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자가격리 식사일기 김야매 2020. 12. 9. 23:12
자가격리도 서서히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답답하고 지루하단 말을 반복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겹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동시에 해외에서는 백신 접종 소식이 들려온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함께 찾아오니 마냥 비관적인 필요는 없겠다. 어서 마스크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싶다. 아침은 8일차에 먹다남은 피자와 10일차에 먹다남은 과카몰리로 때운다. 3일차에 큰 통으로 주문했던 커피도 이제 거의 다 마셨다. 겨우 하루 냉장고에 방치했을 뿐인데, 2주간 집에 방치된 본인만큼이나 과카몰리는 신선함을 잃었다. 슬프지만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피자에 발라먹으면 덜 신선해도 별로 티 안남. 어제 먹다남은 토르티야 칩에도 과카몰리를 발라 먹었다. 요렇게 먹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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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20. 5. 25. 08:37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햄버거입니다. 왜 좋아하냐고 묻는다면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 좋아하는 건 아니고, 어느 날 문득 깨닫고 보니 햄버거를 좋아하고 있었달까요. 그렇습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게되는 것도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일과 같습니다. 불현듯좋아하는 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오고, 그 순간이 오고 나면 좋아하는 마음은 가슴 한 켠에 커다랗게 자리잡아 사라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이 또 햄버거를 찾습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불가항력이니까요. 오늘의 버거, 내방역에 위치한 '미국식' 입니다. '미국식'은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카페 노티드 근처에 있어요. 나무 기물 위주의 인테리어. 느낌있습니다. 가게는 그리 넓지 않습니다. 테이블..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김야매 2019. 11. 22. 08:49
화로구이, 이름만 들어도 설렙니다. 뻘건 불 위에 철판을 올려 놓고 그 위에 고기를 한 점 두 점 얹습니다. 잘 달궈진 철판에 닿은 고기는 자기도 모르게 치이익 맛있는 소리를 내고, 그 앞에 앉아 있는 우리도 덩달아 침을 꿀꺽 삼킵니다. 고기는 금방 익습니다. 한 번 뒤집은 고기에 갈색 자국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고소한 냄새에 젓가락 쥔 손이 초조하게 떨립니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곧이어 고기를 다시 뒤집습니다. 양면이 고르게 익었으니 이제 먹을 때가 되었습니다. 고기를 한 점 입어 어서 입에 가져다 넣습니다. 혀와 만나자 마자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고기들.. 아아... 제가 생각하는 화로구이집의 모습입니다. 아 물론 저는 화로구이집을 가본 적이 없습니다. 화로구이를 떠올릴 때 마다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