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식사일기, 8일차 - 반환점을 돌았다
- 시리즈물/자가격리 식사일기
- 2020. 12. 6. 22:25
반환점을 돌았다. 지금껏 해온 격리생활을 한번만 더 되풀이하면 격리 해제다. 그런데 요즘 바깥 상황을 보아하니 격리가 끝나도 딱히 다른 삶을 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연말까지 2.5단계 시행이다. 어지간하면 집 밖에 나오지 말란 이야기다. 그러니 격리 해제가 손 꼽아 기다려지지도 않는다. 기다릴만 한 것은 코로나 종식 뿐이다. 그러나 자가 격리와 달리 코로나 종식은 그 마무리가 정해져 있지 않다.
언젠가 코로나도 끝나리라 믿는다. 비록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안개 낀 길이지만, 헤드라이트 키고 눈 앞에 보이는 길만이라도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언젠간 도달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늘은 지나치게 늦게 일어났다. 점심으로 피자를 시켜 먹자는 아빠의 제안이 모닝콜이었다.
잠도 덜 깬 채 주문했던 피자는 피자헛의 얼티밋 치즈 포켓. 가격은 꽤 비싸나 치즈도 푸짐하고 양도 꽤 괜찮은 편. 10조각으로 커팅되어있다.
원래는 치즈킹을 주로 먹는데, 지난 주 토요일에도 먹었던 지라 이번엔 새로운 메뉴를 시도했다. 참고로 토요일은 이 모든 사단이 시작됐던 날. 생각보다 금세 1주일이 지나갔다.
사이드로 치킨 팝콘도 시켰다. 난 이상하게 이런 한 입 스낵들이 좋더라.
자가격리 중이니 만큼 각자 접시에 덜어 각자 방에서 따로 먹는다. 세 조각만 들고 왔다. 피자 맛은 썩 괜찮다. 치즈 포켓에도 치즈가 가득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데 뜬금없는 꿀의 단맛이 다소 거슬린다. 반은 스테이크, 반은 새우 피자인데 개인적으로는 스테이크 쪽 피자가 훨씬 좋았다. 새우피자엔 파인애플이 들었더라고..
피자를 먹으니만큼 모닝 커피보단 모닝 콜라를 선택했다. 얼음 넣어먹는 아침 콜라가 정말 금 콜라다. 잠도 깨워주고 기분도 좋아지고 우주 최고의 각성 음료.
피자를 먹고 나서 군것질거리가 없나 뒤적여 봤는데 없었다. 사흘 전인가 주문했던 과자를 벌써 다 먹은 것. 우리 집이 원래 과자 많이 먹는 집은 아닌데.. 자가격리 하다보니 다들 입이 심심했던 모양. B마트에서 다시 왕창 주문했다.
물론 이번에도 주문자는 나였기에 철저히 내 입맛에 맞춘 과자 선정.
이 쬐깐한 오트밀 과자 참 맛있다.
오늘은 배달음식을 중점적으로 먹는 날. 뭐 그렇게 정했던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제육볶음 2인분을 주문했다. 목적은 제육볶음 그 자체였다기보다는 술 배달에 있었다.
역시나 격리스타일로 접시에 배식해서 방으로 들고왔다. 분명 '순한맛'을 시킨 것 같은데 한 젓가락 먹고 입안이 불바다가 됐다. 맵찔이에게는 다소 가혹했던 매운맛. 갑자기 열이 훅 올랐다.
매운 양념을 가라 앉히는데에는 탄산 강한 한국 맥주만한 것이 없다. 시원하게 발칵발칵 목구멍으로 넘기니 조금 살만해졌다.
그러나 맥주를 다 마시기에는 제육 양이 모자랐고, 대신 과자를 안주 삼아 한 봉지 열었다. 도데카이라는 이름으로도 판매되던 과자다. 옛날에 올리브영 알바하던 시절, 식대 대신 간식비를 3,000원 씩 주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과자를 사먹을 수 있게 했는데 나는 주로 이 과자를 고르곤 했다. 짭짤하고 바삭바삭해서 중독적이고 은근히 든든하기 까지해서 알바용 긴급 연료로 먹기에 나쁘지 않았다.
과자는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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