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20. 9. 25. 08:30
백화점이나 대형쇼핑몰에 가면 먹을만한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당은 많은데 딱히 땡기는 음식이 없습니다. 푸드코트에는 김밥천국 수준의 음식을 만원쯤에 내놓는 식당들만 가득합니다. 때론 검증된 식당이 몸집을 구겨서 푸드코트에 입점해있기도 한데 접객이나 음식 수준이 본매장보다 떨어지곤 합니다. 높은 층에 위치한 식당가에는 대기업 식당들이 자리를 나눠 차지하고 있다보니 대형 쇼핑몰에서는 새로운 음식이나 맛집을 찾는 재미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용산 아이파크몰도 그랬습니다. 최근 소문난 맛집들을 대거 입점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밥 한끼 대강 해결하기에 마뜩찮은 곳들 뿐이더라구요. 그러던 와중 아이파크몰 7층의 외딴 구석에서 오랫동안 자리잡고 있는 한 메밀집이 레이더에 잡혔습니다. 찾아가 맛본 메밀국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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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20. 3. 16. 08:36
베트남! 했을 때 제가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 중 하나는 바로 고추입니다. 언제인가 동네 술집에서 치즈불닭을 먹을 때 거기 들어 있던 베트남 고추가 너무 매워 고생한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매운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새끼 손가락 한마디를 세로로 쪼개놓은 작은 크기의 검붉은 고추였는데, 처음 씹었을 때는 종이 박스같은 식감 뿐이었습니다. 그냥 쓴 맛이 조금 도는 것도 같다가 튿어진 고추껍질에서 튀어나온 씨알갱이들이 혀 위를 조금 구르는 것도 같다가, 이거 뭐 맵다 말 뿐이지 직접 먹어보니 아무것도 아니구만 하하, 하고 자만하는 순간 혀의 양쪽 사이드 날개에서부터 불타는 듯한 고통이 시작됩니다. 이건 맵다라는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은 아무 말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혓바닥이 너무 아..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15. 23:15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맛은 무엇일까요. 뭐니뭐니 해도 바로 빨간 맛일 겁니다. 뻘건 국물에서 풍겨져 나오는 코를 아릴 듯한 매운맛. 먹으면 혀가 아프고 속이 아프지만 또 그만큼 시원하고 중독적입니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저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항상 매운 음식들이 땡깁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음식들은 천편일률적이라고 할 만큼 대부분 비슷한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들 빨간 양념으로 치장을 했다는 겁니다. 이는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지의 절반이 매운 음식이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물론 꼭 나쁘다고는 할 수만은 없겠지요. 그럼에도 종종은 어딜가나 비슷한 매운맛에 지치고 맙니다. 고춧가루를 잔뜩 뿌려 매운 맛들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했다는 기분입니다. 똑같이 매운 음식을 먹더라도 가끔씩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