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식당, 보라매 - 일상 속의 가성비 돈카츠

바야흐로 돈카츠 전성시대인 지금, 날고긴다는 돈카츠 집들의 평균가격을 따져본다면 아무리 적게 잡더라도 만원 이상일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보라매 공원 뒷편, 신대방삼거리와 신림의 사이의 애매한 위치에 수준급 돈카츠를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게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가보았습니다. '일상식당'입니다.

 

지하철로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위치에 있습니다. 사실 주변에도 딱히 사람들을 끌어모을 만한 요소가 없어 별 수 없는 동네식당의 입지입니다. 보라매 공원이 그나마 가깝고 주변에 회사 상권이 작게 나마 있기는 합니다.

 

2명이서 운영하는 테이블 네 개 규모의 작은 식당입니다.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습니다. 가격이 일단 확실히 저렴한 모습.

 

테이블 한 켠에는 이런 부수기재들이 존재합니다. 직접 떠먹는 시스템.

 

가게는 대강 이런 느낌입니다. 어느 부분은 수더분하면서도 또 어느 부분은 꾸미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복합적인 구성의 실내입니다.

물병은 1.3리터에 5천원짜리를 쓰고 계십니다. 제가 스티커를 대신 떼 드리려다가 혹시라도 사장님의 인테리어 소품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만 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레트로한 분위기의 냅킨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사장님 취향이 이런 감성이 아닐까 싶어서..

 

블럭카츠 3P+카레 추가 (6,000원 + 3,000원)

음식이 나왔습니다. 블럭카츠 3P에 카레 추가를 한 모습입니다. 가격은 겨우 구천원. 그런데도 씨알 굵직하게 튀겨낸 돈카츠에서 느낌이 오기 시작합니다.

 

이정도 두께의 돈카츠를 육천원에 먹을 수 있는 곳이 서울에 또 있을까요? 서울이 아니라 지구에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점은 맛이 수준급이라는 것. 보통 가격이 싸면 맛이 없고 맛이 있으면 가격이 비싼 것이 자본주의의 섭리인데 이 돈카츠는 그 섭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싸면서도 맛있습니다. 두꺼운 돈까스는 너무나도 부드럽게 씹히고 튀김옷도 부담스럽지 않게 잘 튀겨졌습니다. 고기 자체의 간도 적절해서 굳이 다른 소스를 찍어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3,000원을 내고 추가한 카레는 이렇게 따로 그릇에 담겨옵니다. 이 카레 역시 상당히 수준급. 

 

양파를 오래 볶은 듯한 단맛이 기분좋게 다가오면서 동시에 매콤함이 입에 퍼집니다. 토마토 베이스인듯한 새콤한 맛까지 어우러지는데 이 정도 수준의 카레를 3,000원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입니다. 

 

살짝 쏟았음.. 사장님 죄송..그래도 제가 휴지로라도 닦아놓고 갔습니다..

사실 소스들도 있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리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좌측은 그냥 흔한 돈카츠소스인듯하고, 가운데는 후추소금, 오른쪽은 카레소금입니다. 돈카츠 찍어 먹기에 좋은 소금들이긴 한데 묘한 단맛같은 것이 남아 그냥 카레에 찍어먹는 것이 저는 더 좋았습니다.

 

이렇게 카레에 푹 찍해서 먹으려고 카레를 추가한 것. 부드러운 고기와 입맛 돋는 카레가 이 날의 베스트 커플상.

 

카레는 밥과도 함께 먹고 남은 돈카츠를 조금씩 베어 먹는데, 다시 한번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가격에 이 맛이라니. 게다가 이게 겨우 6,000원이라니. 심지어 우리 집에서도 가깝다니. 

 

좋은 음식을 먹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생활반경을 벗어나야 하는 것인데, '일상식당'의 돈카츠는 일상적인 생활반경에서 발견한 비일상적인 수준의 음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