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0. 3. 20. 20:35
어릴 적엔 그런 로망이 있었다. 월가의 증권맨마냥 밥 먹을 새 없이 바빠서 한 손에는 햄버거를 들고 남은 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리며 일하는 그런 로망. 쌍심지가 들어간 눈은 모니터에 고정한채, 손에 든 햄버거는 쳐다보지도 않고 우겨넣으며 정신없이 일하는 직장인에 대한 로망.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런 로망이 있었다. 놀랍게도 코로나가 그 로망을 실현시켜주었다. 재택 근무로 얻을 수 있었던 최고의 수확이다. 묵직한 더블쿼터파운더치즈 버거를 왼손에 들고 오른손으로는 자판을 두드렸다. 사실 두드렸다고는 할 수 없다. 한 손으로 자판을 두드린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른손 검지를 세우고 독수리 타법으로 자판을 콕콕 찍어서 문장을 완성하고 업무를 진행했다. 혹시나 케찹이 키보드에 떨어지지 않을까 노심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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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20. 1. 4. 17:35
긴장되는 마음을 풀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할까. 나는 맥도날드를 먹는 편이다. 긴장이라는 것은 비 일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그러니 긴장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일상적인 행위를 억지로라도 행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비일상적인 상황 때문에 긴장을 한 손님이 긴장을 풀기 위해 햄버거를 먹으러오는 일은 맥도날드에게 있어서는 일상적인 일이다. 긴장 때문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해도, 일상적으로 보아왔던 햄버거가 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머리 속은 복잡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척 햄버거 포장을 벗긴다. 일상적인 날의 햄버거와 똑같이 생긴 햄버거가 똑같이 들어있다. 긴장된 손으로 햄버거를 벗겨도 햄버거는 그저 어제의 그 햄버거일 뿐이다. 결국 비일상적인 것은 나 뿐이고 세상은 어제와 같다. 오늘을 비 일상을 규정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