 없어서 안 그랬음

무봉리 순대국에서 먹은 순대국입니다. 현지인들 말로는 이 곳 코리안 바베큐가 괜찮다고 합니다. 물론 저는 비싸니까 그런거 안먹고 순대국이나 한 그릇 때렸습니다. 우주에서 제일가는 순대국이라고 하기에는 아쉽지만, 미국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만 합니다. 

 

뽀얀 국물에 보일락 말락 고기 몇 점, 뭘까요? 정답은 한밭 설렁탕입니다. 사진으로 보기엔 맛있어 보이지 않지만 실제 맛은 매우 좋습니다. 수저에 건더기 몇 점 올려서 찍었으면 맛있어 보일텐데 그럴 정성은 그당시에는 없었습니다. 훗날 엘에이에 다시 가게된다면 그렇게 찍어볼까 생각만 해보는 중입니다.

아 참고로 한밭 설렁탕 먹을 때 내장 들어간 메뉴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내장에 곱냄새가 좀 강해서, 내장을 좋아하는 편임에도 조금 힘겨웠던 기억이 납니다.

 

마! 미국에서 이런거 무봤나

한국에서도 잘 안먹던 엽떡과 교촌을 미국에서 그것도 한 자리에서 함께 먹었습니다. 같이 먹으니 그럭저럭 어울리는 조합입니다. LA 엽떡이 맛집이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순둥순둥한 제 입맛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입니다. 근데 국물 좀 남은거에 짜파게티 같이 먹으면 맛있음

 

닭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았을때 이것은 필시 닭칼국수

대추가 들어가서 얼핏보면 삼계탕으로 착각할 수 있으나, 이곳은 항아리 칼국수입니다. 고로 이 요리도 칼국수입니다. 제가 먹어본 닭칼국수 중에 2등정도 하는 맛입니다. 1등은 저기 성동구 사근동에 다시올 치킨.

 

위에 있는 거랑 같은 날 사진인 것 같기도

한밭 설렁탕을 또 갔나 봅니다. 물론 엄청 많이 가긴 했습니다. 사진 안찍은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날도 맛있게 먹었을 듯

 

Fun Fact: 미국 명랑핫도그는 웨이팅 라인이 한 시간이다.

LA에서 먹은 명량핫도그입니다. 명량핫도그의 매력은 전세계인에게 통용되나 봅니다. 음.. 최소한 한국인과 미국인은 사로 잡은 것 같습니다. 오픈 한지 꽤 됐을때 간것임에도 줄이 아주 길었습니다. 맛은 명랑 핫도그 맛입니다. 나는 원래 설탕이랑 케찹 아예 안 뿌리고 순정으로 먹는데 친구가 사는 거라 그냥 뿌려 먹음.

 

물론 가격은 미국화 완료

전통주점 색동저고리입니다. 3가와 하버드가 교차하는 지점 주변에 있습니다. 여기 막걸리도 괜찮고 안주는 더 괜찮았습니다. 사실 LA 한식 술집이 괜찮은데가 많습니다. 이따가 보여드릴 OB베어도 그렇고, 아 맛있겠다.

 

어 이거 내가 찍은 거 아닌데
이게 내가 찍은 거임, 친구가 더 잘 찍었네

현지인의 추천을 받고간 육개장 전문점 육대장입니다. 미국인에게 육개장집 추천을 받기도 하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 재밌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는 외국인이 추천하는 한식집은 안갈예정입니다. 이곳 비주얼은 괜찮았으나 조미료 맛이 너무 쎄서 먹고 나서는 목이 텁텁했습니다.

 

고기는 맛있음

조슈아트리 당일치기 투어 떠났을때 옵션으로 끼워져 있던 점심 바베큐의 현장입니다. 가이드 아저씨가 한 장 찍어줬으면 좋겠다길래 찍음. 사실 아저씨가 간곡하게 후기 올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안 올린 점 죄송합니다. 근데 아저씨 성경이야기 하루 내내 듣는거 힘들었어요!

 

여기서 조개젓을?
이 날은 곱창순두부 시켰는데 실패, 그냥 먹던 햄치즈 먹을껄

LA의 자랑 BCD입니다. 한국어론 북창동, 순두부 잘하는 집입니다. 아마 한국으로 역수출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의 매력은 24시라는 점, 그리고 밑반찬이 푸짐하다는 점. 한국의 반찬 문화는 미국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것인데요, 그냥 플레이트 하나 시켰을 뿐인데 사이드가 우르르 나오니 그들 입장에는 눈이 빙빙 돌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는 점. 아무리 반찬이 푸짐하다지만 누가 순두부 한그릇에 만오천원 내고 싶겠습니까. 또 매년 정기행사처럼 가격을 올린다는 점이 아쉽다고 현지인들의 푸념을 들었습니다. 회사 근처에 있어서 정말 자주 갔던 곳.

 

고고밥, 사실 이런류의 비빔밥 집은 종종 보임

회사 점심시간에 먹은 비빔밥입니다. 미국식으로 개량된 비빔밥입니다. 서브웨이 마냥 일단 기본 밥을 고르고 옆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먹고 싶은 재료들을 싹다 고르는 방식입니다. 미국인들은 이런 류의 주문 방식에 아주 익숙합니다. 반면 한국인들은 서브웨이만 가도 머리가 터질 지경이죠. 저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믿습니다. 

아무튼 단백질로는 포크 밸리, 즉 삼겹살을 추가하고 소스는 고추장마요를 넣었습니다. 이것은 퓨젼의 맛. 한국과 미국이 하나된 굳건한 한미동맹과도 같은 맛. 다시 말해 혈맹의 맛입니다.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굳이 한 번 더 다시 말하자면 맛있다는 말입니다.

 

제가 LA에서 파전 먹던 시절에..
이런 류의 치킨은 왠지 소주가 어울리더라.

7가와 버몬트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OB베어입니다. 이곳 인테리어는 정말 한국 술집느낌입니다. 요즘의 힙한 느낌의 술집이 아닌, 대학가의 연식이 좀 된 술집같은 느낌입니다. 철지난 유행의 자주색 쇼파에 나무로 된 칸막이들. 

음식 맛은 기가 막힙니다. 특히 이곳 치킨은 아주 유명합니다. 한국계 셰프인 데이비드 장의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어글리 딜리셔스>에서 나온 바 있습니다. 시간 날 때 한 번 볼만한 좋은 다큐입니다.

아무튼 이어 이야기 하자면, 한국식 치킨하면 보통 두 가지를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하나는 옛날 통닭느낌으로 튀김옷은 얇으나 아주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 다른 하나는 요즘 프렌차이즈 치킨처럼 두 번 튀겨 바삭함을 극대화한 치킨입니다. OB베어의 치킨은 전자의 모범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념소스도 따로 내달라고 하면 주시니 후라이드 좀 먹다가 질리면 소스 찍어먹으면 되겠습니다. 파전도 발군입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같이 갔던 미국 친구들에게 하고 싶었으나 영어가 딸려 그냥 허허 웃다가 왔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미국사람들은 팥칼국수 싫어하더라

회사를 떠나기 이틀전 쯤 슈퍼바이저와 함께 먹었던 것입니다. 어쩌다 만두 이야기가 나와 함께 먹으러 갔습니다. 직접 빚은 만두도 괜찮지만 이 곳에서 제일 괜찮았던 것은 팥칼국수였습니다. 

이 식당은 그냥 한국입니다. 티비도 YTN을 틀어놓습니다. 식당도 한국인 손님도 한국인입니다. 슈퍼바이저는 한국말을 못하니 영어로 이야기하는데, 한국에서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기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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