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윙, 맥도날드 - 쉼표와 토끼의 교훈
-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 2019. 12. 1. 01:30
쉼표 없는 글은 읽기 힘들다. 아무리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어도 쉼표가 없으면 읽다 금새 지친다. 적재적소에 '쉼'이 필요하다. 글쓰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살아가는 데에도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 잠시라도 쉬면 뒤쳐진다는 불안감.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이 잘못 읽히고 있다. 토끼는 여유부린다고 잠을 자서 거북이에게 진 것이 아니다. 전력질주로 결승전 부근까지 달려왔기에 피곤해서 그만 잠이 든 것이다. 처음부터 쉬엄쉬엄 뛰었으면 토끼가 거북이에게 질 일은 없었다.
쉼에 대한 필요성은 깨달았으니 이제 남은 질문은 '어떻게 쉬느냐'다. Why를 알았으면 How가 궁금한 법이다. 글쎄, 나도 잘 모른다. 모두에게 쉼의 의미는 다른 것이 아닐까. 누군 쉴 때 게임을 한다지만 나는 한 시간만 해도 눈이 피곤하고 스트레스로 피로가 가중된다. 누군 쉴 때 사람을 만나 수다를 떤다는데 나는 사람 만나고 나면 진이 빠진다.
그럼 나는 뭘 하고 쉬느냐고? 맥윙에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쉰다. 갓 튀긴 맥윙을 베어 물 때 내 피로는 풀린다. 입안에 튀김옷 바삭거리는 소리가 내 스트레스 바스라지는 소리같다. 뜨거운 육즙이 고기 안에서 흘러나와 목구멍으로 넘어가는데, 그 육즙들이 내 피로를 잡아갈 백혈구같다.
여름에는 아이스 커피를, 겨울에는 뜨거운 커피를 마신다. 평소에는 피로를 억누르려 커피를 마시는데, 맥윙을 먹는 날엔 피로를 풀으려 마신다. 맥도날드 커피는 진하다. 버거킹 커피와는 다르게 쌉싸름한 커피 향이 혀에 부드럽게 전해진다. 창밖을 보며 커피를 홀짝인다. 맥윙들이 피로를 풀어주겠다고 입안에 남기고간 기름기를 커피가 닦아내고 뒤따라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뜨끈한 기운이 위장에 전해진다. 전에 책에서 읽으니 위장의 세포들도 맛을 느낀다는데 덕분에 그들의 피로도 함께 풀릴 것이다.
천천히 맥윙을 마무리한다. 사소하지만 소중한 시간이다. 바삐 달려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잠깐 잠깐의 휴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을 기억하라. 전력 질주하는 자는 언젠가 중요한 순간에서 잠들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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