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코참숯구이, 왕십리 - 제대로 구운 목살

불판 위에 구워먹는 돼지고기로 목살보다는 삼겹살을 선호합니다. 목살은 상대적으로 지방이 적고 근섬유의 직경이 커서 잘못 구우면 쉽게 퍽퍽해지기 때문입니다. 목살의 지방은 근섬유 사이에 스며 들어있는 것이 아닌 근섬유의 경계를 가르며 위치해 있기에, 마블링 처럼 단백질(살코기) 사이에서 녹으며 고기를 촉촉하게 하는 효과를 내기가 어렵습니다. 반면에 삼겹살은 고기의 절반이 비계인데다가, 사실 살코기 부분에도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에 오래 익혀도 쉽게 퍽퍽해지지 않습니다. 굽는 사람이 타이밍을 놓쳐도 삼겹살은 여전히 맛있을 가능성이 높은 고기입니다.

그럼에도 목살이 삼겹살보다 더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은 두툼한 근섬유의 쫀득한 식감과 거기서 나오는 돼지고기 그 자체의 맛에 있겠습니다. 물론 퍽퍽하지 않게 제대로 목살을 구워냈을 때의 이야기겠지만요. 오늘 제가 방문한 식당은 '땅코참숯구이'입니다. 목살을 제대로 구워내 목살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왕십리역에서 한양대 쪽 방면 반대로 나와서 조금 걸으면 됩니다. 말로는 설명이 쉽지 않으니 지도 어플을 통해 그림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습니다. 술집들이 모여있는 골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추웠음

함께 하기로한 친구들이 늦어서 혼자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심심해서 찍은 사진입니다. 내부는 대충 이렇게 생겼다 그런 느낌으로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저녁시간을 한참 지난 10시 쯤이어서 사람이 많이 없는 상태. 

 

돼지치고 가격이 만만치는 않습니다. 자주 먹을 수는 없고 연례 행사로 한 번씩 다녀오는 것이 지갑건강에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때 방문은 2019년의 두번째 방문으로 2020년에는 방문하지 못할 예정입니다.

 

불판 엄청 강력하게 생김

일단 목살 3인분을 주문하고 기다리면 직원분들이 와서 숯불도 놔주시고 반찬도 갖다주시고 고기도 구워주십니다. 

 

밑반찬이 쭉 깔립니다. 저는 원래 밥먹으러와서 밑반찬에 관심을 잘 갖지 않는 타입이지만 이 곳의 밑반찬들은 꽤 괜찮은 편입니다. 고기와 함께 했을때 매력이 배가 되는 반찬들입니다.

 

명이나물과 깻잎도 기본으로 깔립니다.

 

목살 (3인분, 51,000원)

목살은 상당히 두툼하고 묵직합니다. 이곳 직원분들은 하나 같이 굽기의 달인들이니 믿고 집도를 맡기시면 됩니다. 최근 신사동 꿉당을 오픈한 유우명 블로거 레드피쉬님도 이곳 직원 출신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면 고기 굽기 하나는 장인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을 가지고 조금 기다리면 이렇게 아름답게 구워진 고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직 고기가 구워지려면 조금 남았으니 사이드로 나온 비지찌개도 맛을 봅니다.

 

기대안하고 대강 떴는데 고기가 들어있어 행복했음

비지찌개는 그다지 맵지 않고 푸근하게 잘 끓여냈습니다. 고기와 밥으로 입이 퍽퍽할때 한 숟갈 씩 떠 먹기 딱 좋을 듯 합니다. 

 

두툼하게 잘라 구운 목살이 다 구워졌습니다. 다 구워지면 굽기 전문가인 직원분들이 알아서 불판 날개에 올려주시니 부지런하게 집어먹으면 되겠습니다. 참고로 불판에 떨어진 날개에 올라간 고기도 시간이 지날 수록 식어가며 점점 퍽퍽해지니, 목살을 먹을 때는 속도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점 집어서 사진을 촬영합니다. 신성한 블로거의 의식이기에 배가 고파도 참고 찍었습니다. 구구절절한 숭고함이 들어간 한 컷입니다.

