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없음] 디-씨붐은 오는가, <아쿠아맨>을 보고

<저스티스 리그>가 정의닦이로 판명난 후 무너져버린 DC 유니버스. DC팬이라면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디-씨붐은 과연 <아쿠아맨>으로 말미암아 올 수 있을까요?


왜 겨울에 개봉했을까요. 여름에 했으면 시원하고 좋았을 텐데. 출처: CGV



DC 코믹스보다는 마블을 더욱 좋아하는 저는 사실 별 기대 없이 <아쿠아맨>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아쿠아맨>이 생각보다 수작이라는 소리를 주변에서 종종 들어 약간의 기대는 품었던 것 같습니다. 마블에 버금가는 새로운 수작 유니버스가 탄생하면 관람객 입장에서는 볼 것도 많아지고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어쨌거나 ‘디-씨붐은 오는가?’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먼저 드리자면 ‘글쎄올시다’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스토리가 다소 평면적인 점이 아쉽습니다. DC 유니버스는 슈퍼 히어로를 기반으로 한 세계를 다루는 영화 시리즈인 만큼 경쟁자인 마블 유니버스와 비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블 영화들이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이처럼 크게 흥행할 수 있었던 요소 중 하나는 영화가 단순한 오락적 수준에서 멈추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아쿠아맨>과 <블랙팬서>는 숨겨진 비밀 왕국의 새로운 지도자를 두고 다른 신념을 가진 형제가 대립한다는 점에서 구도가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두 영화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블랙팬서>에서 보이는 트찰라와 킬몽거의 설득력 있는 각자의 신념과 가치의 대립이 <아쿠아맨>에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블랙팬서>에서 두 형제의 대립이 현실에서 핍박 받는 흑인의 모습을 은유했다면, 아쿠아맨은 그저 영화를 진행시키기 위한 대립에 그칩니다. 일차원적인 스토리에 아쉬움을 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쿠아맨>은 다소 유치합니다. 아기장수 우투리에서 부터 보아왔던 전형적인 히어로의 성장이야기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고난 혈통빨 주인공의 감동적인 역경 돌파 스토리는 이미 수십번쯤 보아서 자막을 안 봐도 무슨 내용인지 뻔히 알 것만 같습니다. 주인공은 등장부터 열라 짱 쎈데 영화가 끝날 때쯤에는 더 쎄져 있습니다. 게다가 아쿠아맨의 마초성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대사들은 이 영화의 각본이 진정 2018년에 나온 것이 맞나를 한 번 더 의심하게 만듭니다.


얘가 눈에서 레이저 쏜다고 생각해보셈. 웃음 참기 힘들었음. 출처: CGV

아쿠아맨은 시각적으로 큰 장점을 가지고 있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코스튬에서는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최소한 개인적으로는 그랬습니다. 어릴 적 파워레인저에서 본 특촬물식 코스튬을 입은 파리맨이 처음 등장할 때 저도 모르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이윽고 파리맨이 눈에서 레이져빔을 발사하기 시작하자 저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또 하나 더 아쉬운 점은 아쿠아맨의 코스튬이 넘모 촌스럽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원작 반영이라지만, 아이폰이 감성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금색에 초록색은 너무한 컬러매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촌스러운거 인정?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쿠아맨>은 분명 강력한 장점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2시간 30분 가량 되는, 슈퍼 히어로 영화치고는 긴 러닝타임 동안 영화는 한시도 쉬지 않고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화려한 시각 효과와 거대한 스케일은 이 영화를 오락영화로서 살아 숨쉬게 해주는 가장 큰 요소입니다. 시종일관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을 때려부수고 물을 들이 붓습니다. 물 속에서 벌어지는 한 편의 거대한 CG 서커스를 보는 듯합니다.


으악 특수효과! 출처: CGV

전례 없는 스케일의 수중 씬들 또한 눈을 즐겁게 합니다. 특히 마지막 대형 전투씬은 바닷속에 <반지의 제왕>을 가라앉혀 놓은 것 같습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생선전투액션입니다. 수중 액션의 신기원을 열었다고 평할 만 합니다. 저는 바다 속에 그렇게 상어가 많은 지 이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또한 바닷속에 제임스 완 감독이 시각화한 매력적인 세계관은 속편을 기대하게 합니다. 이번 영화는 해저 7 왕국을 겉핥기 식으로만 보여주며,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음을 시사합니다. 이미 속편 제작이 확정된 만큼 기대해 볼만 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 캐스팅 하나만큼은 기가 막혔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 드로고는 사막에서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짱 쎘습니다. 엠버 허드는 이 영화의 장점이 시각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줍니다. 솔직히 다들 기묘하게 생긴 물고기들보다는 엠버 허드 보느라 바빴던 거 다 알고 있습니다.


아름답죠? 출처: CGV

요약하자면, <아쿠아맨>은 오락 영화로서는 꽤나 괜찮은 영화입니다. 영화관에서 보더라도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다만 DC 유니버스의 부활을 이끌기에는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직선적인 스토리에 전형적인 캐릭터들, 아이언맨이 보여주며 마블 유니버스의 성공을 이끌게 했던 센세이셔널함을 이번 영화에서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평이 DC의 봄을 기대하는 추세인 것을 보면, 처음 DC유니버스 영화를 접하는 저로써는 도대체 전작들이 얼마나 구데기였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지 궁금증을 유발하네요.


아무튼 보고 싶으면 보세요. 오락 영화로는 볼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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