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멕시코 음식 편 - 1


미국에서 인상이 가장 크게 바뀐 음식을 꼽으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이 멕시코 음식을 뽑겠습니다. LA에 와서 진짜 타코를 먹기 전까지 제 머리 속에 있던 타코의 이미지는 타코벨의 타코가 다였습니다. 바삭한 토르티야에 간고기 조금 넣고 거기에 양상추와 체다치즈를 곁들인 후 사워크림을 뿌려 마무리한 타코, 바로 그 타코벨의 타코가 제가 생각하던 타코였던 것입니다. 멕시코 사람들은 다 그런 타코만 먹고 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타코의 실체는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진짜 타코는 과자같이 바삭한 토르티야가 아닌 옥수수 반죽으로 구워낸 말랑한 쌈같은 토르티야에 멕시코식 양념으로 조리해 낸 고기를 넣고 양상추와 치즈 대신 고수와 양파를 곁들여 매콤한 살사 소스를 뿌려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처음엔 제대로된 멕시코 타코를 먹고도 이것이 진짜 타코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습니다. 애초에 뭐가 진짜인지 알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저 저는 "음 LA 타코는 좀 독특하네" 정도의 감상밖에 내 뱉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타코를 수차례 접하고 나자 저는 타코 없이 못사는 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멕시코 음식들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다 먹으면 진짜 엄청 배부름

미국에 도착한지 이튿날 점심으로 먹었던 타코벨입니다. 그저 아는 브랜드이기에 너무 반가워서 들어가 먹은 것입니다. 위에서 타코벨을 가짜 타코나 파는 악당같이 묘사했지만, 사실 저는 타코벨도 좋아합니다. 맛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더욱 장점인 점은 위에 있는 그 박스 구성에 음료수까지 모두해서 겨우 5불밖에 안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부분이 누가 뭐라해도 타코벨의 최대 장점입니다. 

 

엔칠라다와 타코, 맛없기 힘든데 맛없었음
해변을 다녀온 날에는 맥주를 먹는 거라고 배웠기에..

말리부 해변을 다녀오느라 버스만 왕복 5시간을 탔던 날 저녁에 먹은 멕시코 음식입니다. 이때는 아직 멕시코 요리에 대해 잘 모를때였는데, 아마 타코와 엔칠라다가 들어간 세트를 주문했던 모양입니다. 엔칠라다란 토르티야에 고기를 넣고 길쭉하게 말아낸 후 소스를 잔뜩 뿌려 먹는 음식입니다. 저는 저 당시만 해도 엔칠라다에 대한 이유모를 애정같은 것이 있어 괜히 멕시코 식당을 가면 엔칠라다만 시켜먹곤 했었습니다. 아직 제 입맛을 스스로 제대로 파악하기 전이었습니다.

 

감동이었던 브리또, 너무 맛있었다
와 손 엄청 타서 시꺼매진 것봐

패서디나 살 시절, 친구 집 앞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려다가 배가 고파서 들어간 타코집입니다. 타코 대신 브리또를 선택했는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7불 밖에 안하는 주제에 크기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입니다. 밥 두공기는 들어갔을만한 크기였습니다. 속안에 고기도 실하고 맛없을 수가 없는 브리또였습니다. 후에도 또 먹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LA 시내로 이사를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뭔가 성의없이 덜렁 나오는 것이 맛집스멜이긴 했음

회사 주변에서 먹은 브리또입니다. 아마 출근 첫날이라 친구가 없어 혼밥을 하러 나왔던 모양입니다. 이 식당도 정말 자주 갔는데, 이 식당을 추천해준 동료의 말로는 정말 정통식 멕시코 음식을 판다고 합니다. 브리또는 정통 멕시코 음식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비밀로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왼쪽이 피쉬 타코, 오른쪽이 치킨 타코일 것이라도 추측
샘플러로 다양하게 먹는 것이 현명

이 곳은 LA 시내에 몇 군데 있는 젊은 감각의 타코집, "Guisados" 입니다. 정통만을 추구하는 타코라기보다는 어느정도의 트렌디함과 타협은 한 듯한 느낌입니다. 대체로 맛있었습니다. 재밌는 것은 저 중 몇 가지 타코는 장조림, 닭볶음찜 같은 맛을 냈다는 것입니다. 토르티야와 한식간의 조합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피쉬타코가 진짜 맛있음

산 호세에서 먹은 피쉬타코입니다. 제가 전형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모양의 타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양배추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먹어보니 맛있었습니다.

