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식사일기, 13일차 - 격리 해제 전 검사
- 시리즈물/자가격리 식사일기
- 2020. 12. 11. 22:35
아침 일찍 보건소에 갔다. 자가 격리 해제 전에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잠복기가 14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도 왕왕 있기 때문이란다. 독감의 잠복기가 일반적으로 최대 3일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코로나는 참 끈질긴 병균인 셈이다. 그래서 이 난리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2주 전 자가격리 첫 날에도 아침 일찍 보건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주말 아침이었음에도 30분만에 검사를 받을 수 있었는데, 오늘은 두 시간이 걸렸다. 코로나 확산세가 매서워지는 것이 체감된다. 한동안 다시는 보건소에 오고 싶지 않다.
격리 해제 전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경우가 꽤 있는 모양이다. 검색해보니 기사가 몇 개 보인다. 물론 격리 해제자 수가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걸 고려하면 비율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다. 증상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크게 불안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은 있기에 공연히 두렵다. 우리 집에 코로나가 들이닥치기 전이었다면 태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예민할 수 밖에 없다.
검사를 받고 와서는 햄버거를 시켜 먹었다. 버거킹에서 주문했는데 빨대를 안 갖다 줬다.
오랜만에 콰트로치즈와퍼를 먹었다. 평상시엔 비싸서 못 먹으니 이럴 때 먹어줘야 하는 것이다.
너겟도 먹었다. 가족과 나누려고 10조각을 시켰는데, 아무도 안 먹는대서 혼자 다 먹었다. 안 그래도 큰 와퍼에 너겟까지 열 조각 먹으니 배가 배가 부르다. 무슨 폭식증 환자처럼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허기가 있어서 꾸역꾸역 먹은 것은 아니고, 그냥 먹으니까 계속 들어가길래 음식물 안 남기려고 다 먹었다. 자가격리 동안은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할 수 없기 때문. 지금이 겨울이라 다행이다 안 그랬음 냄새 못 견뎠을듯.
햄버거를 먹고선 딱히 할 것도 없고 의욕도 없어서 여유롭게 낮잠을 잤다. 일어나니 목이 타서 콜라 한 캔 따라 마셨다.
저녁은 보쌈. 웬만한 배달 메뉴는 거의 다 먹었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보쌈과 족발을 안 먹었다.
맥주 한잔과 보쌈 따로 덜어서 방에서 혼자 격리되어 먹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2주간 극한의 혼밥맨이었던 셈이다.
족발은 종종 시켜먹어도 배달보쌈은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근데 담에 보쌈 땡기면 걍 집에서 삶아 먹는게 낫겠다. 넘모 비싼 것..
밥을 퍼온 것은 결코 배가 고파서가 아니고 본능이었다. 고기에 김치와 쟁반국수만 얹어서 먹다보니 탄수화물이 강렬하게 땡겼던 것. 이 역시 인체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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