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방, 다동 - 참새구이와 메추리구이
- 비정기 간행물/고메 투어
- 2020. 1. 8. 08:31
서울 시내에 참새 구이 파는 집이 있다는 사실 아셨나요? 들어는 보았으나 을지로 한복판에 위치한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우연히 가다 '도리방'을 마주치고는 "어? 저기 참새파는데라고 어디 블로그에서 본 것 같은데" 하며, 호기심에 들러 보았습니다. 참새 구이 뿐만 아니라 쉽게 보기 힘든 메추리도 팔고 있더라구요. 경험 한 번 해보는 셈 치고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군참새 전문이라고 애당초에 대문짝만하게 적혀져 있네요. 술은 정종을 전문으로 한다는 듯.
참새뿐만 아니라 다른 꼬치류들도 파는 것 같습니다. 기타 다른 술집에서도 만만하게 만나볼 수 있는 메뉴들도 많구요.
잠깐 가게 내부를 정리하는 동안 저는 바깥에서 사진을 찍었습니다. 전시되어 있는 꼬치들의 상태는 하나같이 정상적이고 특이할 것 없네요.
메뉴는 뭐 이렇게 있습니다. 특이사항으로는 참새구이는 싯가라는 점. 참새 공급이 그리 안정적이지는 않나봅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한 접시에 15,000원이었습니다.
우선은 맥주를 주문했습니다. 알고보니 여기 다른 손님들은 모두 따듯하게 데운 정종을 드시던데, 저희는 이미 맥주를 시켜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래서 관찰력을 키워야하는 것입니다.
군참새가 등장했습니다. 강렬한 비주얼. 한 꼬치에 두 마리 씩 해서 총 네 마리가 써빙됩니다.
쬐깐한 참새를 구운 거니까 하긴 뭘 기대했던 것일까요. 다른 손질없이 통째로 꼬치에 꽂아져서 나옵니다.
뼈째로 씹어먹으면 됩니다. 바짝 구워져서 씹으면 잘 씹힙니다. 간은 아주 짭짤하게 되어있습니다. 맥주안주로 딱 괜찮습니다. 뼈째 씹히다보니 뼈에서 오는 고소한 맛도 있고 식감자체도 나쁘지 않구요. 고기 자체에서 나오는 기름기와 짠 맛이 합쳐져 혀에 눅진하게 퍼지는 참새의 맛은 상당히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마인드에 달렸겠지요. 누구는 별 생각없이 으적으적 잘 씹어 먹는 한편, 누군가는 참새를 씹으며 참새의 고통을 생각하느라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상상력이 너무 좋은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 통구이기에 하필이면 대가리까지 먹게 되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묘사는 사람에 따라서는 혐오스러울 수도 있으니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식사할 때 만큼은 상상력을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새 쇼크가 한 바탕 테이블을 헤집어 놓고 간 후, 다시 용감하게 주문한 메뉴는 메추리입니다. 다행히도 메추리는 크기가 좀 있어서 그런지 치킨처럼 부위가 분해되어서 나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게 더 잔인한게 아닌가 싶습니다. 메추리를 토막내서 나왔으니까요. 사실 이런 식으로 따지기 시작하면 육식이라는 것 자체가 얼마나 잔인한지까지에 생각이 이르게 되는데, 그러고 나면 결국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식이라는 것은 원래 그런 것 아닐까요.
아무튼 메추리는 독특하게 맛있습니다. 오리와 닭을 섞어논 맛이랄까요. 살들이 단단하고 쫄깃합니다. '도리방'에서는 메추리에 양념을 발라 구워서 내주는데요, 간장 베이스인 것 같은데 거기에 마지막으로 매운맛이 살짝 첨가되어있습니다. 메추리는 참새와 다르게 호불호가 덜 갈릴 것 같습니다. 다리뼈 처럼 아주 굵은 뼈를 제외하면 메추리도 뼈째 먹을 만 합니다. 오히려 뼈를 씹으며 나오는 고소한 맛에 뼈째 먹는 것이 좀더 나은 것 같기도 합니다.
흔히 먹을 수 없는 참새와 메추리를 클리어하고 나서는 남은 맥주를 마저 처리하기 위해 무난한 모듬 꼬치를 하나 시켰습니다. 간장 소스(타래)를 찐뜩하게 바른 채 나옵니다.
닭똥집과 염통 같은 나름 비교적 특수부위도 나오는데 뭐 이미 참새와 메추리를 먹었으니 감흥이 없습니다. 물론 평소에도 흔히 먹을 수 있는 부위들이기도 하니까요. 반면에 이곳 은행이 참 괜찮습니다. 별 기대없이 먹었는데 상당히 쫄깃한 맛에 깜짝 놀라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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