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 21일차 + 수료, 스테이크 가니쉬로서의 스크램블 에그

여러분들은 전문가라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는 분야를 가지고 있는가? 아마 이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어느 한 분야만큼은 내가 그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어떤 질문에도 나만의 견해를 내비칠 수 있다고 감히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전문가가 되는 일은 굉장한 일이다. 그 분야에서만큼은 당신의 견해가 권위를 갖고 남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다. 그 분야에 어떤 이슈가 생길 때 마다 사람들은 당신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을 대체로 수용할 것이다. 전문가라는 명함은 그런 류의 것이다.

 

나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여기저기 겉핥기 식의 얕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은 조금 있지만, 어느 한 분야에도 자신 있게 내가 전문가라고 주장할 수는 없었다. 어느 하나 정도에 대해서 만큼은 나의 지식이 그 누구보다 넓고 방대하기를 바랬다.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야는 많지만, 전문가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특히 그 분야가 넓고 방대하다면 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적당한 노력으로도 적당히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했다. 그 고민의 결과가 바로 스크램블 에그였다

 

21일간의 대장정을 통해 21개의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며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가 될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울 당시에 내 생각으로는, 스크램블 에그라는 분야는 충분히 하찮아서 21일이면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단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그 대장정을 끝내고 스크램블 에그 21일차 과정을 수료했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내게 당신은 스크램블 에그에 대해 누구보다 방대한 지식을 갖고 있고, 스크램블 에그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나만의 견해를 내놓을 수 있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직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없다. 스크램블 에그의 세계는 생각보다 하찮지 않았다. 아직 알아가야 할 스크램블 에그의 면면이 많다.

 

그럼에도 내가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를 수료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비록 내가 만들어낸 코스이지만, 어쨌건 나는 이 과정을 끝까지 훌륭하게 이수했고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라는 명함을 획득했다. 본디 전문가라는 타이틀은 타인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다. 제 아무리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고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남이 그 사실을 몰라주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그는 그저 그 분야에 지식이 많은 사람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나는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를 수료함으로써 스크램블 에그에 대한 전문가임을 인증 받았다. 물론 스스로 만들어낸 코스라는 점에서 남들에게 인정받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코스라는 제도를 만들어 낸 순간, 코스를 만든 주체인 나와 코스는 분리되었다. 즉 이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코스라는 것은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하나의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실재가 된 것이다. 나는 그 사회적 실재를 통해 인정 받았기에 하나의 전문가로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코스를 수료한다고 해서 상장이 나온다거나, 학사모를 쓰고 사진을 찍는다거나 하는 의례적인 이벤트는 없지만, 나는 나름대로 감개무량하다. 3주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서 나는 남들에게 나는 스크램블 에그에 대해서 만큼은 전문가야!”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어쨌든 오늘은 마지막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것이다.



마지막 날도 계란은 두 알이다. 오늘도 혼밥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쩐지 계란이 작아진 것 같다. 아마 엄마가 계란을 사오던 주 거래처를 교체한 모양이다.



오늘은 계란과 스테이크를 함께 먹을 것이다.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의 첫번째 메뉴도 스테이크였다. 나는 수미상관을 좋아한다.



일단 스테이크를 먼저 구워두고 레스팅을 시키는 동안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기로 한다. 봉다리에 있을 때와는 다르게 어째 고기가 두덩이다.



마가린을 살살 녹여주기 시작한다. 스테이크를 구웠더니 가스렌지 사방이 기름범벅이다.



확실히 계란이 작아졌나보다. 계란물 양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보인다.



계란물을 푸는 동안 마가린이 녹았다. 계란물에 비해 마가린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작아진 계란을 고려하지 못한 탓이다. 



노란 계란물을 올려준다.



약불에서 천천히 조리한다. 



완성된 스크램블 에그는 한 쪽으로 모아준다. 너무 약불에서 조리하다 보니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그새 스테이크가 너무 식어버렸을까봐 걱정된다. (실제로 식음)



마지막 스크램블 에그의 아름다운 자태다. 그간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며 생긴 노하우의 총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 만족스러울정도로 완벽하다.



계란 옆에 밥과 스테이크와 마늘과 홀그레인 머스타드 소스를 올려 플레이팅을 완성했다.



썸네일 용으로 한 컷 찍어보았다.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를 마무리하며 그간 모아온 노하우를 공개하고자 한다. 더 멋진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싶은 당신께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가 주는 괜찮은 조언이 될 것이다.

 

1.     스크램블 에그 1인분은 계란 두 알이다.

2.     스크램블 에그는 처음부터 약불에서 조리하는 것이 좋다. 시간은 조금 더 오래 걸리지만 더욱 몽글몽글하고 부드러운 스크램블 에그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3.     스크램블 에그를 중불 이상에서 조리하게 될 경우, 바깥에서부터 가운데로 계란을 모아 주는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4.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때 식용유보다는 버터나 마가린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5.     계란물을 풀 때는 숟가락이나 젓가락보다는 칼을 사용하는 것이 편하다.

6.     치즈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 때 모짜렐라나 파마산보다는 체다 치즈를 사용하는 것이 더 맛있다.

7.     당신이 원하는 스크램블 익힘 정도 보다 조금 덜 익었을 때 불을 끄고 후라이팬 한 구석으로 모아주는 것이 좋다. 계란이 잔열로 마저 익을 것이다.

8.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고 나서 후라이팬의 찌꺼기를 닦을 때는, 불을 강하게 켜서 후라이팬을 달군 후 키친타올로 닦으면 더 쉽게 닦인다.

9.     스크램블 에그는 식빵보다 모닝빵과 먹는 것이 더 맛있다.

10.  스크램블 에그는 삼겹살과 먹어도 맛있다.



오늘부로 나는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로서 권위를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의 조언을 의심없이 믿어도 좋다. 딴지를 걸고 싶다면 당신도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 3주 코스를 수료한 후 오길 바란다. 이제 스크램블 에그를 3주 동안 만들어 본 사람만이 내게 스크램블 에그에 관한 훈수를 둘수 있다.


어쨌든 이로써 21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다. 때로는 귀찮기도 하고 때로는 바쁘기도 해서 매일 올리지는 못했지만 어떻게든 끝까지 왔다. 아주 뿌듯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종종 스크램블 에그를 만들어 먹을 것이다. 3주 전의 나와는 다르게 스크램블 에그 전문가로 다시 태어난 나는 전문가의 권위를 가지고 자신감있게 스크램블 에그를 요리해 낼 수 있다. 훗날 또 새로운 스크램블 에그에 대한 발상이 떠오른다면 언제든 다시 돌아와 번외편을 작성할 생각이다. 글을 마무리하려니 많은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하지만 시작이 있었으니 끝도 있어야 하는 법. 그럼 이만 아디다스.


21일차 끝.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