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기 간행물/먹고나서 생각하기 김야매 2020. 11. 13. 16:32
위스키를 마시러 어느 바에 갔다가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이름은 꾀돌이. 하얀색과 갈색의 콩 모양 과자다. 꼬맹이 시절 종종 먹던 50원짜리 불량식품인데 여기서 다시 만날 줄은 정말 몰랐네. 꾀돌이를 유독 좋아한다. 추억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쯤이었을까. 아파트 단지에서 동네 형들이 내 손에 꾀돌이를 한 움큼 쥐어줬다. 나와 같은 태권도장을 다니는 형들이었다. 그때 내 눈에 그 형들은 마냥 멋져보였다. 심지어 내가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우리 반에 찾아와 괴롭히는 애 있으면 말하라고 했다. 내 인생에서 든든한 빽이 있었던 유일한 순간이었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그 형들을 우러러 봤을까. 그때 내게는 그들이 마이클 잭슨이고 서태지였다. 그런 사람들이 내게 꾀돌이를 나눠줬다. 조막만한 손에 한 움큼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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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먹고나서 생각하기 김야매 2020. 10. 27. 15:09
미국에 잠시 살던 때 일이다. 시내로 가는 지하철 안이었다. 열차가 잠시 정차한 틈에 한 흑인 남성이 한인타운 곱창집을 검색하던 내 스마트폰을 낚아채 달아나버렸다. 역 부터 0.5마일 남짓 쫓아갔으나 그가 달아난 곳은 동양인에 비우호적인 동네였다. 깊숙히 들어갈 수 없어 추격을 포기했다. 동네 주민들은 나보다 도둑의 편이었다. 우연히 추격전을 목격한 한 백인 가족이 경찰 신고를 도와주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결국 핸드폰 없이 동네로 돌아가야 했다. 도착하니 해가 늦게 지는 LA임에도 어수룩했다. 그때 허탈한 마음으로 찾았던 식당이 바로 판다 익스프레스다. 판다 익스프레스는 미국식 중식을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다. 만만한 식당이다. 언제가도 실패하지 않는다. 가격도 괜찮고 양도 많다. 맛있는 걸..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2. 2. 08:49
학교 앞 시장 골목에는 분식집이 참 많았습니다. 알촌의 전신이 되는 노벨분식부터 해서 맛나분식, 그린분식, 또 무슨분식, 무슨분식해서 그야말로 분식점 전성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부터 분식점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맥주집, 고깃집들이 들어서더라구요. 노벨분식은 알촌에 전념하면서 시장에 있던 가게 운영을 접고, 맛나분식은 고깃집으로 업종을 변경하고 결국 이 시장 골목에 남은 분식집은 이제 몇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맛나분식을 참 자주 들렀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그곳의 치돌알(치즈돌솥알밥)을 먹을 수 없게 됐네요. 왕십리에서 먹었던 첫 끼가 바로 그 치돌알이었기에 애정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는데.. 뭐 어쩌겠습니다. 자본 논리에 따라 상점이 빠지고 들어오고 하는 것은 아담 스미스가 말한 사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