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한국식 미국 집밥 편 - 1


미국의 외식 물가는 비싼 편이기에 항상 밖에서 밥을 사 먹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기껏해야 1년 남짓 미국에 머무르며 이사도 잦았고 또한 겨우 방 하나 빌려 얹혀 사는 신세였던 제 입장에서 낯선 서양의 부엌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식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이 종종 요리를 해먹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집밥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먹은 지 오래돼서 뭐랑 먹었는지 기억도 안남

미국에 온 이튿날 아침에 사온 우유입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선 우유를 마시지 않는데, 아무래도 미국에 왔으니 우유맛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괜히 우유가 땡기는 것 같기도해서 아침 산책 겸 마실을 나가 세븐일레븐에서 사왔던 것입니다.

 

국위선양하는 컵라면들

집에서 먹은 것은 아니지만, 세븐일레븐에서 만난 컵라면입니다. 전혀 컵라면 먹을 생각 없이 들린 편의점에 한국 컵라면이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사먹은 것입니다. 저 혼자 두 개를 다 먹은 것은 아니고 같이 살던 룸메와 하나 씩 나눠먹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체중 관리는 필수 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 16.99불
이사 3번만에 드디어 후라이팬 구매
밥까지 할 힘은 없어서 밥은 냉동으로 대체
낯선 부엌에서는 본인 요리 능력치의 70%까지 밖에 발휘가 안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

미국에서는 소고기를 싼 값에 살 수 있습니다. 5~6불이면 두 명이서 먹을만한 스테이크를 살 수 있는 것입니다. 파격적인 가격에 놀라 스테이크를 덜컥 샀으나, 집에와서 제게 후라이팬이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마트에 나가 후라이팬을 사서 구워먹은 스테이크입니다. 그닥 맛있게 구워지지는 않았으나 먹을 만은 했습니다. 이렇게 구우나 저렇게 구우나 소고기는 소고기이기 때문입니다.

 

필터땜에 눈부셔
냉동타코, 한 번 사면 오래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후라이팬 산김에 냅다 해먹은 새우 알리오올리오와 냉동타코입니다. 미국 마늘은 향이 한국 마늘보다 강해 알리오 올리오가 더 맛있게 됩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덜 익히면 엄청 맵기 때문에 조심해야합니다. 냉동타코는 맥주 안주로 딱인데, 해가 중천에 떠있던 대낮인지라 주인집 눈치때문에 낮술을 할 수 없어 조금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설거지가 귀찮아 키친타올을 접시로 쓴 모습

3번째로 정착한 집에서 먹은 아침입니다. 후라이팬을 산 그 집도 바로 이 집이었습니다. 집 부엌이 다른 집에 비해 정돈이 잘되어있어 여기서는 자주 이것저것 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주인집 눈치를 보기는 해야했지만 아침에 미니 오븐 몇 번 쓰는 것 정도는 자애롭게 넘어가 주었던 것 같습니다. 트레이더 조스에서 산 치즈빵인데 미니 오븐에 5분쯤 구워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맛을 냅니다. 

 

첫 밥 뚜껑 열던 그 때의 벅찬 감동

역사적인 첫 밥입니다. 미국에서 내내 빵만 먹고 지내다보니 따듯한 쌀밥이 그리워 냄비도 사고 쌀도 사서 해먹었던 밥입니다. 생각보다 냄비밥이 조금 귀찮아서 이 날 이후로는 밥솥이 있는 친구 집에서 밥 동냥을 해서 먹었습니다. 냄비는 이후로 라면 전용 냄비가 되었습니다.

 

가스레인지 기름때는 극혐이지만 우리집이 아니라 굳이 청소는 안함

이 날도 어김없이 알리오올리오를 해먹었습니다. 남들은 먹을게 없어 라면을 끓여먹을 때 저는 알리오올리오를 해먹곤 합니다.

 

필터가 안 들어가서 눈이 편-안

친구가 가져온 바나나를 한 쪽 얻어 먹은 사진입니다. 아이폰을 새로 산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 같습니다. 

