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면옥, 주문진 - 발군의 수육과 막국수

주문진과 강릉으로 간단하게 1박 2일 여행을 떠났습니다. 원래 목표는 고등어회였으나, 하필 고등어가 시장에 안 들어온 날이어서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고 다른 강원도 음식들이나 먹고 사진도 찍고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KTX가 뚫려서 강릉과 서울은 정말 가까워졌더라구요. 기차 값만 누가 내준다면 매주라도 올 수 있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여행의 첫끼는 막국수였습니다. 주문진에 위치한 '대동면옥'을 찾았습니다.

 

주문진 시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강원도에 왔으니 막국수 한 그릇 먹어줘야겠지요. 원래 평양 냉면을 좋아하는 저로서 메밀면을 이용한 국수 요리를 놓치고 갈 수 없었습니다.

 

색바랜 간판이 이 가게의 오랜 전통을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막국수 매니아 사이에서도 나름 인정을 받는다는 식당입니다. 

 

실내는 대강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래는 가게 전체가 철푸덕 좌식이었던 것 같은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제는 가게 절반에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철푸덕 좌석에는 오직 한 팀만이 식사를 하고 있었고 테이블 좌석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습니다. 한 십년쯤 더 지나고 나면 한국에서 철푸덕 좌석을 보는 일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메뉴입니다. 첫 방문이니 유명한 메뉴 위주로 먹어줘야겠지요. 수육과 물막국수, 비빔막국수를 주문할 예정입니다. 옆에 보니 만둣국과 육개장도 판매하고 있네요.

 

수육 중 짜리에 면을 두개 먹으면 너무 배부르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 고민을 해결해줄 메뉴가 있었습니다. 주저없이 2인 커플세트를 시켰습니다. 저의 여행 철학 중 하나는 한 식당에서 배 터지게 먹기보다는 조금 아쉬울 정도로만 먹고 다양한 식당을 들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군데에서 배가 너무 부르면 다른 음식 경험을 할 수 있는 폭이 좁아지니까요. 그리고 배부르면 졸려서 구경다니기도 귀찮아짐.

 

식당에서 물과 종이컵은 제공해주지만 하늘보리는 제공해주지 않음을 유의할 것

물론 제가 찍기는 했지만 도대체 이런 걸 왜 찍어 오는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사진을 통해 물과 종이컵이 제공되고 식탁도 깨끗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하네요
수육 (소, 30,000원 짜리 2인 커플세트에 포함)

면이 나오기전에 한 상 깔리면서 수육이 먼저 도착했습니다.

 

모범생

수육 때깔이 참 곱습니다. 잡티하나 없이 깨끗하게 삶아냈습니다. 맛도 상당히 깔끔합니다. 잡내 없고 식감도 부드럽고 우리가 아는 그 수육 맛입니다. 어디 하나 모난 데 없고 기본에 충실한 수육 계의 모범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모범생 수육을 빛내주는 것은 바로 가자미 회 무침입니다. 식해인 줄 알았는데 가게 안내문에 회무침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에 가자미 회무침입니다. 이 회무침은 가히 올해의 회무침이라고 할만합니다. 양념이 살짝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데, 그게 생선의 감칠맛과 만나면서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맛을 냅니다. 혀 감각을 팍 찌르는 회무침의 진가는 빈 캔버스와도 같은 수육을 만나면서 제대로 드러납니다. 수육의 지방맛과 살코기의 담백한 감칠맛이 가자미 회무침의 뾰족한 모서리를 부드럽게 품어주면서 온전한 조화를 이룹니다. 수육이 너무 모범생 같아 재미 없었다면 양아치 같은 맛의 가자미 회무침이 흥미를 다시 돋궈준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양아치

이 가자미 회무침을 2020년 올해의 회무침으로 선정하는 바입니다. 사실 먹은 때는 2019년인데 어쨌든 올해의 회무침입니다. 물론 추후 심사위원의 심경변화에 따라 수상결과는 변경될 수도 있습니다.

 

쌈장과 새우젓이랑도 먹어보고 백김치랑도 먹어보았으나, 가자미 회무침이 짱이었습니다. 

 

물막국수 (30,000원 짜리 2인 커플세트에 포함)

수육을 먹고 있으니 면이 등장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더 진한 색의 육수 비주얼입니다. 참깨가루와 김들이 수북히 뿌려져서 나왔습니다.

 

사진을 찍었으니 면을 삭삭 풀어주고 다시 사진을 한번 더 찍은 후 국물을 살짝 떠서 맛봤습니다. 들큰하다는 단어가 딱 어울리는 맛입니다. 단맛과 짠맛이 강렬하게 육수를 지배합니다. 짠맛보다는 단맛에 조금 더 방점이 찍혀있으나 그렇다고 너무 달달하지는 않습니다. 절제된 단맛이 전체적인 막국수의 인상을 형상하는 가운데 깊고 진한 맛이 뒤이어 찾아옵니다. 사실 저는 단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첫 입을 뜨고는 살짝 실망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육수에 손이 가게되는데, 그 비결은 단맛 뒤에 찾아오는 그 중독적인 진한 감칠맛때문입니다.

면은 메밀면치고는 꽤 쫄깃한 편입니다. 단단한 두께감이 있어 함흥냉면 마냥 질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평양냉면(정인면옥이나 능라도 같은) 면 만치 툭툭 끊기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먹다보면 메밀향이 코밑으로 설설 올라와 메밀면을 먹는 즐거움은 살아있습니다. 근데 겨울이라 그런지 먹다보니 추웠습니다.

 

아까 남은 수육과도 함께 먹어봤습니다. 수육은 가자미 회무침과 함께 할때 가장 빛납니다.

 

회비빔막국수 (30,000원 짜리 2인 커플세트에 포함)

이것은 동행자가 먹은 회비빔막국수입니다.

 

육수양을 줄여 비벼 놓은 물 막국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에는 가자미 회무침이 조금 들어갔고 매콤한 양념이 주된 맛을 담당합니다. 그래도 그다지 맵지 않아 먹기 좋습니다. 

 

고기도 기본으로 한 장 들어가있고 배도 들어가 있고 이것저것 물막국수보다 들은 것이 많습니다. 천원 비싼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먹다가 뻑뻑하면 육수를 좀 넣어 비벼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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