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식사일기, 11일차 - 서서히 막바지로 향하는 자가격리 라이프

자가격리도 서서히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답답하고 지루하단 말을 반복하는 것도 이제 슬슬 지겹다. 그러는 동안 코로나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동시에 해외에서는 백신 접종 소식이 들려온다. 나쁜 소식과 좋은 소식이 함께 찾아오니 마냥 비관적인 필요는 없겠다. 어서 마스크없이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하고 싶다. 

 

아침은 8일차에 먹다남은 피자와 10일차에 먹다남은 과카몰리로 때운다. 3일차에 큰 통으로 주문했던 커피도 이제 거의 다 마셨다. 

 

겨우 하루 냉장고에 방치했을 뿐인데, 2주간 집에 방치된 본인만큼이나 과카몰리는 신선함을 잃었다. 

 

슬프지만 사실 큰 상관은 없다. 어차피 피자에 발라먹으면 덜 신선해도 별로 티 안남.

 

어제 먹다남은 토르티야 칩에도 과카몰리를 발라 먹었다. 요렇게 먹을 땐 덜 신선한 티가 좀 난다. 아무렴 배탈은 안 났으니 그만이다.  

 

항상 점심은 미루고미루다가 느즈막히 먹는다. 

 

9일차에 파스타할 때 쓰고 남은 토시살을 굽고, 남은 기름에 버터를 조금 더한 후 레토르트 볶음밥을 짧게 볶아낸 뒤 파슬리, 라임즙 조금 뿌려서 먹었다. 레토르트 식품이라고 마냥 대강 전자렌지에 돌리지 말고, 아주 약간의 터치만 더해주면 꽤나 그럴듯한 결과물을 낼 수 있다.

 

어제 누군가 먹고 남긴 새우타코. 하루 더 냉장고에 놔뒀다간 과카몰레 상태가 완전히 요단강을 건너버릴 것 같아서 내가 먹어치웠다. 그럭저럭 쏘쏘한 맛. 베이스 없는 밴드처럼 무언가 빠진 듯한 맛인데, 알고보면 냉장고 어딘가에 어제 동봉되어 배달 온 살사소스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일 아침이나 점심이나 간식으로 먹을 계란을 좀 삶기로 했다. 원래는 일곱 알을 삶을 생각이었는데,

 

두 알은 넣자마자 깨져버렸다. 아무래도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달걀이라 그런 듯. 

 

깨진 달걀은 즉석에서 스크램블 에그 행. 버터 넣고 약불로 천천히 저어가며 조리하면 호텔 조식 부럽지 않은 스크램블 에그를 맛볼 수 있다.

 

살아남은 다섯 알 중 한 알은 바로 아빠 드리고 남은 네 알은 천천히 식혀 둔다. 내일 먹어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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