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8일차, 마가린간장 '스크램블 에그' 밥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한국인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굳이 밥을 안 먹고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전에 한 달 정도 친구들과 뉴질랜드 여행을 갔을 때였다. 뉴질랜드에 도착한지 불과 3일 만에 밥과 김치를 찾는 친구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못가 한인 마트에서 조미료 향이 가득한 제육볶음을 사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타향만리에서까지 굳이 혼밥을 하고 싶지 않았던 나도 그 틈에 껴서 제육볶음에 젓가락을 댔으나 그들의 그 한국음식 사랑은 쉬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밥이나 빵이나 일단 위 속에 들어가고 나면 탄수화물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굳이 그걸 따져서 먹어야 하냐는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밥이 땡기는 날이 있다. 어쩐지 오늘은 밥을 먹어야만 할 것 같은 날, 그 날은 대개 해장이 필요한 날이다. 자고 일어났지만 취기가 반쯤 남아 머리가 아직 살살 아플때, 얼큰한 국물에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 다시 꿀잠을 자고 나면 그만한 해장약이 따로 없다. 그런 의미로 오늘은 간장계란밥을 해먹기로 했다. 며칠전 축제 때 오지게 먹은 술이 아직 나의 간을 괴롭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간장버터밥을 해도 계란은 두 알을 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 대로 계란은 두 알을 쓸 것이다. 1인분은 계란 두 알이라고 유투브에서 정해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왠지 달걀물을 칼로 풀어주고 싶다. 예리한 칼날로 노른자를 풀면 어쩐지 더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간장마가린 '스크램블 에그' 밥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마가린이다.



일부는 스크램블 에그 제조에 들어갈 것이고, 일부는 밥 비비는데 사용될 것이다.



계란물을 올려주고 주걱으로 저어주며 스크램블 에그를 제조한다



예쁘게 저은 계란을 구석으로 모아 잔열로 익게 내버려 두고, 밥솥에 밥을 퍼러 가자. 간장마가린계란밥의 포인트는 아주 뜨끈뜨끈한 흰쌀밥이라 할 수 있다.



언제나 요리를 시작하기 전에는 밥솥에 밥이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반찬이 다 준비됐지만 밥은 없는 당혹스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러한 당혹스런 상황을 대비하여 햇반을 항상 집에 구비해 놓는 지혜가 필요하다.



침착하게 2분을 기다려 준다. 2분만 기다리면 멋진 간장계란밥을 만날 수 있다. 2분만..



2분이라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좋아하는 노래 한 소절을 20번쯤 반복하면 금새 2분이 지나가 어느새 햇반을 꺼낼 수 있다.



햇반을 먹을 때 장점 1. 개뜨겁다 2. 평평하게 밥모양이 잡혀있어 계란을 올리기 쉽다



간장을 뿌려주고 기호에 따라 파슬리 후추 깨소금 참기름을 추가해준다. 나는 내 기호에 따라 다 추가해줬다. 

다른 건 몰라도 깨소금과 참기름은 포기할 수 없다.



밥을 비비고 보니 아직도 너무 뜨거워서 차가운 참치와 함께 먹기로 했다. 맛은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18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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