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먹고나서 생각하기 김야매 2021. 1. 7. 22:36
파스타 1인분을 계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각종 티비 프로그램과 유튜브에서는 검지와 엄지로 면을 말아쥐었을때 단면이 500원 동전 크기면 성인 남성 한 명이 먹기에 적당하다고 말한다. 거 참 무책임한 말이다. 도대체 누가 요리하는데 주방에 500원을 들고 간단 말인가. 설령 우연찮게 앞치마 주머니에 동전이 하나 있었다고 해보자. 그래도 동전 크기로 파스타 양을 맞추라는 것은 여전히 실용적인 조언이 못 된다. 세균이 득실한 500원 짜리 동전과 파스타면을 번갈아가며 주물럭 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우리는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머리 속에 500원짜리 동전을 그려 놓고, 파스타 봉지에서 면을 한 움큼 꺼내 쥔 다음 그 가상의 동전에 빗대어 가며 크기를 가늠한다. 그런데 이 동전은 아무래도 실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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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물/자가격리 식사일기 김야매 2020. 12. 7. 22:24
벌써 자가격리도 9일차를 넘어가고 있다. 몸 컨디션도 좋고, 수염도 마음껏 기르고 있고—물론 누가 못기르게 한적은 없지만—, 집에서 시간 때우는 일에도 능수능란해져 이젠 전혀 어려움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 뉴-노말에 벌써 적응해버린 것일까. 격리 이후에도 집콕 생활이 계속 될 것을 생각하면 이른 적응도 나쁘지 않긴하다.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어 뉴-뉴노말에 적응할 날이 있기를. 오늘은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일어났다. 그래서 오늘 커피는 매우 진하게 탔는데, 그 때문에 오늘 하루 종일 심장이 벌렁거려 죽는 줄 알았다. 요즘들어 카페인 안 먹어버릇하니 약해진 건지도 모르겠다. 아침식사는 어제 피자집 사이드 메뉴로 주문했던 팝콘치킨 남은 것과 식빵 남은 것으로 해결했다. ..
시리즈물/미국에서 때웠던 끼니들 김야매 2019. 8. 2. 17:22
미국의 외식 물가는 비싼 편이기에 항상 밖에서 밥을 사 먹을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기껏해야 1년 남짓 미국에 머무르며 이사도 잦았고 또한 겨우 방 하나 빌려 얹혀 사는 신세였던 제 입장에서 낯선 서양의 부엌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식비를 아끼려면 어쩔 수 없이 종종 요리를 해먹었는데, 그래서 오늘은 미국에서 먹었던 집밥을 기록해 볼 것입니다. 미국에 온 이튿날 아침에 사온 우유입니다. 원래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선 우유를 마시지 않는데, 아무래도 미국에 왔으니 우유맛도 좀 다르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괜히 우유가 땡기는 것 같기도해서 아침 산책 겸 마실을 나가 세븐일레븐에서 사왔던 것입니다. 집에서 먹은 것은 아니지만, 세븐일레븐에서 만난 컵라면입니다. 전혀 컵라면 먹을 생각 없이 들린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