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보, 이수역 - 삼고초려 후 만난 연어

이상하리만치 가는 날 마다 타이밍이 안 맞는 집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쇼보'가 그렇습니다. 올해 여름부터 들리려고 마음을 먹고, 이수에 올때마다 틈틈히 찾아갔으나 항상 휴무였던 것입니다. 물론 '쇼보'가 불성실하게 영업을 한 것은 아니고 제가 보통 이수에 가는 날이 일요일이고, 이곳의 휴무일도 일요일인데다가 매번 제가 그 사실을 까먹었던 이유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요일이 아닌 날 이수에 들러 '쇼보'에 방문했습니다. 혹시 몰라서 예약까지 했던 것입니다.

 

2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유 없이 간판도 찍어주고

예약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뛰어갔으나, 알고보니 사장님도 재료 손질이 늦어져서 10분 뒤에야 주문을 받을 수 있다고 하십니다. 코리안 타임 모범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굳이 오픈시간에 맞춰 예약을 했더니 아무도 없는 썰렁한 가게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창밖으로는 이수 거리가 보입니다. 

 

오늘의 목표 메뉴는 연어입니다. 메뉴 이름 좌측에 파란 별 스티커가 붙어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 대표 메뉴인듯합니다. 굳이 연어 이름은 피겨 연어인데, 아마도 피겨 연아에서 따온 이름이 아닐지 합리적으로 의심을 해보았습니다.

 

이시국인 관계로 설명 생략

젓가락은 굉장히 길쭉한 편입니다. 젓가락이 길쭉하다고 더 잘 집히고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약하게 튀긴듯구운듯한 건빵이 나왔습니다. 군대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오늘의 동행자는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기에 입을 다물기로 했습니다.

 

피겨 연어 (22,000원)

연어 한 판이 나왔습니다. 2만원 조금 넘는 가격에 이 정도 양이면 꽤 괜찮은 듯 싶습니다. 연어는 얇게 썰어 나왔습니다.

 

근접샷
더 근접샷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 뒀습니다. 연어 밑으로는 얼음이 쫙 깔려있어 온도를 차갑게 유지해줍니다. 얼음과 연어 사이에는 양파들이 숨어 있습니다. 연어와 양파와 무순을 함께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무순 좌측으로 연어 뱃살이 몇 점 올라 가 있습니다. 지방의 흰 줄이 더 굵게 들어가 있는 모습입니다.

 

피겨 연어 시켰더니 따라나옴

연어만 먹으면 느끼할 수 있으니 샐러드를 함께 주셨습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샐러드지만 연어와 곁들이기에 꽤 좋습니다. 그냥 연어만 집어 먹기에는 양이 좀 되니 심심하거든요.

 

연어-양파-와사비-무순 조합으로 첫 점을 시작했습니다. 아주 무난무난한 조합입니다. 연어의 감칠맛과 고소함을 즐기면서 동시에 채소의 아삭함도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이렇게 말아 먹으면 더 맛있냐구요?

이번엔 연어 안에 속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먹어봤습니다. 몬가 비주얼적으로 더 나아진 느낌입니다. 약간 더 잘 말고 싶다는 괜한 욕구가 밀려옵니다.

 

똑같음 ㅎㅎ

예술혼을 잔뜩 발휘해 똘똘 싸맨 연어말이입니다. 잘 말은 것 같아서 더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 동행자에게 촬영을 부탁해 사진을 얻어왔습니다. 살짝 삐져나온 양파는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데, 이는 이미 승천한 연어의 넋을 기리고자 제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진짜임!

 

뱃살은 말아 먹을 수 없으니 그냥 먹었습니다. 푸짐한 지방맛이 좋습니다. 많이 먹으면 질리겠지만 어차피 뱃살은 몇 점 안들어있어서 많이 먹을 수가 없습니다. 세심한 배려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더는 돌돌 말아 싸먹기가 귀찮아서 그냥 대충 먹기로 했습니다. 연어 특유의 감칠맛과 그 지방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더해져 술 안주로 곁들이기에 참 좋습니다. 보편적 연어 만큼 쫄깃하지는 않았지만 퍼석퍼석하지 않고 괜찮은 연어였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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