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 스테이크는 거품? 셰프들이 대답한 과대평가, 과소평가된 고기

우리는 육식동물이다. 동물의 살코기에 군침을 흘린다. 굽고 삶고 찌고 볶고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고기를 조리해 먹는다. 고기는 명실상부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다. 

 

삼겹살의 든든한 매력

그런데 고기라고 다 같은 고기가 아니다. 같은 돼지에서 나온 고기라도 부위에 따라 맛이 다르다. 예컨대 삼겹살은 지방이 많아 고소한 풍미가 좋고, 목살은 탄탄한 근섬유 다발로 이루어진 덕에 담백하고 쫄깃한 식감을 갖는다. 한국인이 특히 선호하는 고기 부위다.

 

부위마다 맛만 다른 것이 아니다. 선호도에 따라 가격도 다르다. 예를 들어 돼지 다리살은 운동량이 많아 고기가 질기고 잡내가 강한 편이라 삼겹살이나 목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그런데, 행복이 성적 순이 아니듯 고기맛도 인기 순이 아니다. 맛과 가격이 항상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자마다 생각하는 좋은 고기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요리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미국의 유명 셰프 17인이 과대평가된 고기와 과소평가된 고기를 뽑았다. 그들의 의견을 한번 참고해보고 어떤 고기가 가성비가 좋은지 한번 확인해보자!

 

내가 구운 스테이크

 

과대평가된 고기 부위는 어디?

일단 셰프들이 꼽은 과대평가된 고기 부위부터 살펴보자.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마음 단단히 먹는 것이 좋겠다. 17명 중 무려 9명이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가장 과대평가된 고기 부위로 골랐다.

 

 

 

안심은 맛이 없다고?

셰프들은 소고기 안심에 해당하는 Filet Mignon, Beef Filet, Tender Loin 등을 과대평가된 고기 부위로 골랐다. 전체적인 의견을 종합하자면, 소고기 안심은 풍미와 지방이 적은 주제에 가격까지 비싼 부위라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 최고급 스테이크 부위로 평가 받는 필레 미뇽(Filet Mignon)이 박한 평가를 받았다. 필레 미뇽은 안심 중에서도 끝부분을 지칭한다. 안심 중에서도 특히 고급으로 인식되는 부위다. 포크로 자를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러우며, 가장 비싼 스테이크 부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내가 구운 스테이크 2

미시시피 출신의 유명 셰프인 존 배쉬는 필레미뇽을 가장 과대평가된 고기로 뽑으며, 일차원적인 맛을 낸다고 평했다. 다른 셰프들도 안심의 낮은 지방함유량을 지적하며 풍미가 적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심에는 지방이 적다. 다른 부위에서 볼 수 있는 마블링이 거의 없고 대부분 살코기로 이루어져 있다. 소고기의 풍미를 대부분 품고 있는 소기름을 적게 품고 있으니 안심의 풍미가 얕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운동량이 적기 때문에 소고기 특유의 육향을 즐길 수 있는 여지가 다른 부위에 비해 적다. 

 

필라델피아의 피터 서피코 셰프는 안심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 더 저렴하고 맛있는 부위로 토시살(Hanger Steak)를 추천했다. 비싸기만하고 풍미가 적은 안심보다는 내장 가까이 위치하며 육향을 가득 머금고 있는 토시살 스테이크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내가 안 구움

 

한편, 셰프들에게 박한 평가를 받은 안심은 미국의 푸디(식도락가)들 사이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부위다. 필레 미뇽을 주문하면 ‘쟤 뭘 모르는 구나’ 하는 눈총을 받는다. 한국에서 평양냉면에 식초를 뿌려 먹는 것을 평양냉면 매니아들이 견디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포터하우스, 와규, 닭가슴살 등도 과대평가라는 의견

그 외의 과대평가된 고기로 포터하우스, 와규, 닭가슴살, 돼지안심, 푸아그라 등이 꼽혔다.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포터하우스는 안심과 채끝이 동시에 붙어 있어 비싼 부위인데, 안심과 채끝을 같은 불에서 동시에 완벽하게 조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따로 먹는 것이 낫다고 평가 받았다. 와규는 종 별로 편차가 너무 크며, 같은 가격을 내면 미국산 중에도 충분히 그 정도 풍미를 내는 소고기를 찾을 수 있다는 평을 받았다. 닭가슴살은 아무런 풍미가 없는데다 육포 수준으로 과조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푸아그라는 누가 조리해도 비슷한 맛을 낸다는 이유로 과대평가되었다는 의견이 있었다. 

