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식사일기, 5일차 - 빈둥빈둥 자가격리 라이프

자가격리에 들어가면 집에서 딱히 할게 없을 줄 알았으나 막상 해보니 알아서 할 거리가 생긴다. 일단 늦잠부터 자고, 집안일도 좀 하고 드라마도 보다 보면 어느새 벌써 잘 시간이 되어버리는 것. 그렇게 이것저것하다보니 오늘도 순식간에 날이 저물었다. 

 

느즈막히 일어나서는 빵식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커피까지 한 잔 곁들이니 이거 완전 자가격리 생활이 아니라 파리지앵 라이프.

 

아우어베이커리의 고메버터 프레츨. 전날 동행자가 사다준 것이다. 풍미까지 좋은 버터는 입안 체온으로도 사르르 녹는다. 자극적이지 않으니 아침 메뉴로 더할 나위 없다. 

 

느즈막한 아침을 먹었더니 점심이 애매하다. 군것질이나 조금해서 대강 때우기로 맘 먹고 편의점 배달을 주문했다. 배달의 민족 B마트는 처음 써보는 것인데 꽤나 편리하다. 무엇보다 지금은 배달팁이 무료여서 개꿀.

 

내 취향으로 고른 과자들. 가족 중 배달 주문은 내가 담당하고 있기에 과자 선택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편의점 배달의 주 목적은 바로 코카콜라에 있었다. 원래는 쿠팡으로 주문하려 했으나, 거기는 기본단위가 30캔이었기 때문. 그정도는 필요없어서 5캔만 간단하게 배달시켰다. 

 

종이컵에 얼음 넣고 250ml를 깔끔하게 때려붓는다. 회사 다닐땐 아침마다 이렇게 콜라를 한 잔 씩 마시곤 했다. 차가운 콜라를 식도에 들이붓고나면 잠이 싹 달아나고 뇌에 혈기가 돈다. 그러고보니 퇴사 안 했으면 회사도 지금쯤 참 난리였을 뻔 했겠다. 제가 미리 퇴사해서 운 좋은 줄 아쉬길... 

 

콜라 안주로는 쫄병스낵을 먹었다. 즐겨 먹는 과자는 아닌데 왠지 오늘은 괜히 먹고 싶었다. 

 

저녁은 돈까스로 정했다. 에어프라이어에 15분간 돌리면 된다. 그동안 나는 빨래를 널었다. 15분이면 충분히 다 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격리 기간 동안 첫 빨래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에어프라이어가 다 돌고 나서도 한참을 더 널어야 했다. 

 

트러플 소금을 조금 뿌린 돈까스와 어제 먹다 남은 아지타마고를 밥 위에 올려서 가져왔다. 그럴듯한 덮밥 모양새를 내보고 싶었던 것인데 그러기엔 그릇이 너무 작았다.

 

게다가 먹기도 불편해서 결국엔 돈까스고 달걀이고 다 으깨서 멍멍이밥처럼 만들어서 먹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생각보다 양이 많아 8시에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12시 십분 전인 지금까지 배가 부르다는 이야기 되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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