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19일차, 한국식 스크램블 에그

어느 날,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마 스크램블 에그는 서양에서 왔을테다. 요리의 정확한 유래까지야 알 수 없지만 이름이 영어인 것을 보면 영어권에서 온 음식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한반도에서 반만년 넘게 살아온 우리의 조상들은 개항 이전까지 스크램블 에그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한 번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다소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렇게 멋진 요리를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하다니. 레시피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그냥 후라이팬 위에 계란을 풀기만 하면 되는 것인데 말이다. 그러고 보니 한국의 전통 요리 도구 중에 후라이팬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후라이팬이 없었기에 우리의 조상들은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볼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후라이팬이 없던 조선에서는 어떤 계란 요리를 해먹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한국의 전통 요리 도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가마솥이다. 가마솥과 계란을 더하면 바로 계란찜이 떠오른다. 고깃집에 가면 조그만 뚝배기에 담겨오는 계란찜. 그렇다. 한국의 스크램블 에그는 계란찜이었던 것이다. 스크램블 에그의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우리의 조상들은 계란찜을 통해 즐겨 왔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식 스크램블 에그, 즉 계란찜을 할 것이다.



계란찜이어도 1인분이기에 계란은 두 알이다.



계란찜도 스크램블 에그와 마찬가지로 계란물을 풀어주어야 한다. 계란찜이 한국식 스크램블 에그임을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전통적인 맛을 내기 위해 다시다를 첨가한다. 왜 다시다가 전통적인 맛이냐고 묻는다면, 저기 광고 문구를 보라. 고향의 맛임을 선전하고 있다. 고향과 전통은 어쩐지 깊은 상관관계가 있을 것만 같다. 아님 말고.



다시다는 적당량 뿌려준다. 왜냐면 계란을 두 알만 썼기 때문이다. 그리고 왠지 다시다는 몸에 안 좋을 것 같다.



물을 부어준다. 여기가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다 부었지만 여전히 확신은 서지 않는다. 계란과 1대1 비율정도로 넣었던 것 같다



혹시 싱거울지 모르니 소금을 더 넣어줬다. 5분 뒤 나는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5분동안 전자렌지에 들어가기 직전의 모습이다. 집에 랩이 없어서 임시방편으로 비닐봉다리에 넣었다. 전자렌지에 들어가면 답답할 수도 있으니 숨구멍을 트여주기 위해 느슨하게 묶는다. 사실 블로그에서 이렇게 해야한다길래 따라했다.



오우 전자파



전자렌지를 돌리기 시작한 순간 우리는 상대성 이론을 체감할 수 있다. 전자렌지가 5분 동안 느긋하게 돌아간다. 인내심을 기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 



다 돌아간 계란찜은 우리가 기다린 그 기나긴 5분만큼 뜨겁다. 솔직히 그 이상 몇 배로 뜨겁기 때문에 아주아주 조심해서 꺼내는 것을 추천한다.



후추와 파슬리와 깨소금을 올려주고 요리를 마무리한다. 비주얼은 영 별로지만 맛도 생각보다 짜다. 다음에는 소금을 덜 넣어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일차 끝.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