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타우너, 잠실 - 먹어봐야 할 웰메이드 햄버거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수제버거와 일반버거의 차이는 사실 가격에 있습니다. 수제버거의 '수제'라는 수식 때문에 일반 햄버거는 마치 공장에서 기계로 만드는 것 같지만 맥도날드 햄버거도 손으로 만듭니다. 사람이 직접 패티를 굽고 손으로 버거를 조립합니다. 도대체 누가 그놈의 '수제'라는 단어를 햄버거에다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햄버거를 보았을때, 그 버거—피차 손으로 만든가 수제인지 일반인지를 구분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패티의 두께? 잘 만든 빵? 다 좋습니다. 하지만 가장 명확한 포인트는 가격입니다. 3000원짜리 수제버거를 보면 '수제'햄버거 처럼 느껴지시나요. 그냥 분식점에서 파는 쌈마이 버거에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붙였다고 생각하실겁니다. 하지만 만원짜리 햄버거를 보면 굳이 수제라는 수식이 없어도 수제버거로 인식하고 뭔가 달라도 다르리라고 믿을 것입니다. 

모든 버거는 손으로 만들지만, 가격이 일정 이상 올라가면 우리는 그 버거에 수제라는 이름표를 붙입니다. 예를 들어 '다운타우너'는 스스로를 수제버거집으로 홍보하지 않지만 세상 온갖 블로그에서 수제버거 맛집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사실 뭐 그게 무슨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아니고, 아무튼 오늘 다운타우너를 다녀왔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장황한 서두를 적은 것입니다. 

 

다운타우너는 서울에 네 개의 매장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방문한 곳은 잠실점. 말은 잠실이지만 송파나루역에 훨씬 가깝습니다. 이 주변이 송리단길인가 일리단길인가 그렇다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비주류병 때문에 그런 억지 핫플레이스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라고 말하고 생각해보니 저번에도 몇번 와본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아까 한 말 취소

 

가격 봐라

워낙 가격이 사악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간지라 저는 오히려 생각보다 저렴하다고 느꼈습니다. 버거가 뭐 만원만 안 넘으면 되지 싶은 마인드였습니다. 

그리고 사실 다운타우너는 '패스트 캐주얼' 컨셉의 식당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아주 비싼 가격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패스트 캐주얼은 패스트푸드점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중간 쯤 되는 새로운 형태의 식당입니다.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되 음식의 퀄리티와 가게의 인테리어를 고급화해, 패스트푸드처럼 신속한 조리로 일반 레스토랑보다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합니다. 즉 패스트푸드의 장점인 합리적 가격과 신속성에 준 레스토랑급의 고품질을 더한 것입니다. 쉑쉑버거가 미국에서 이 형태의 선구자 역할을 했으며 그 후로도 다양한 가게들이 패스트 캐주얼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바르다 김선생과 같은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겠습니다. 저렴하고 간편한 음식이었던 김밥에 고품질을 더한 것이지요.

이렇게 음식의 퀄리티를 올리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레스토랑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입니다. 레스토랑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패스트푸드보다는 품질 좋은 식사를 하고 싶은 니즈. 바로 그 중간 지대를 공략하는 것이 패스트 캐주얼이고, 바로 다운타우너다. 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사실은 서두에 이 이야기를 하면서 글을 시작하려고 맘을 먹었으나, 막상 서두를 쓸 때는 기억이 안 나서 다른 소리를 써놨습니다.

글 많이 써서 힘드니까 이제는 사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주방은 대강 이렇게 생겼습니다. 직접가서 주문하면 됨

 

주문을 다하면 이렇게 멋진 번호표를 줍니다. 제가 받은 번호는 럭키 7에 6을 더한 13! 위풍당당하게 들고 와서 식탁에다 꽂아놓으면 직원이 알아서 음식을 갖다 줍니다. 요샌 맥도날드도 이렇게 하는 지점이 있더라구요. 고용창출에 이바지하는 맥도날드가 자랑스럽습니다.

