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물/월간 연료충전일지 김야매 2022. 3. 6. 00:03
삶이 유독 지치고 혹독하다 느껴질 때면 더더욱 잘 먹어야 한다. 당장 내 삶을 어찌할 순 없지만 그나마 먹는 건 내 맘대로 고를 수 있으니까, 잘 먹고 버티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 한번쯤은 삶도 메뉴 고르듯 내 맘대로 어찌해볼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아님 말구.. 설날 점심에는 나물비빔밥을 먹는다. 그것이 명절이니까.. 아침 일찍 맥모닝 먹으러 나갔다가 얼음 밟고 넘어져서 턱과 무릎이 다 깨졌던 날의 저녁. 결국 맥모닝은 먹지 못했고 하루종일 집에서 요양하다 오후에 겨우 나가 을지로의 한 와인바에서 와인과 요리를 먹었다. 맛있는 걸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시련이 닥쳐 오더라도 먹어야 산다니까 그날 와인 먹고 삘 꽂혀서 바 '숙희'에 한 잔하러 갔다. 다리는 절뚝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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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19. 12. 1. 01:30
쉼표 없는 글은 읽기 힘들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쉼표가 없으면 읽다 금새 지친다. 적재적소에 '쉼'이 필요하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가는 데에도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쉬면 뒤쳐진다는 불안감.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이 잘못 읽히고 있다. 토끼는 여유부린다고 잠을 자서 거북이에게 진 것이 아니다. 전력질주로 결승전 부근까지 달려왔기에 피곤해서 그만 잠이 든 것이다. 처음부터 쉬엄쉬엄 뛰었으면 토끼가 거북이에게 질 일은 없었다. 쉼에 대한 필요성은 깨달았으니 이제 남은 질문은 '어떻게 쉬느냐'다. Why를 알았으면 How가 궁금한 법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른다. 모두에게 쉼의 의미는 다른 것이 아닐까. 누군 쉴 때 게임을 한다지만 나는 한 시간만 해도 눈이 ..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김야매 2019. 11. 30. 17:42
유행은 무엇일까. 일단 유행이 있으려면 타인이 있어야 한다. 타인이 아니라 타인들이 있어야 하겠다. 타인들이 우르르하는 일에 나도 동조하고 타인들의 일부가 되는 것, 그것이 유행이다. 나도 그 일부가 되러 왔다. 말은 궁금증이지만 또 한켠으로는 타인들에 속하고 싶은 소속 욕은 아니었을까. 전자든 후자든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전혀 없다. 어차피 가격도 저렴하다. 매장에서 먹기보다는 집에서 먹고 싶었다. 치킨은 좀 식겠지만 매장은 너무 추웠다. 내 몸이 식는 것 보다는 치킨이 식는 게 낫다. 집에 와서 유행의 맛을 본다. 생각보다 짭짜름하다. 튀김옷은 바삭한데 모양때문인지 입천장에 자꾸 스크래치를 낸다. 어금니 쪽으로 깊이 밀어넣어 씹는게 좋다. 반쯤 식은 닭기름이 튀김에서 빠져 나온다. 원래 지방은 맛..
시리즈물/'에그 스크램블' 전문가되기 3주 코스 김야매 2018. 5. 13. 19:23
스크램블 에그에는 보통 어떤 재료를 첨가해도 안정적인 맛을 보장한다. 예컨대 수박이나 콜라 같이 '이거는 완전 안 어울리겠다' 싶은 재료가 아닌 이상 대개 괜찮은 것이다. 그말인즉 요리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있어서 어느정도의 안정성이 보장이 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굳은 의지와 용기 없이는 쉽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없는데, 이는 아마 '굳라미 효과'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굳라미'란 굳이 라면에 미역을 넣을 필요가 있나?의 줄임말로서, 굳이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맛있는 라면에 미역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맛 없어질 수도 있는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함의를 갖고 있다. 사실 이것은 '굳라미'라는 단어에 대한 여러 해석 중 하나이지만, 그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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