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20. 3. 16. 08:36
베트남! 했을 때 제가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바로 고추입니다. 언제인가 동네 술집에서 치즈불닭을 먹을 때 거기 들어 있던 베트남 고추가 너무 매워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매운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새끼 손가락 한마디를 세로로 쪼개놓은 작은 크기의 검붉은 고추였는데, 처음 씹었을 때는 종이 박스같은 식감 뿐이었습니다. 그냥 쓴 맛이 조금 도는 것도 같다가 튿어진 고추껍질에서 튀어나온 씨알갱이들이 혀 위를 조금 구르는 것도 같다가, 이거 뭐 맵다 말 뿐이지 직접 먹어보니 아무것도 아니구만 하하, 하고 자만하는 순간 혀의 양쪽 사이드 날개에서부터 불타는 듯한 고통이 시작됩니다. 이건 맵다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아무 말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혓바닥이 너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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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20. 2. 5. 08:41
신촌에 재미있는 면 요리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봤습니다. 은근히 이 근방에 오면 뭘 먹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곤 했는데 하나의 좋은 선택지를 찾은 느낌입니다. 2020년에는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면 요리 집 '정육면체'입니다. 현대백화점 뒤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에서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비닐로 바람막이 같은 것을 해놓았네요. 비닐 너머로 이렇게 느낌있는 가게 이름판도 찍어 보았습니다. 면요리집 이름에 정육면체가 뭔가 했더니, 마음 고기 누들 식당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센스있기는 하지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이름 같습니다. 네이밍 센스가 제 취향은 아니었단 말인 것입니다. 가게는 최근에 1주년을 맞은 듯 합니다. 생일 케이크 들고 있는 친구가 이 가게..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0. 22. 14:09
혹시 남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나만의 괴식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감자칩을 마요네즈에 찍어먹는다거나(생각보다 맛있음), 버터 팝콘과 초콜릿을 같이 먹는다던가(상당히 맛있음), 우유에 밥을 만다던가(극혐) 하는 것 등이 있겠습니다. 몇몇 괴식들은 그야말로 말그대로 괴물 같은 음식이지만 또 몇몇 음식들은 의외의 궁합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보편적인 취향을 자극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파닭 같은 경우는 처음 나왔을 때는 분명 괴식 취급을 받았겠지만 이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조합이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제 넘치는 창의성을 주체하지 못한 나머지 남들보다 긴 괴식 리스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몇 가지는 분명 보편적으로 먹힐 수 있으며, 맛의 논리적인 측면을 위배하지도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