 

가게 내부 식탁은 대강 이렇다는 것. 식탁이나 의자들이 고급은 아닐지언정 깔끔합니다. 

 

햄버거엔 탄산이 필요하기에 콜라도 주문했습니다. 디스펜서에서 죽죽 뽑아주는 것이 아닌 캔콜라를 제공합니다. 리필 요구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해버리는 단호한 결단력이 엿보입니다.

 

얼음과 콜라의 부피와 컵의 용량이 딱 맞아 떨어집니다. 편안..

 

버거 두개에 감자튀김, 콜라까지 다해서 삼만원 조금 넘게 나왔습니다. 인당 만오천원인 셈이니까 맥도날드로 환산하면 2.5빅맥세트. 앗.. 이렇게 생각하니까 좀 비싸게 느껴집니다. 

 

더블더블 (9,800원)

가격은 비싸도 어쨌든 햄버거 자체는 실합니다. 만원이 수긍이 가는 부분. 고기도 두껍고 치즈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빵 상태도 좋아보이구요, 채소도 큼지막합니다. 조리도 막 완료되었는지 국밥만큼이나 뜨끈합니다.

 

먹기 직전에 보니 자태가 너무 고와서 다시 사진을 한방 더 찍어주었습니다. 썸네일로 써야지 호호

 

일단 한입을 와작. 

준수한 수준급 버거입니다. 물론 이 가격에 준수하지 않으면 그거대로 문제가 되지만, 어쨌든 이 정도 수준이라면 충분히 만원을 지불할 의향이 있습니다. 패티가 아주 두꺼워 고기 먹는 맛이 납니다. 본인의 햄버거 개똥철학에 의하면, 햄버거는 자고로 소고기 패티맛으로 먹는 음식, 햄버거의 모든 재료가 소고기 패티가 최대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돕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옳은 지향성을 가진 버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버거는 옳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기맛과 치즈맛을 즐기기에 완벽합니다. 입안에 고기 가득하게 우적우적 씹는 야성의 맛입니다.

다만 총 버거 두께가 꽤 크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먹기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보카도 (9,300원)

아까 더블더블 버거가 고기 맛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 버거는 아보카도의 맛을 최대한으로 살려냅니다. 아보카도 특유의 그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맛이 아주 잘 살아있습니다. 

 

거기에 간간한 베이컨을 통해 맛의 밸런스를 잡아줍니다. 고기 패티의 감칠맛 역시 한몫하구요. 다만 아보카도 맛에 집중을 했다는 것은, 즉 지방 맛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사람에 따라서는 느끼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스도 상당히 고소하고 눅진한 것도 한 몫합니다. 지방맛을 잘라줄 만한 요소가 버거 내부에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다소 아쉬울 수 있겠습니다. 토마토와 양상추로는 역부족입니다. 물론 저처럼 느끼함의 극한을 추구한다면 오히려 극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파이시 치폴레 프라이즈 (6,300원)

감자튀김도 하나 시켰습니다. 느끼한 것을 잘 못먹는 동행자를 위해 약간은 매콤한 맛으로 시켰습니다.

 

그러나 그리 맵지는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하나도 안 매운 건 아닌 중간정도의 매움입니다. 저 같은 맵찔이도 잘 먹었다는 것은 누구나 잘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매움이라는 것입니다. 먹다보면 좀 얼얼하긴 합니다. 크림과 치폴레 소스의 조화가 꽤 잘 어울립니다. 후추도 뿌려져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맛있기는 한데 다음에 오면 과도지출방어를 위해 버거만 먹어야 겠습니다. 왜냐면 버거만으로도 꽤 배가 찼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날 감자를 남겼다는 것은 아니고 소스 까지 삭삭 긁어먹었습니다.

 

다운타우너의 버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솔직히 가격때문에 맥도날드마냥 데일리로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진짜 맛있는 햄버거가 먹고 싶은 날이라면 떠오를 것만 같습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가격을 감수하고라도 한 번쯤은 들릴만한 가치가 있는 웰메이드 버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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