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 코믹스보다는 마블을 더욱 좋아하는 저는 사실 별 기대 없이 <아쿠아맨>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쿠아맨>이 생각보다 수작이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종종 들어 약간의 기대는 품었던 것 같습니다. 마블에 버금가는 새로운 수작 유니버스가 탄생하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볼 것도 많아지고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디-씨붐은 오는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드리자면 ‘글쎄올시다’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다소 평면적인 점이 아쉽습니다. DC 유니버스는 슈퍼 히어로를 기반으로 한 세계를 다루는 영화 시리즈인 만큼 경쟁자인 마블 유니버스와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이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이처럼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영화가 단순한 오락적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아쿠아맨>과 <블랙팬서>는 숨겨진 비밀 왕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두고 다른 신념을 가진 형제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구도가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두 영화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블랙팬서>에서 보이는 트찰라와 킬몽거의 설득력 있는 각자의 신념과 가치의 대립이 <아쿠아맨>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블랙팬서>에서 두 형제의 대립이 현실에서 핍박 받는 흑인의 모습을 은유했다면, 아쿠아맨은 그저 영화를 진행시키기 위한 대립에 그칩니다. 일차원적인 스토리에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쿠아맨>은 다소 유치합니다. 아기장수 우투리에서 부터 보아왔던 전형적인 히어로의 성장이야기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혈통빨 주인공의 감동적인 역경 돌파 스토리는 이미 수십번쯤 보아서 자막을 안 봐도 무슨 내용인지 뻔히 알 것만 같습니다. 주인공은 등장부터 열라 짱 쎈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더 쎄져 있습니다. 게다가 아쿠아맨의 마초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대사들은 이 영화의 각본이 진정 2018년에 나온 것이 맞나를 한 번 더 의심하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