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5일차, 모닝빵 속에 스크램블 에그

스크램블 에그는 아침 식사로 먹는 경우가 많다. 호텔 조식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메뉴고, 엄마의 아침밥에서도 종종 찾아 볼 수 있다. 그리고 나의 아침밥에서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아마 바쁜 아침에 잽싸게 만들기 용이하고, 또한 아직 자극적인 음식을 받아 들이기엔 잠이 덜 깬 위장을 배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부드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애용되는 또 하나의 음식이 있는 데, 그 이름은 바로 모닝빵이다. 이름에서 부터 알 수 있듯이 모닝빵은 아침 식사로 제격이다. 바쁜 아침에 별다른 조리 없이 대강 베어물면 그만이고 꽤나 부드러워 위장에 자극을 주지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침에 먹기 좋다는 공통점을 가진 스크램블 에그와 모닝빵을 저녁식사로 먹어볼 것이다. 청개구리 심보가 이런 것이다.



아침 같은 저녁이기 때문에 계란은 두알이다. 물론 아침용으로 만들어도 두 알이고 저녁용으로 만들어도 두 알이다. 왜냐하면 스크램블 에그 1인분은 누가 뭐래도 두 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유투브가 정해준 진리이다.



계란은 두 알이지만 모닝빵은 3쪽을 먹을 것이다. 굳이 이유가 있냐고 묻는 다면, 두 쪽만 먹으면 빵 봉다리에 하나만 덩그러니 남기 때문이라고 대답하겠다. 홀로 남은 모닝빵이 외로워할 것을 생각하니 같이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빵의 감정까지 생각해주는 나는 참 착한 사람인 것 같다.



모닝빵과 스크램블 에그로 지나치게 건강할 것만 같은 오늘의 식단을 조금 기름지게 만들기 위해서 베이컨을 투입한다. 베이컨은 5줄을 넣을 생각이다. 원래 계획은 4줄이었지만 봉다리에 5줄이 있었기에 위와 같은 이유로 4줄을 굽기로 했다. 



휘익휘익 휙휙 휘이익휘익휙휙



베이컨은 기름이 많이 남는다. 키친 타올로 닦아주다가 귀찮아서 기름이 마가린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도록 배려해준다. 



기름과 베이컨에 만남에 계란물이 개입했다. 삼각관계라고 하기엔 계란물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둘의 마음을 모조리 빼앗아버렸을 것이다.



소금을 뿌리는 것을 잊지 않으려다, 소금을 적당히 뿌리는 것을 잊었다. 손목 스냅이 너무 강렬했던 나머지 예상한 것에 정확히 두배 정도 많은 양의 소금을 뿌렸다. 이미 베이컨이 짜기 때문에 조금만 뿌리려했는데 안타깝다. 오늘의 나트륨 섭취량은 평균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소금을 조금 긁어내서 버려보겠다고 숟가락으로 별지랄을 다 해봤는데 실패했다. 낙장불입이라. 그만 쌍피를 흘리고만 고스톱 플레이어의 애환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보람찼다.



실수는 잊고 마저 조리한다. 소금 덜어내겠다고 잠시 불을 꺼두었더니 잔열로는 익을 기미가 안보인다.



다시 불을 올려주고 잽싸게 접시로 옮겨준다. 만드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려 먼저 와있던 베이컨이 식어버렸다. 

아무리 뜨거웠던 마음도 제 때에 만나지 못하면 금방 식어버린다. 실생활에서도 종종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후회는 짙어진다. 요리의 경우 그냥 먹어버리면 끝이지만, 사람 관계였다면 빨리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답이다. 



화동이 꽃가루를 뿌리듯 파마산과 후추를 뿌려준다.



모닝빵은 에어프라이어에서 낮은 열로 오랫동안 구워줬다. 모닝빵은 그 생김새 때문에 토스트기에는 안들어가기 때문이다. 에어 프라이기에 구워줘도 충분히 맛있다.



맛있는건 맛있는 건데 속안이 겁나 뜨겁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손이 데일 수도 있는 것이다.



뜨거운 빵을 가르고 그안에 스크램블과 베이컨을 넣어준다. 

이윽고 계란과 베이컨은 원래부터 그럴 운명이었다는 듯 하나가 된다. 베이컨은 아직 따듯한 계란의 부드러운 살결을 가르고 그 안으로 파고든다. 계란은 베이컨을 위해 자신의 품을 내준다. 그들은 푹신한 빵 속에서 축축하게 하나가 된다.


15일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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