 

내가 먹은 와규는 맛있던디

과소평가된 고기에는 평 갈려

한편, 과소평가된 고기를 골라달라는 질문에는 의견이 크게 나뉘었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의외로 토끼고기로 2표를 받았다. ‘탑 셰프’에 출연한 바 있는 톰 콜리치오 셰프는 다양한 요리에 쓸 수 있고 살이 많으며 풍미가 좋다는 이유로 토끼고기를 가장 과소평가된 고기로 꼽았다. 또한 브라이언 말라키 역시 토끼고기를 과소평가된 고기로 꼽으며, 다음 돼지고기이자 오리고기라는 평을 남겼다. 다만 토끼의 너무 귀여운 이미지가 대중화를 막고 있다며 유기농 당근을 먹고자란 토끼고기를 만날 수 있기를 기다린다고 말했다. 

 

토끼고기 뿐만 아니라 다른 의외의 고기에도 표가 돌아갔다. 양고기 역시 과소평가된 고기로 꼽혔다. 스테이크로 먹었을때 풍미가 다른 고기들을 능가한다는 것이다. 뿔닭도 표를 받았다. 닭보다 풍미가 좋고 게미(gamey, 가금류 특유의 피맛)한 향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구하기 힘들 뿐 닭고기 상위호환의 고기로 평가 받았다. 해파리 또한 과소평가된 고기로 평가받았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해파리 고기를 ‘치아에 대한 노래’로 비유한다며 식감과 향이 우수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남이섬에서 만난 귀여븐 토끼 (식용 아님)

소고기는 목심, 우둔살, 돼지는 갈비와 머리

소고기 중에서는 목심과 우둔살이 과소 평가되었다는 의견이다. 목심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깊은 풍미에서 호평을 받았다. 더 우아한 부위도 있지만 풍미는 다른 부위보다 강하다는 의견이었다. 소의 엉덩이 부위인 우둔살은 영국인들이 사랑하는 스테이크 고기다. 가격은 저렴하고 로즈마리 소금과 함께 먹으면 맛이 좋다는 평이었다. 

 

돼지머리와 돼지갈비도 과소 평가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돼지머리는 양식에서 주로 찜이나 스튜용으로 사용되지만 샌드위치에 넣어먹었을 때도 진가를 발휘하며, 돼지갈비는 풍부한 지방 덕에 리치하고 풍성한 맛을 낸다는 의견이었다. 

 

한편 닭다리도 과소평가됐다는 의견을 받았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다소 어리둥절할 수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 닭다리는 의외로 환영받지 못한다. 저렴한 부위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식당에서 닭다리는 닭가슴살이나 여타 부위에 비해 싼 가격에 팔린다. 

 

마지막으로 혀 고기가 과소평가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부위가 다소 징그러운 이미지를 불러 일으키지만 막상 먹어보면 탄탄하고, 풍미 강하고, 지방기 가득해 맛있다는 것이다. 혀라는 사실을 모르고 먹는다면 모두들 좋아할 맛이라는 평이었다. 

 

렝구아(소 혀) 올미트 브리또, 어메이징하게 맛있음 ㄹㅇ루

마치며

물론 미국 셰프들에게 물어본 의견이기에 한국인이 모두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다들 너무 진지하지는 않게 재미로 봐주셨기를 바란다.그럼에도 절반이 넘는 셰프가 안심을 과대평가된 부위로 뽑았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필자 역시 기름기 있는 고기를 선호하는 편인데 본인 취향에 다시 한번 확고한 믿음을 다지며 이만 글을 맺는다. 

 

출처

이 글에 쓰인 셰프들의 설문조사 결과는 이곳 링크에서 볼 수 있다.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