고기는 두껍지만 질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부드럽게 씹혀나가는 것은 아니고 어느정도의 질겅임은 존재하는데 그 과정에서 육즙들이 촉촉하게 뿜어져나오기에 저작활동이 즐겁습니다. 삼겹살에서는 지방의 맛이 고기 전체를 지배하기에 눈치채기 힘든 돼지 특유의 고소한 감칠맛들이 씹히는 단백질들에서 흘러나옵니다. 기름기가 적은 목살을 제대로 구웠기에 느낄 수 있는 맛입니다. 저 같은 굽기 초보자가 같은 고기를 구웠더라면 퍽퍽하거나 너무 덜 익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요.

 

찍어 먹을 수 있는 것들이 이것저것 나옵니다. 갈치속젓도 있고 쌈장도 있고 여러가지가 있기에 골라먹을 수 있는 베스킨라빈스와 같은 재미가 있습니다.

 

소금도 무슨 특별하게 직접 만든 소금이라고 하는데, 그 사실을 다 먹고 난 후에야 알아서 먹는 도중에는 그냥 특이하게 생긴 소금인 줄만 알았습니다. 사실 다른 반찬들이 맛있어서 생각보다 소금을 별로 안찍어먹은듯.

 

양파 절임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베이스야 간장 식초를 섞어 여느 고깃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양파절임이지만 땅코의 양파절임은 겨자향이 좀더 알싸해 강렬합니다. 

 

명이나물도 좋습니다. 맛이 꽤 복잡해서 재미있습니다.

어딘가 트러플에서 나는 향도 조금 나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까스향이라고 하는 그 향. 아님 말구...

 

왜 콩나물을 굽나 했더니 알고보니 안에 김치도 들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던 사실.

 

갈매기 (1인분, 17,000원)/ 삼겹살 (1인분, 17,000원)

목살 3인분으로만은 배가 차지 않아 갈매기와 삼겹살을 각각 1인분씩 추가 주문했습니다. 지갑 비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아까와 다른 분이 구워주시는데, 친구 말로는 가장 잘 굽는 직원이라고 합니다. 땅코 직원 중에서도 잘 굽는 직원이라면 분명 돼지 굽기 전문가 중의 전문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기 받아먹는 입장에서는 개꿀입니다.

 

일단 갈매기 살부터 한 점 찍어보았습니다. 꼬들꼬들한 식감이 상당합니다. 양념없이 구워도 맛있는 갈매기 살이 진짜 맛있는 갈매기 살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데, 이에 딱 부합하는 갈매기 살입니다. 고기 맛 자체를 떠나서 식감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물론 고기맛도 괜찮았음. 다만 지금 기억이 안날뿐..

 

삼겹살은 더 두꺼우니 시간이 더 걸리는 듯 합니다. 갈매기살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되겠습니다.

 

삼겹살도 마저 구워졌습니다. 젓가락질이 갑자기 안돼서 그냥 밥위에 놓고 찍었습니다. 삼겹살도 두툼해서 좋습니다. 아무래도 고기는 두꺼워야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잘 구워낼 능력이 있을때의 이야기겠지만요.

 

고기가 끝나고 나면 버섯도 잘라주시는데

 

너무나 촉촉한 맛에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면 고기보다 맛있는 버섯이었습니다. 세상 살면서 이렇게 촉촉하고 부드러운 버섯을 먹어본 적이 언제 있었던가요. 다음에 다시 방문하면 고기 하나 줄이고 버섯을 엄청 추가해야겠습니다.

 

친구가 냉면 시켰길래 한 젓가락 가져왔습니다. 원래 고깃집 냉면은 고기 싸먹을 때가 제일 맛있는 법..

 

뭐 그렇다고 하네요

잘 구워진 고기에 맛 좋은 밑반찬들이 더해지니 질리지 않고 끝까지 즐겁게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두꺼운 목살을 잘 구워내 식감과 육즙에서 한 번 즐겁고 새큼하고 매콤한 맛의 장과 반찬들이 맛있어 두번 즐겁습니다. 가끔 정말 좋은 고기가 땡기는 날이라면 들러봄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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