 

미국에 놀러간 한국인의 미국식 피크닉 메뉴: 떡볶이

한국인 친구들과 즐겼던 떡볶이 공원 피크닉입니다. 룸메가 떡볶이 제작에 일가견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떡볶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잘 모르겠지만, 떡볶이를 사랑하는 다른 친구들의 말로는 시중의 어지간한 떡볶이 보다는 저 떡볶이가 낫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떡볶이 제작자 앞이라서 냉철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잘 먹었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미국 가정식이 아닐까

어느 나른한 주말 오후, 빵식으로 한 끼를 때운 모습입니다. 룸메는 헬스하러 나가고 저는 할 게 없어 늦잠이나 자다가 느즈막히 나와 뭐라도 해먹으려다가 너무 귀찮은 나머지 빵이나 두 세 쪽 토스트기에 굽고 파이는 전자렌지에 돌려 버터와 크림치즈 그리고 그냥 치즈와 함께 먹었던 것입니다. 조금 먹다가 맛있길래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핏물이 낭자한 스테이크

'이번엔 고기를 더 잘 구워보자!'라는 마음 가짐으로 재시도한 스테이크입니다. 팬이 너무 얇아서 그런건지 제 스테이크 요리 실력이 애매한 건지 이번에도 애매한 스테이크가 연성되었습니다. 한국 집에서는 나름 괜찮게 구워먹곤 했는 데 말입니다. 이번엔 토마토도 굽고 파스타도 했습니다. 물론 이날 중요했던 것은 스테이크도 파스타도 아닌 위스키였습니다.

 

계란 후라이는 두 개, 1인당 계란 정량은 두 알이기 때문 

룸메가 했던 카레입니다. 일본식 카레로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낸 것입니다. 오뚜기 3분카레에 입맛이 맞춰져 있던 제 카레 인생에 새로운 길을 제시한 카레였습니다. 굉장히 맛있었다는 말입니다.

 

미국에서 보쌈도 먹고, 한식 걱정 없었음

룸메가 했던 수육입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룸메가 요리를 좋아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덕분에 옆에서 잘 얻어 먹고 다녔던 것입니다. 수육을 하려고 고기는 샀는데 냄비가 작아서 고기가 안들어가길래,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해 그 집의 냄비 사이즈를 확인하고 그 집으로 가서 해 먹었던 수육입니다. 그나저나 저 김치는 어디서 났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룸메의 가족이 한국에서 보내준 택배였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미국햄을 쓴 부대찌개, 오리지날리티를 최대한 살린 모습

그리고 나서 해먹은 부대찌개입니다. 미국 소시지와 햄을 잔뜩 넣어 더욱 부대찌개 같은 느낌을 냈습니다. 제가 한 건 아니고 냄비를 제공해준 집의 친구가 한 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팝콘 셰프

이 것은 그 날 제가 한 팝콘입니다. 그냥 불을 켜놓고 그 위에서 흔들어만 주면 되는 것입니다. 가장 난이도가 쉬운 요리이기에 제가 부담없이 맡았던 것 같습니다. 은박지를 벗기면 팝콘이 잔뜩 나오는데 그 건 제가 깜빡하고 찍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또 저 팝콘을 해먹은 적이 있으니, 나중에 포스팅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오래끓여야 맛있다길래 오래 끓임

룸메의 생일날 끓여준 미역국입니다. 맨날 요리 얻어먹는 것이 미안해 언제 한 번쯤은 요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생일이기 끓여준 것입니다. 이거 하겠다고 참기름에 국간장에 별 재료들을 다 구하러 다녔으니 정성만큼은 잔뜩 들어간 미역국입니다. 제 입맛에 딱 맞게 끓여졌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룸메도 좋아했습니다.

 

황천의 뒤틀린 파스타 연성 완료

이사를 며칠 남겨 놓지 않은 날, 재료를 처리할 겸 해먹은 파스타입니다. 미역국하고 남은 소고기도 넣고 호기심에 샀던 먹물 파스타도 쓰고 싹이 나려하는 마늘도 다 때려넣고 만들었습니다. 냉장고 비우려 한 것 치고는 맛이 좋았습니다. 끔찍한 비주얼에 비하면 말입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