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먹고나서 생각하기 김야매 2020. 9. 30. 14:21
“가게에 모자란데가 없는데 딱 하나, 화장실이 없네요”, 사장님이 말했다. 이태원 골목을 따라 구비구비 산책하다 우연히 찾은 카페에서였다. 와이파이도 없고 테이블도 ‘테이블’이라 적힌 의자가 대신하고 있었지만 사장님은 자신의 카페를 그렇게 소개했다. 간만에 친구와 이태원에 왔다. 나는 백수고 친구는 휴가 중이어서 평일 점심에 만났다. 점찍어둔 가게서 피자를 먹고 나니 할게 없었다. 언덕길을 따라 산책을 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다. 일단 올라가며 생각해보기로 했다. 언덕을 오를수록 한글 간판의 비율이 점점 줄었다. 어떻게 각도를 잘 틀어서 사진을 찍으면 터키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이곳이 한때 힙했던 우사단길이라고 했다. 마트에선 외국 식품을 팔았고 골목 사이사이에선 외국인들이 쭈구린채 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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