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풍경, 무교동 - 오징어 불고기, 회, 꼬막찜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 7. 08:53
1차 오목집에서 메뉴 품절로 본의 아니게 이른 시간에 2차를 가게 됩니다. 이 일대를 잘 아는 형이 추천하는 곳으로 다 같이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목적지는 오징어 불고기를 주 메뉴로 하는 '오징어풍경'. 저는 어차피 족발 먹고 배가 어느정도 불렀기에 군말없이 쫄래쫄래 쫓아갔습니다. 오징어 불고기도 먹고 오징어 회도 먹고 꼬막찜도 먹고 다양하게 먹을 예정입니다.

오징어풍경 무교동점은 다행히도 무교동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본점은 선릉에 있다고 하는데 들러본적은 없습니다. 어차피 매장도 두 개 밖에 없으니 본점이나 분점이나 맛 수준은 비슷할 것 같습니다.

메뉴 찍기 편하게 메뉴판이 밖에도 있습니다. 들어가서 굳이 메뉴판 찍으러 잘 나오는 각도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겠습니다. 개꿀

하지만 어림도없지, 안에 들어가보니 계절특선 추가 메뉴 띠용.. 최대한 앉은 자리에서 나오도록 찍어봤으나 잘 안나와서 그냥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메뉴를 찍을만한 블로거적 열정이 아직 부족한 탓입니다.

기본적으로 상은 이렇게 준비됩니다. 콩나물 국이 있어서 메뉴가 나오기전부터 술 한 잔하기에 좋겠습니다.

일단은 불고기세트 (소)를 주문했습니다. 사람이 6명이라 소 짜리를 두 개 시키고 천천히 추가 주문하기로 했습니다.
불고기 세트를 주문하면 테이블의 부르스타에서는 손님들이 불고기를 조리하고 식당 주방에서는 직원들이 오징어를 조리해 나중에 하나로 합치는 방식입니다. 손님과 직원이 함께 노력해야만 잘 조리된 오징어불고기를 만날 수 있겠습니다. 일종의 주객합작으로 이뤄어지는 요리입니다. 나름의 신개념 다이닝 익스피리언스이지 않나 싶습니다.

누군가 불고기를 굽는 사이 저는 할 게 없어서 콩나물 국을 찍었습니다. 콩나물 국 맛입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불고기가 모두 조리되었습니다. 아직 오징어는 나오지 않았지만 불고기만 봐도 맛있을 것같은 느낌. 기대감이 점점 증폭되고 빨리 오징어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 오징어.. 애꿎게 다 익은 불고기만 계속 뒤적입니다.

불고기가 차갑게 식어갈 동안 오징어가 나오지 않아, 직원분들께 몇번을 문의한 결과 드디어 오징어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이 오징어 불고기는 손님과 직원 간의 합작으로 완성되는 요리라고 했는데, 이 날의 요리 과정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통 합작 과정은 매끄럽지 않은 것이 정상입니다. 이것은 정치면 기사를 읽으며 배운 지혜입니다.

어쨌건 오징어/불고기의 합작은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성공에 이르렀고 옆에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도 섞어주기로 합니다.

대강 이렇게 한 수저에 불고기 콩나물 오징어를 동시에 넣고 먹으니 밥을 부르는 맛입니다.
불고기의 간장 베이스 짭잘한 양념맛과 고기의 감칠맛에 오징어의 매콤하면서도 살짝 불맛나게 볶아진 양념이 더해졌습니다. 오징어 그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칠맛과 고기의 감칠맛이 만나 상승 기작을 이루어냅니다. 배가 부른데도 탄수화물이 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밥을 한공기 시켰습니다. 아까 족발을 먹고 왔으니 양심이 있으면 한 공기를 다 먹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친구와 절반을 공유했습니다. 그리고 빈 절반의 공간을 오징어 불고기로 채워버림

밥시키니까 이런저런 밑반찬도 주십니다. 밥 시키기 전에는 옆 테이블에 있는 묵이 먹고 싶었는데, 막상 밥을 시키고 나니 안 먹었습니다. 사람 변덕이라는게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이제 대략적으로 다들 배도 채웠으니 안주의 시간이 왔습니다. 우선 주문한 것은 꼬막찜입니다.

별 기대 없었으나 양도 많고 맛도 괜찮습니다.

씨알이 꽤 커서 입에서 씹히는 맛이 좋습니다. 간도 간간하게 잘 되어 있어 입 안에서 쭉쭉 퍼지는 육즙이 매력적입니다. 원래 조개류 삶은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이 꼬막찜은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또 제가 조개 먹을때 해감 운이 상당히 나빠서, 남들은 안 씹는 모래를 자주 씹는 편인데 이 날은 모조리 피해갔다는 것 역시 만족스러운 포인트. 남들도 안 씹은 것을 보니 그냥 이 꼬막들 해감이 깔끔하게 잘 되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 안주는 오징어회입니다. 가늘게 착착 썰어내는 보통의 오징어회와 다르게 이곳에서는 오징어를 넓적하게 썰어서 내줍니다.

가늘게 썰어낸 것보다 오징어 그 자체의 감칠맛과 단맛을 느끼기에 적절한 회뜨기 방식인 듯 합니다. 크기 자체가 크다보니 입에서 오래 씹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담백한 감칠맛이 입안에 계속 퍼집니다. 단점으로는 목구멍으로 금새 넘기기가 힘드니 한 두 점 먹다가 금방 물릴 수 있다는 점. 그래도 술 안주로는 딱 이었습니다.

오징어 지느러미인가요.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아직 오징어에 조예가 그렇게 깊지 못해 확신은 못하겠습니다. 넓적한 살만 먹다가 이렇게 하나씩 가늘게 썰린 친구들을 먹으면, 약간의 완급조절이 가능합니다.
술 한잔 하면서 식사하기에 괜찮은 곳이었습니다. 가게 자체도 넓고 모임하기에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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