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2. 6. 08:51
한 때 왕십리의 김치찌개 패권은 시장 골목 안에 위치한 '장이구이집'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상호명은 장어구이집이지만 장어구이보다는 김치찌개로 유명한 곳으로, 저렴한 가격과 괜찮은 맛으로 왕십리의 수많은 술꾼들과 학생들을 끌어당겼죠. 그러던 어느 날 혜성 같이 나타난 신인이 왕십리 김치찌개 패권에 도전합니다. 그 도전자의 이름은 이돈집. 그 선택지 풍부한 왕십리 상권에서 매 점심마다 줄세우기를 하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김치찌개도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고 가게도 깔끔했으니 이유있는 돌풍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장어구이집이 휘청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술먹고 싶은 사람들은 계속 장어구이집으로 가고 밥먹고 싶은 사람들은 이돈집으로 향하며 사이 좋게 왕십리 김치찌개계를 양분했다는 훈훈한 결말입니다. 어쨌든 저는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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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에그 스크램블' 전문가되기 3주 코스 김야매 2018. 5. 29. 22:18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한국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밥을 안 먹고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에 한 달 정도 친구들과 뉴질랜드 여행을 갔을 때였다. 뉴질랜드에 도착한지 불과 3일 만에 밥과 김치를 찾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못가 한인 마트에서 조미료 향이 가득한 제육볶음을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타향만리에서까지 굳이 혼밥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도 그 틈에 껴서 제육볶음에 젓가락을 댔으나 그들의 그 한국음식 사랑은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밥이나 빵이나 일단 위 속에 들어가고 나면 탄수화물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굳이 그걸 따져서 먹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밥이 땡기는 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