 

치폴레와 매화수,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이 날 치폴레는 유난히 매웠다.

정전이 된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핸드폰 라이트를 키고 먹었던 치폴레입니다. 이 날 정말 추웠는데 정전으로 온풍기가 나오지 않아 죽을뻔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포트기로 물을 끓일 수 없어서 저기 있던 컵라면들은 그대로 집으로 들고 왔는데, 결국 끝까지 안 먹어서 쓰레기통에 그만 버리고 말았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지나치게 푸짐하게 시킴
소 닭 돼지 골고루 시켰음
살사와 과카몰리와 칩, 이 날 이후로 아보카도와의 사랑에 빠졌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서 먹었던 타코입니다. 현금밖에 받지 않는 아주 유명한 집에 가서 한참을 기다려 받은 타코입니다. 주인장도 영어를 잘 못하고 저도 영어를 잘 못해 서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여곡절 끝에 받은 타코는 불통의 고통을 싹 잊게 해줄 만큼 훌륭했습니다. 장사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기 마련인가 봅니다.

 

이곳 엔칠라다는 달아 너무,,

멕시코 음식 중에서도 오악사카 식의 멕시코 요리입니다. 오악사카는 멕시코 지역 중 하나라고 이 날 들었습니다. 고산지대에 있고, 이곳 음식의 특징은 달콤한 몰레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기 보이는 똥색 소스가 몰레라고 합니다. 달달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맛이었습니다. 저 밑에는 엔칠라다가 깔려있습니다. 사실 이날은 직장 보스가 쏘는 날이었습니다. 저는 얻어 먹는 입장이니까 눈치껏 적당한 것을 시켜야한다고 생각하고 가장 저렴한 메뉴 중 하나를 고른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걸 시킨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저 빼고 다들 2~3인용 플래터를 시킨 것입니다. 당연히 다 먹지 못하고 다들 포장해서 집에 싸들고 갔습니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회식 문화였던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는 꼭 비싼 걸 시키리라 다짐했으나, 안타깝게도 다음 기회란 없었습니다.

 

엔칠라다에 염소치즈를 좀 뿌린듯

회사 주변에 있다던 정통 멕시칸 식당, 자모라 브라더스의 엔칠라다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식당이라기보다는 정육점이고 겸사겸사 요리도해서 파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면 갈때마다 소 돼지들이 거꾸로 메달려 말라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날 부로 저는 엔칠라다와 결별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엔칠라다보다는 브리또나 타코가 맛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좌측이 한국식 타코/ 우측이 멕시코 타코
양상추로 만든 김치에 달달한 고기 좀 넣은 맛이었음

이 곳은 아주 유명한 식당입니다. 로이 최 셰프가 런칭한 '고기' 타코집입니다. 푸드트럭에서 한국식 타코를 판매하던 로이 최 아저씨가 장사가 잘돼 그냥 매장을 몇 개 낸 곳입니다. 한국 음식의 매콤달콤한 맛을 잘 살려내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고 합니다. 2008년즈음인가 굉장히 핫했었다고 다큐멘터리에서 봤습니다. 또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서 실제 인물 모델 겸 음식 자문을 맡은 분이 바로 이 식당 주인인 로이 최 셰프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제 주관적인 평가는 그저그랬습니다. 제가 아마 맵고 단 음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때문일 것입니다. 같이 갔던 일행들은 맛있다고 난리부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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