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6일차, 더욱 간단한 스크램블 에그

인간이란 자고로 언제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존재다. 좀 더 편하고 간단하게를 끊임없이 요구한다. 요즘 세대의 '별다줄 신드롬'에서 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별다줄'이란 '별 걸 다 줄이네'의 줄임말이다. 워낙 별 걸 다 줄여서 부르다보니 이런 줄임말도 생겨버렸다. 고작 몇 글자 더 타이핑하는게 힘들면 얼마나 힘들다고 애써 억지로 말들을 줄이는 지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줄여 말하는 대로 나도 줄여 말하다보면 또 줄임말대로 그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줄여 말했을 때 더욱 어감이 친근해지는 단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막상 떠올리려고 생각해보니 딱히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아무튼 그런 단어들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스크램블 에그를 더욱 간단하게 만들어 볼 것이다. 스크램블 에그 만드는 데 시간이 들어봤자 얼마나 든다고 그걸 또 더 간단하게 만드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별다줄 논리로 답변할 수 있다. 더욱 간단하게 만든 스크램블 에그가 또 간단한 대로 매력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스에'를 만들 것이다. 



스에를 만드는데 드는 달걀 개수는 두 개다. 레시피가 간단해진다고 계란 수까지 줄어들 수는 없다.



마하 (마가린 하이라는 뜻 ㅎ)



간마녹 (간단하게 마가린을 녹여준다는 뜻 ㅎ)



여기서부터 기존 스크램블 에그와 더욱 간단한 스크램블 에그의 가장 큰 차이점이 나온다. 바로 계란물을 풀어주지 않고 바로 후라이팬에 계란을 올려주는 것이다. 그릇에 계란을 깨고 푸는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했다. 비록 '기스에' 만큼 노른자와 흰자가 잘 섞이지는 않겠지만, '더간스에'만의 매력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참고로 계란을 잘 못 깨서 껍데기가 같이 들어가버리면 구제할 기회가 '더간스에'에는 없다.



왜냐면 흰자가 응고되기 전에 재빠르게 저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소 스크램블에그와는 때깔부터 다르다. 희멀건 흰자들이 시퍼렇게 눈을 뜨고 살아 있는 모습이다.



평소보다 더욱 노란색과 흰색의 대비가 극명한 스크램블 에그가 되었다.



그러나 접시에 담아주니 평소와 딱히 다른 것 같지 않다.



오늘의 밑반찬은 닭봉이다. 어른 닭의 다리는 닭다리라 부르고 병아리의 다리는 닭봉이라 부르는 모양이다.



밥과 함께 담아 식사했다. 총평하자면 확실히 더욱 간단한 스크램블 에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더욱 야들야들한 느낌이었다. 아마 덜 섞인 흰 자들 덕분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다시 기존의 스크램블 에그 레시피로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순혈 스크램블 에그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라고하면 말 같지도 않을 것 같고 왠지 계란물 섞는 것이 또 그것만의 매력이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다. 아님 말고.


16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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