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햄버거 편 - 4

저는 햄버거를 참 좋아합니다. 어제 그제도 맥딜리버리를 시켜먹고 오늘 점심도 맥도날드를 먹었습니다. 언제부터 제가 햄버거를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심가는 몇몇의 순간들이 있기는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햄버거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햄버거를 먹습니다. 지금도 맥도날드에서 잠깐 노트북을 꺼내 이 포스팅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까 먹은 빅맥이 너무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습니다. 이 좋은 기분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햄버거들을 마저 기록해 볼 것 입니다.

 

정말 미친놈처럼 먹음 이날

배가 많이 고프던 어느 저녁, 홀린 듯이 빅맥 세트와 너겟을 사와 게걸스레 먹었던 날입니다. 물론 이날도 5불 행사중이었기에 먹을 수 있었습니다. 먹다가 너무 맛있어서 중간에 사진을 찍은 것입니다. 맥도날드가 없었더라면 제 미국 생활은 다소 불행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잭인더박스, 채소없이 치즈와 고기로만, 성공적
보기 나쁜 떡이 먹기도 나쁘다

이 날은 잭인더박스가 먹고 싶었던 날입니다. 전에 먹었던 잭인더박스가 너무 맘에 들었던 이유입니다. 또 하나 이유가 더 있다면, 잭인더박스를 추천해준 회사 동료가 말하길, '잭인더박스는 버거집이지만 타코가 더 맛있음!' 그 이야기를 듣고 잭인더박스의 타코를 안 먹어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친구의 말이 항상 진실이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타코는 많이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두근두근 언박싱
가끔은 치킨버거도 먹어줘야한다는 것
소스는 잭인더박스에서 온게 아닌 것으로 기억

이 날은 야간에 갑자기 햄버거가 땡겼습니다. 아마 저녁을 못 먹은 날인 것 같습니다. 저녁을 못먹어서 야간에 햄버거가 땡긴 것이라면 갑자기라는 표현은 조금 어색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잭인더박스 배달을 시켰습니다. 어차피 배달비가 드니까 기왕 먹는거 잔뜩 먹자는 마인드로 너겟도 시켰습니다. 치킨 버거에 너겟이니 아마 이날은 닭고기가 많이 땡겼던 것 같습니다. 잭인더박스는 치킨을 무슨 특별한 기름에 튀긴다고 했는데 그게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사실 대부분 햄버거집들이 자신들만의 비법기름 같은 것을 광고하기에 일일히 기억을 못하는 것이 정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맥모닝, 이게 아침이라고?
빵 계란 소세지 베이컨이니 양식 아침 맞긴 한듯

전 날 잭인더박스를 추천해준 회사 동료의 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거나하게 말아 마시고 그 다음날 아침 숙취에 고생하다 맥도날드까지 기어가서 사온 맥모닝입니다. 무려 트리플 뭐시기 였는데 고기 두장에 베이컨 하나 계란 하나 그리고 치즈까지 들어가는 알찬 구성입니다. 아침으로 먹기에는 과하게 알찬 구성입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그런 것을 크게 개의치 않기에 미국인입니다. 저 또한 미국에서 1년쯤 살았던 시기이기에 크게 개의치않고 주문해 먹었습니다. 맛은 정말 헤비했습니다. 숙취까지 있으니 끝까지 먹는 것이 도무지 쉽지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간신히 다 먹고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나니 귀신같이 숙취가 모조리 사라졌습니다. 일종의 해장버거였던 것입니다.

 

예쁘게 생김
먹으면 더 예쁨

회사에서 먹은 칼스주니어의 더블웨스턴치즈버거입니다. 이거 사진을 안찍은 줄 알았는데 찍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회사에서 먹은 마지막 점심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이 더블웨스턴치즈버거에 비이상적인 집착을 보였기에 마지막 식사로 다들 배려해준 것 같습니다. 그 몇주전에는 제 이름을 딴 칼스 주니어 버거 파티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더블 웨스턴 치즈버거의 구성은 단순합니다. 고기와 치즈와 베이컨에 어니언링을 올린 것이 다입니다. 야채는 튀긴 양파가 끝이니 그야말로 헤비함의 끝을 달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맛의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고 다채로운 지방 맛들이 은근히 균형을 이룹니다. 먹다보면 조금씩 힘겨워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럴 때는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렌치소스를 조금 발라 먹으면 또 괜찮아집니다. 렌치 소스는 잭인더박스를 추천해준 동료의 팁입니다.

그리고 문득 느끼는 것이지만 제가 미국에서 정말 헤비하게 먹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건강검진을 받아보는게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화이트캐슬, 사진찍을때만 해도 기대감은 그닥
안 먹고 갔으면 인생의 절반 손해봤을뻔

라스베가스에서 먹은 화이트캐슬입니다. 영화 <해롤드와쿠마>를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영화에서 해롤드와 쿠마가 미친듯이 찾아다니는 햄버거가 바로 이 화이트캐슬입니다. 이 버거를 먹기위해 해롤드와 쿠마는 치타도 타고 탈옥도 하고 행글라이더도 탑니다. 아무튼 그 영화를 보고 아주 먹고 싶었던 버거인데 주변에 가장 가까운 화이트캐슬이 라스베가스여서 라스베가스에 와서 먹은 것입니다. 미국 최초의 패스트푸드점이라는데 매장이 그렇게 많지는 않습니다. 대신 그냥 마트 냉장고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걸 전자렌지 데워 먹어봤자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는 분명 별로일 것이기에 꼭 한 번은 화이트 캐슬 매장에 가보리라 다짐한 것입니다. 결국 라스베가스까지 가서 먹었으니 저도 일종의 '해롤드와 쿠마'인 셈입니다.

