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 신촌 - 재기 발랄한 창작 면 요리 집

신촌에 재미있는 면 요리 집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방문해봤습니다. 은근히 이 근방에 오면 뭘 먹지 쉽게 답이 나오지 않곤 했는데 하나의 좋은 선택지를 찾은 느낌입니다. 2020년에는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선정된 면 요리 집 '정육면체'입니다.

 

 

현대백화점 뒤편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역에서도 충분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비닐로 바람막이 같은 것을 해놓았네요. 

 

 

비닐 너머로 이렇게 느낌있는 가게 이름판도 찍어 보았습니다. 면요리집 이름에 정육면체가 뭔가 했더니, 마음 고기 누들 식당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센스있기는 하지만 직관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 이름 같습니다. 네이밍 센스가 제 취향은 아니었단 말인 것입니다.

 

 

가게는 최근에 1주년을 맞은 듯 합니다. 생일 케이크 들고 있는 친구가 이 가게 마스코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냐면 그 친구는 메뉴판에도 그려져 있는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요기서는 면을 역동적으로 빨아 먹고 있습니다.

 

 

메뉴는 예상보다 여러가지입니다. 오늘 먹었던 것들 퀄리티가 좋아서 이곳도 신짱과후쿠마루처럼 메뉴 깨기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가게 내부는 주방을 둘러싼 카운터석으로만 구성되어 있는데, 주방이 생각보다는 큽니다.

 

 

좌석은 대강 이렇습니다.

 

 

로고냅킨을 찍은 사진입니다. 동행자가 찍은 사진이 더 잘나와서 대신 올림

 

 

우육면 홍탕 (8,000원)

가장 먼저 나온 메뉴는 우육면 홍탕입니다. 거의 주문과 동시에 나오길래 '미리 만들어두나'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옆 사람 우육면을 실수로 갖다준 것이었습니다. ㅜㅜ

 

 

빨간 국물 우육면입니다. 특을 시킨 것도 아닌데 생각보다 고기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국물을 한 수저 떠서 맛보니 베트남식 쌀국수의 느낌이 강하게 옵니다. 쌀국수 특유의 풍미에 매콤한 맛을 접목시킨 느낌입니다. 

 

 

자연스럽게 고수가 떠오르는 맛. 고수를 요청했더니 갖다 주셨습니다. 싱싱한 고수를 넣고 다시 먹어보니 맛이 좀 더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보통 쌀국수는 매콤하더라도 빨간 맛으로 매콤하지는 않는 편인데, 그런 측면에서 봤을때 이 우육면은 꽤 새롭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육면은 사실 동행자의 것이었기에 앞접시에 조금 얻어왔습니다. 고기도 잔뜩 받아옴. 개이득인 것입니다

 

 

면도 들어서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블로거로서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중.

전체적으로 맛이 호감인 와중에 면의 양이 적다는 점은 단점으로 지목되었습니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다는 것.

 

 

고로 밥 추가는 필수라는 것이 동행자의 의견이었습니다. 밥은 보리밥이 제공되는데 꽤 잘 지어져서 먹기 좋습니다. 면 요리집이지만 엥간한 백반집보다 맛있는 밥을 내고 있는 모습. 물론 백반집 만큼 밥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이겠지만 그러나저러나 먹는 입장으로는 반가울 따름입니다.

 

 

이런 밑반찬이 있었는데 저는 원래 이런거 안먹어서 있는 줄도 이제 알음.

 

 

깨부수면 (9,000원)

우육면은 금방 받을 수 있었지만 깨부수면은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땅콩과 깨로 만든 즈마장(깨장)에 민찌(간고기)을 잔뜩 넣은 소스는 중국식 탄탄멘과 비슷한 느낌을 냅니다. 큰 차이점이라면 화자오의 향 대신 깨향을 좀더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는 느낌이 되겠습니다. 일단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보기 좋은 면이 먹기도 좋은 법. 그리고 튀김이 올라오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 우육면 국물을 조금 주시는데, 볶음밥에 따라나오는 짬뽕국물 같은 느낌인지 아니면 면 비비다 뻑뻑하면 좀 부어서 비비라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맛 자체는 눅진하고 고소해서 상당히 괜찮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눅진한 소스들을 참 좋아합니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는 이 풍부함을 지나침으로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방맛들이 강해서 살짝 물릴 수도 있구요. 

 

 

그보다 깜짝 놀랐던 것은 튀김. 정말 깨끗하게 튀겨진 튀김은 튀김옷도 적당히 단단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안에는 닭고기가 들었는데 따뜻하고 부드럽게 익어있습니다.

 

 

하나 단점이 있다면 면이 잘 비벼지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소스가 좀 뻑뻑한데다 면 자체도 유들유들한 면이 아니다보니 쉽게 엉킵니다. 불은 짜장면 비비는 느낌이랄까. 금산제면소의 유려한 면이 잠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깨부수면 역시 양이 상당히 적은 편.

 

 

이것도 보리밥이라서 좋음

그래서 밥을 요청했더니 꽤 많은 양을 주십니다. 이 정도면 아마 밥까지 가격에 포함된 분량인듯 합니다. 한 메뉴를 시켜서 밥과 면 두 가지 면을 먹는 셈이니 저로써는 더할 나위없이 좋습니다. 고소하고 눅진한 즈마장에 비벼먹는 밥이라니. 상상만으로 미리 행복해지는 중

 

 

아까 면 먹고 남은 소스도 모조리 때려박아 비볐습니다. 잘 안 비벼져서 아까 나온 우육면 국물도 좀 넣어서 비벼주었습니다. 

역시나 비주얼은 개밥 비주얼이지만, 이 맛이 개밥이라면 기꺼이 개가 되고픈 맛. 마제소바도 그렇고 탄탄멘도 그렇고 이렇게 자작하게 비벼먹는 비빔면 계열의 진정한 참맛은 밥 비빌때 있는 것 같습니다. 

 

 

한참 먹다보니 흑초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슬슬 고소한 감칠맛에 물려가는 찰나 잘 되었다 싶어 집어 들고 조금 때려 붓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넣었기는 했지만 그래도 발란스가 아주 무너지지는 않았습니다. 흑초의 시큼한 맛과 특유의 콤콤함이 밥알과 고기 사이로 오묘하게 스며들면서 지쳐가던 맛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시 생동감있어지는 요리.

 

 

초유린기 (6,000원)

이 닭튀김들은 초유린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다 필요없고 너무 깔끔하게 잘 튀겨졌기에 충분히 시켜볼 가치가 있습니다. 원래 우리 차례로 나올 유린기가 옆사람에게 가는 바람에 조금 늦게 받았지만 그래도 전혀 불만 없는 맛입니다. 물론 아까 우육면을 빨리 받아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유린기 퀄리티가 좋기 때문입니다.

 

 

소스도 새콤하고 짭잘해서 맛있는데 튀김옷을 아주 허물어버리지는 않고 적당히 적시는 정도에 머물러 있어 마음에 듭니다. 야채들과 함께 먹어주면 건강까지 챙기는 느낌이 드니 일석이조입니다.

 

신촌의 정육면체, 발군의 창작 면요리를 내는 가게입니다. 근방에 들릴 일이 있다면 한번 쯤 방문해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마 메뉴 세 개가 훌륭했으니 다른 것들도 괜찮을 것 같은데 저도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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