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햄버거 편 - 3

한국에 돌아온 뒤로 어쩐지 햄버거를 자주 먹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 집밥이 맛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집에 가면 맛있는 반찬과 따뜻한 밥이 있으니, 굳이 밖에서 밥을 해결하지 않으려하고, 그러다 보니 또 패스트푸드를 멀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가끔씩은 빅맥의 불량하면서도 밸런스 잡힌 그 맛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미 오늘도 맥도날드 가기엔 그른 것 같으니, 미국에서 먹었던 햄버거를 이어서 기록해볼 것입니다.

 

쉑쉑버거, 아침이라 그런지 기분 탓인지 채소가 더욱 싱싱해보임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 하나, 아메리카노랑 느끼한 음식이랑 엄청 잘 어울린다는 것

샌프란시스코로 놀러가던 날 아침, 공항에서 먹었던 쉑쉑버거입니다.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미국의 평균 물가 사이에서는 나름 저렴이 느낌이 납니다. 그건 물론 감자와 밀크 쉐이크를 안 시켰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버거든 단품만 먹으면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버거를 음료도 없이 먹을 순 없을 것 같아서 커피도 한 잔 시켰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공항에 온 저에게 주는 보상이었습니다.

 

아마 제 생일날 먹었던 파이브가이즈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가기로 했는데, 그 중 몇몇이 한시간을 지각하는 바람에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먹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먹고 나서 피자도 먹고 케익도 먹었기에 사실상 에피타이저였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훅버거, 사실 어니언링 먹으러 오는 곳
지금보니, 양파를 백종원식으로 오래 볶아 카라멜라이즈 시킴
단체샷

텍사스로 일자리를 배정받은 친구를 떠나 보내며 마지막으로 먹었던 훅 버거 입니다. 패서디나에 살았던 친구들이 입 모아 공인하는 최고의 버거 맛집입니다. 버거도 맛있지만 튀김도 기가 막히기에 튀김 모듬도 시켰습니다. 어니언링 위주로 시킬 껄 후회했던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아보카도 버거도 먹고 샐러드도 먹으려 했으나, 아보카도는 재료 소진으로, 샐러드는 상추에 전염병이 돌아서 판매가 중지된 상태였습니다. 라고 기억했는데 지금보니 상추는 팔았던 모양입니다. 

 

잘은 기억안나지만 웬디스 대표 버거 세트
일행의 선택은 샐러드, 양이 너무 많아 다 먹으면 살찔듯
그냥 후라이임
너겟은 어디서 먹어도 맛있어
고기 패티가 네모난 것이 웬디스 버거의 특징

산호세에서 마지막날 먹었던 웬디스입니다. 블로그에 미국 패스트푸드 기행을 기획 중이던 시절이라 사진을 아주 잔뜩 찍었던 기억이 납니다. 별 기대하지 않고 갔었던 것인데, 맛은 굉장했습니다. 너무 굉장한 나머지 비행기 시간을 까먹고 여유롭게 햄버거 먹다가 그만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슬픈 사연이 있는 버거인 것입니다.

 

왼쪽이 에그 슬럿 버거, 오른쪽은 뭐 이상한 거였는데 내 입맛에는 별로
저기 쪽파 위에 올라가있는 희멀건 것들 모두 소금임, 안 섞고 먹으면 입맛 버림

LA 근교의 글렌데일에서 먹은 에그 슬럿입니다. 글렌 데일에는 거대한 쇼핑몰이 있는데 한 번 가볼 만합니다. 맘에 야경도 이쁘고 분수도 멋있음. 그리고 에그 슬럿도 맛있습니다.

 

버거하나 콜라하나 커피하나 시킴, 공항에서 커피시켰을땐 캔 커피가 아니었는데..
비싸도 맛있는 쉑쉑
왠지 기분이 내켜 반으로 갈라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에그 슬럿의 맛은 만족스러웠지만 양은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그 옆에 붙어있는 쉑쉑에 가서 버거를 하나 더 먹었습니다. 에그 슬럿이나 쉑쉑이나 양이 애매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두 가게가 바짝 붙어있는 이유는 어쩌면 전략적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이날도 아마 무슨 행사가 있었던 듯

너겟이 먹고 싶어서 갔던 맥도날드입니다. 너겟이랑 같이 먹을 콜라와 감자와 햄버거도 시켰습니다. 저는 이날 베이컨이 들어간 빅맥을 먹은 모양입니다.

 

잭인더박스, 저거 버거 이름이 아마 버터리 잭? 스위스 치즈 뭐시기
야채도 없고 그냥 버터랑 고기 그리고 치즈맛으로 밀어 붙임

시애틀 출신의 패스트푸드점 잭인더박스입니다. 여기 저기 매장이 있는 것은 보았으나 굳이 먹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미국인 동료의 크나큰 찬사를 듣고 한 번 먹어보겠다 결심하고 며칠 뒤 가서 먹은 것입니다. 히스패닉 친구들이 많이 사는 동네에 있는 매장이었는데, 그 날 그 매장에 있던 사람 중 절반이 얼굴에 눈물이나 식칼문신이 있는 것을 보고 쫄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테이크 아웃할 껄 크게 후회하였으나 이미 먹고 간다 이야기 했기에 그냥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종업원도 조금 무서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런 불안감은 버거를 한입 베어무는 순간 사라졌습니다. 깜짝 놀랄정도로 맛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빵에다가 버터를 찌덕찌덕 발라구웠으니 맛없기도 힘들겠지만, 어쨌든 제 스스로 집에서 해먹을 수는 없는 것이기에 단골이 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칼스 주니어에 재 방문했을 때입니다. 앞서 잭인더박스를 추천한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햄버거 집이 칼스 주니어란 사실을 알게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날 제가 선택한 것은 그곳에 있는 버거중 가장 비싼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냥 그게 제일 맛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세트로 무려 13불이나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너무 비싸서 아직까지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칼스주니어 햄버거의 맛은, 만약 햄버거의 이데아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이데아를 충실히 그리고 아주 큰 재료들을 이용해 재현해낸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먹고 나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는데, 그 이유는 다른 햄버거 집들과 비교했을 때 버거 크기가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100g당 가격을 잰다면 칼스주니어나 맥도날드나 비슷비슷할 것이란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건 제가 먹었던 메뉴에 관한 이야기고 다른 버거들은 어떨지 모릅니다. 안타깝게도 카메라에 담아오지 못한 버거중 더블웨스턴치즈버거라는 것이 있습니다. 야채하나 없지 고기 패티에 어니언링과 치즈를 잔뜩 박아 만든 것입니다. 훗날 저는 그 버거에 빠져 회사에서 동료들과 함께 칼스주니어 파티를 열게됩니다. 사진이 없는 것이 원통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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