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0. 3. 20. 20:35
어릴 적엔 그런 로망이 있었다. 월가의 증권맨마냥 밥 먹을 새 없이 바빠서 한 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남은 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리며 일하는 그런 로망. 쌍심지가 들어간 눈은 모니터에 고정한채, 손에 든 햄버거는 쳐다보지도 않고 우겨넣으며 정신없이 일하는 직장인에 대한 로망.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런 로망이 있었다. 놀랍게도 코로나가 그 로망을 실현시켜주었다. 재택 근무로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수확이다. 묵직한 더블쿼터파운더치즈 버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렸다. 사실 두드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른손 검지를 세우고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콕콕 찍어서 문장을 완성하고 업무를 진행했다. 혹시나 케찹이 키보드에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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