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끼니 때우기] 캠벨 캔스프와 트윙키스로 점심 때우기

며칠 동안 LA에 비가 쏟아져 내렸습니다. 건조한 기후의 LA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현지인들도 어리둥절하는 가운데, 연중 내내 날씨가 따듯하다는 블로그만 믿고 멋도 모르고 여름옷만 잔뜩 챙겨온 외노자 신분의 저는 강추위에 덜덜 떨어야만 했습니다. 제 방은 싼 방인지라 창문이 끝까지 닫히지 않아 더 추웠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덜덜 떨다보니 어느 순간 부터 몸이 으슬으슬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하게 따듯한 국물이 생각나는 가운데, 아주 예전에 사두었던 캔 스프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점심으로는 캠벨 사의 청키 캔수프를 먹을 것입니다. 맛은 스테이크 앤 포테이토로 골랐습니다. 가장 무난할거 같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캠벨은 앤디 워홀로 유명한 그 캠벨이 맞습니다. 저는 그냥 팝아트인줄만 알았는데 실제로 존재하는 회사였습니다. 마트에서 보고 깜짝 놀란 뒤 미안한 마음에 사와봤던 것입니다.

이거 맞음

찾아보니 1869년에 설립된 아주 유서가 깊은 회사였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캠벨은 세계 각국으로 수프를 수출하는 다국적 기업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한국 코스트코에도 캔수프를 팔고 있습니다. 가격은 6캔에 만팔천원 정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 캔에 2불 안되게 주었던거 같습니다. 역시 태평양을 건너오는 배송비는 무시할게 못되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로또 맞으면 커다란 배를 사서 무역사업을 시작할 생각입니다.

알고보니 2인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면 캠벨은 표기를 1인분이라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재활용도 가능한 친환경 캔 수프였습니다. 

식빵도 한 쪽 구워주었습니다. 수프에는 빵을 먹는 것이 상식입니다.

캔을 깐 모습입니다. 내용물이 두둑히 들어있습니다.

유사시에는 흉기나 호신무기로도 사용가능할 것 같습니다. 집에 하나 씩 구비해 두어야 겠습니다.

전자레인지 용기에 옮겨 담은 모습입니다. 어딘가 모르게 청국장을 닮았습니다.

참고로 하얀 큐브 조각들은 두부가 아니라 감자입니다. 캔 수프에 스테이크 앤 포테이토라고 적혀있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데워온 모습입니다. 수줍음이 많은 건더기들이 밑으로 숨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다 먹은 뒤였습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수프에서 국밥을 느꼈습니다. 일회용 숟가락으로 수프를 떠먹으며 우리 학교 앞 순대국 맛집인 성일순대국 주인 할머니를 떠올렸던 것입니다.

소고기와 감자를 넣고 푹 끓인 진한 국물에 속이 따듯해졌습니다. 저는 수프에 밥을 말아먹는 몰상식한 스밥충은 아니지만 다음에 이 수프를 다시 먹을 때에는 기필코 밥을 말아 먹을 것입니다.

맛있는 국밥을 먹은 날에는 후식을 먹어야 합니다. 후식으로는 트윙키스를 골랐습니다.

트윙키스는 안에 크림이 들어간 스펀지 케잌 과자입니다. 달달한 것이 어릴 적 먹었던 이슬이빵을 떠올리게 합니다. 빵을 사는 목적이 스티커가 아닌 빵 그 자체에 있었던 유일한 포켓몬 빵입니다. 트윙키스를 먹을 때면 그 이슬이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검색해보니 내 기억과는 다르게 생김

게다가 트윙키스는 혜자입니다. 저만한 박스에 트윙키스가 10개나 들어있는데 가격은 불과 $1.99 입니다. 물론 초특가 쎄일 중이기는 했지만 눈이 돌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폭신하고 달달한 맛의 트윙키스는 밥 먹고 나서 간단하게 먹는 후식으로 제격입니다. 담배를 끊은 저에게 식후땡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근데도 배고파서 바나나도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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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캠벨 사의 청키 캔스프 '스테이크 앤 포테이토'는 한끼 식사로 어떤 아쉬움도 없는 완벽한 간편식이었다. 스프의 국물에서는 수 시간 우려낸듯한 진한 고기의 향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 국물이 목구멍을 통해 식도로 내려갈 때는 따스한 온기가 온몸에 펴져 마치 비를 잔뜩 맞고 온 어린 날 어머니가 안아주시던 포근한 품을 떠올리게 한다. 허나 하나 덧붙일 점은, 비록 스프의 건더기가 풍족하기는 하나 수프 양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직접 경건한 마음으로 밥이나 빵을 따로 준비해와 함께 먹는 지혜가 필요하다.

오늘의 총 식비 지출 

캔수프($1.69) + 트윙키스 ($0.2) + 바나나 ($0.21) = $2.1* = 2,381원

*텍스 미포함

지금까지 식비

5,284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