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 식사일기, 7일차 - 일주일이 지났지만 변한 건 아무것도

일일 확진자 수가 며칠째 5~6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신천지 사태 이후 최대 위기가 틀림 없다. 만 명, 십만 명 단위로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국가들을 생각하면 최악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언제 사태가 급변할지 알 수 없고 상황을 타개할 뚜렷한 방도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다.

엄마가 확진판정을 받은지 오늘로 일주일째다. 외출도 없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서 7일을 지냈다. 나도 모르게 바깥 세상에 관심이 뜸해진다. 집 안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문을 굳게 닫고 영화나 책만 한참보다 보면 벌써 코로나가 다 끝난 것만 같다.

그러나 여전히 안방엔 엄마가 없다. 비록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는 실존하는 위협이고,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힘을 내야한다. 진부한 이야기겠지만 별 수 없다. 어쨌든 헤쳐나가야 한다.

 

오늘도 늦잠을 잤다. 매일같이 늦게 잠들다보니 별 수가 없다. 딱히 할 일이 없으니 아침 일찍 억지로 일어났다가도 금세 다시 잠든다. 

혹여나 아점으로 마시는 커피가 문젠가 싶어서 오늘은 콜라를 대신 따랐다. 식사는 어제 먹다남은 치킨을 에어프라이어에 150도로 5분 정도 돌려 준비했다. 확실히 치킨엔 커피보단 콜라지

 

어제 먹다 남은 쌀로별을 디저트로 먹었다. 

 

아침식사가 생각보다 부실했는지 금방 배가 고파온다. 하는 일도 거의 없는데 이렇게 배가 자주 고플 수 있단 것이 신기하긴 하다. 

식빵 두 쪽 토스트기에 데워서 간식으로 먹을 작정.

 

빵만 먹을 수 없으니 땅콩버터와 버터도 조금 챙겼다. 땅콩버터는 한 달 전쯤 사둔 것인데 오늘에야 뚜껑을 땄다. 마치 오늘을 위해 사놓은 것만치 여태 손도 대지 않고 있었던 것..

 

원래 땅콩버터는 딸기잼과 함께 발라 먹으면 더 맛있다. 미국친구들은 PB&J라고 부르기도 하는 조합. 고소하고 진득한 땅콩버터와 촉촉하고 달달한 딸기잼의 조합이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잘 어울린다. 강추메뉴.

 

일단 식빵을 먹고나니 허기가 좀 더 찾아온다. "아니 오늘 한 것도 없는데 또 배고프다고?" 싶었으나 인체는 신비로운 것. 군말말고 위장이 하라는 대로 짜파게티를 끓였다. 기왕 가스렌지에 불 올린 김에 목살도 좀 구워 올렸다. 

스텐팬으로 목살을 구운 후 물을 부어 팬 바닥에 붙은 육즙을 디글레이즈 시키고 그 위로 익힌 짜파게티면과 마늘을 올려 짧게 볶아냈다. 

 

목살은 처음엔 몰랐으나 굽다보니 두장이란 걸 알게되었고, 그 결과 좀 덜익었는데 귀찮아서 그냥 먹음

목살과 노른자를 올려서 대강 석석 섞어먹는다. 집에 남는 돼지고기 있으면 종종 이렇게 해먹어야겠다. 풍미의 수준이 다르다.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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