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원, 상도동 - 개성 있는 만두전골 가게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 28. 08:50
날이 추울 때 땡기는 음식들이 몇 있는데요, 만두도 그 중 하나 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리 춥지 않아서 딱히 만두 생각이 나지 않다가, 얼마 전 그나마 춥던 때에 만두가 떠올라 먹으러 다녀왔습니다. 상도동에 위치한 '사리원'입니다.
7호선 상도역과 숭실대역 그 딱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오자면 조금 걸어야 합니다. 하지만 찾기는 결코 어렵지 않습니다. 흰 외벽에 빨강과 초록의 네온 간판을 쓰는 건물은 흔치 않으니까요.
현관에 신발장도 있고, 인테리어도 왠지 철푸덕 좌석식 가게일 것 같아서 신발을 자연스레 벗으려는 순간 발견한 공지. 반쯤 벗었던 신발을 다시 신고 안으로 입장했습니다.
주택을 개조한 듯한 모양새의 인테리어입니다. 2층도 존재하는데 저는 1층에서 먹어서 사진은 못찍음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만두 요리가 주가 되고 열두냉면도 독특해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그보다 이 집의 가장 독특한 점은 술을 팔지 않는 다는 것. 그래서 저도 술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과 방문했습니다.
벽에는 사장님이 직접 쓰셨다는 시가 붙어 있습니다. 아 물론 저는 읽지 않았습니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제가 앉은 자리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언제 찍은지 모르겠는 부엌 사진.
김치가 두 종류나 서빙됩니다. 저는 원래 밑반찬 먹는 타입의 사람은 아니지만, 왠지 이 곳의 김치는 특별할 것 같은 느낌에 먹어봤는데 맛있습니다. 깍두기도 맛있고 무엇보다 얼음이 올라간 열무김치도 상당히 시원합니다. 아마 이 김치에 대한 사장님의 자부심도 대단한 것 같은 것이, 김치 접시를 반만 비워도 계속 리필을 해주십니다.
우선 접시만두가 나왔습니다. 소짜와 대짜의 가격차이가 천원이라는 것은 그냥 대짜 시켜먹으라는 것이겠지요. 대짜는 만두 다섯알이 나옵니다. 저희는 세 명이었기 때문에 배분이 어려웠으나 결국에는 숟가락으로 적당히 만두를 갈라먹으며 인당 5/3개씩 먹는 공산주의 엔딩에 이르렀습니다.
다른 각도로도 찍어보고 싶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제 만두 속을 갈라서 사진을 찍을 예정인데, 우선 비포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두부와 돼지고기가 두툼하게 들은 만두를 먹으며 저는 이 만두가 이북식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함께한 친구들은 이 만두를 명절만두라고 불렀습니다. 명절때마다 매번 시골에서 빚어먹는 만두라는 것입니다. 돼지, 김치, 두부가 넉넉히 들어간 이 만두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북 만두 같은데.. 그들은 명절마다 어디를 다녀온걸까요 호호
평양냉면집에서 먹는 만두와 기본적인 맛의 틀은 비슷하지만 거기에 조금 더 매콤한 맛과 간이 더해졌습니다. 넉넉한 크기의 만두는 입에 가득차 먹을 때 풍족한 느낌을 줍니다. 고기의 즙도 촉촉하고 감칠맛도 살아있습니다. 만두피도 적당히 쫄깃하니 웰메이드 만두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접시만두로 에피타이저를 때웠으니 이제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만두전골을 시켰습니다. 사장님의 개성이 돋보이는 플레이팅입니다. 마치 꽃이 핀 것 같습니다. 물론 요새 감성으로 세련됐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기억에 남는 비주얼입니다. 제가 본 만두전골 중에 가장 파격적인 모양새입니다.
불을 올리고 팽이버섯들을 싹다 국물 안으로 넣었더니 제가 아는 그 만두전골의 비주얼이 되었습니다.
끓기 시작하니까 김이 나서 사진 찍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두는 아까 그 접시만두의 그 만두인듯 합니다. 대신 전골 육수에 들어가 푹 끓었으니 더 촉촉하겠습니다.
전골 소짜를 시키면 공기밥 두개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저희는 세 명이었기 때문에 공기밥을 인당 2/3 씩 나눠 먹을 위기에 처했으나 다행히 공기밥을 하나 더 주셔서 1인 1공기밥을 할 수 있었습니다. 공산주의 대신 보편적 복지로 위기를 해결했습니다. 공기밥 양이 적은 것은 하나를 무료로 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 적은 것입니다. 다른 블로그 찾아서 확인해봤음.
만두가 맛있으니 만두 전골도 맛있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거기에 팽이버섯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더해지니 더 좋습니다. 촉촉한 만두를 밥과 함께 먹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소주 생각이 나는데, 이곳은 사장님이 공표한 음주청정지역. 소주는 훗날 다른 만두와 함께 하기로 해야겠습니다.
먹다보니 아래에 묻혀있던 소고기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고 국자를 젓다가 찾은 것이라, 보물선이라도 인양해낸 느낌입니다.
질겅질겅하지만 만두와 함께 먹으면 감칠맛이 폭풍같이 상승합니다.
성인 남자 세명에게 만두전골 소는 너무나 모자른 양이었습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니 국수 사리라도 추가할껄 그랬는데, 그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면 갑자기 핫도그가 땡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랑핫도그까지 가서 감자핫도그를 먹었다는 아름다운 마무리.
어쨌든 만두를 먹으러 간혹 찾아갈만한 집인 것 같습니다. 가성비가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리원'만의 개성이 담긴 만두전골은 이따금씩 생각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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