아무튼 솔직한 마음으로는 이 버거에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냥 순전히 호기심이었습니다. 심지어 전에 먹은 점심이 소화가 아직 안돼 배도 빵빵한 상태로 갔기 때문입니다. 원래 한 두어개만 시켜 맛만 보려했으나 두어개 단품으로 시키는 것보다는 5개를 세트로 시키는 것이 더 싸길래 5개를 시켰습니다. 그리고 하나 먹는 순간 5개 시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해롤드와 쿠마도 결국 화이트캐슬에 당도한 후에는 햄버거를 인당 40개씩 먹습니다. 저 역시 35개를 더 시킬까 고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에 저녁도 먹어야하고 하니 그냥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따듯하고 촉촉한 버거였습니다. 케첩을 찍어 먹어도 좋습니다. 버거 크기가 작아 부담없이 간식으로 먹기도 좋습니다.

 

인앤아웃, 이 날 번호표 착각해서 남에 꺼 받았다가 쪽팔렸음
그래도 인앤아웃은 짱이야

그랜드캐년 투어를 갔더니 오는 길에 인앤아웃에 잠깐 내려줍니다. 투어 코스에 인앤아웃을 끼는 것은 한인투어만의 특징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미국인 투어도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인앤아웃은 서부에만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인앤아웃을 먹었습니다. 패서디나 살때는 정말 자주 먹었던 것인데, LA 시내로 이사오고나서는 한동안 맛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날 일정을 끝으로 서부를 떠났기에 나름 의미있는 식사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고른 메뉴는 더블 버거에 애니멀 프라이즈입니다. 버거에 양파는 구워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인앤아웃 스러운 조합입니다. 만약에 초행길이라면 이 조합대로 한번 시도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행엔 맥도날드지
그시절 내가 사랑했던 소스

시애틀 공항에서 DC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다 할 일이 없어 먹은 맥도날드입니다. 햄버거를 위에서 찍어 무슨 버거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빵에 깨가 없고 치즈의 모서리가 8개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보았을때 더블치즈버거를 먹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너겟도 먹었습니다. 여기서 미국 맥도날드 팁. 너겟을 먹을때 핫소스를 달라고하면 저기 있는 멕시코 스타일 살사를 줍니다. 이게 너겟 찍어먹기에는 짱입니다. 특히 저처럼 달달한 바베큐 소스를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꼭 한번 시도해보는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아는 핫소스 맛과는 조금 달라 튀김에 찍어 먹기에 괜찮습니다.

 

칙-필-레, 뒤에 쓰레기 봉지는 무시해주길 

뉴욕에서 먹은 칙-필-레(Chick-fil-A)입니다. 파파이스와 KFC의 아성을 뚫고 강력하게 성장하고 있는, 어쩌면 이미 성장을 완료한 치킨버거집입니다. 패서디나에 있을 때는 자주 다니다가 오랜만에 온 것입니다. 이 곳이 얼마나 인기있냐면 그냥 패스트푸드인 주제에 웨이팅이 있습니다. 심지어 다들 테이크아웃을 해가는데도 웨이팅인 것입니다. 또 재밌는 점은 이 곳 사장이 굉장한 크리스찬인 덕에 일요일에 문을 열지도 않습니다. 또 들리는 소문으로는 동성애 반대 시위를 지지한다고도 합니다. 아무튼 일요일에 안 열어도 동성애자들 등져도 이렇게 인기가 많을 수 있는 이유는 치킨샌드위치가 맛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집에 돌아가기전에 다시 한 번 먹었습니다. 그닥 햄버거가 땡기는 날은 아니었으나 이 날 아니면 다시는 먹을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냥 다시 먹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만-족

 

소스 어마어마하게 주는 것 무엇
케찹하나 빼고, 소스 하나도 안 뿌려먹음

뉴욕에서 배달시켜먹은 버거킹입니다. 미국에 1년을 있으면서도 버거킹을 한 번도 못 먹어봐서 약간 초조하던 때였습니다. 미국 버거킹 맛도 보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뉴욕을 여행하다가 저녁 끼니때를 놓치는 일이 있었고 그 길로 바로 버거킹을 배달시켜먹었습니다. 이런 저런 버거를 맛보고 싶었으나 제 위장은 한정되어 있기에 그냥 가장 기본적인 와퍼를 먹었습니다. 더블치즈와퍼를 먹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 버거킹은 상태가 메롱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으나 저는 아주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한국에서 버거킹이 갖는 위상과 미국에서의 버거킹의 위상은 좀 다르지만(미국에서 인식이 더 별로였던 것같음)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버거 하나만 시켰는데요..?
언제나 쉑쉑 상추는 신선해보여
보기만 해도 맛있음

마지막으로는 뉴욕에서 먹은 쉑쉑버거입니다. 무려 본점에 가서 먹었습니다. 생각보다 줄이 안 길어서 바로 시켰는데 버거가 나오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일단 주문만 빨리 받고 그다음에 대기를 시키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쉑쉑 버거 본점은 놀랍게도 야외 매장입니다. 그냥 공원 한복판에 매점마냥 달랑 쉑쉑버거 매장이 있습니다. 사서 그냥 옆에 벤치에가서 먹으면 됩니다. 맛은 뭐 다른 쉑쉑이나 다를 것은 없었다 생각하지만 사진이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단품만 사서 먹으니 6달러 선에서 해결할 수 있어 기분이 좋았습니다. 목 맥히는 것은 주변 음수대로 달려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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