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맥, 맥도날드 - 애석하게 단종된 메가맥을 기리며
- 비정기 간행물/패스트푸드 기행
- 2020. 1. 26. 14:04
내가 메가맥을 처음 만났던 건, 글쎄, 2016년쯤 이었을 것이다. 판매는 2015년부터였는데 그때는 내가 군인이었으니 이듬해에서야 메가맥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 메가맥은 히든 메뉴였다. 메뉴판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포스기에는 찍혀있는, 맥도날드 직원과 매니아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그 존재가 알려져 있던 그런 버거였다.
메가맥을 처음 먹던 날이 기억난다. 나는 카운터 앞에 서서 수줍게 이야기했다.
"메가맥이라고... 혹시 되나요?"
점원은 옆 직원과 잠시 수근대고는 이렇게 물었다.
"네, 됩니다. 세트 맞으시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뒤이어 점원은 라지 세트를 먹겠냐고 물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카드를 내밀었다.
메가맥을 기다리는 시간은 설렜다. 순서를 기다리며 카운터 너머로 주방을 구경했다. 직원들이 햄버거를 조립하고 있었다. 빅맥을 숱하게 먹어 왔기에 빅맥 조립하는 모습은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빅맥 공장 가운데에서 나는 유별난 버거 하나를 발견했다. 손이 한 번 더 가는 녀석이었다. 직원은 조립대 위 모니터를 낯설게 쳐다보더니 참깨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네 장을 올렸다. 특별한 소스와 양상추도 잊지 않았다. 익숙한 리듬대로 조립했지만 결과물의 두께가 달랐다. 버거는 종이 포장에 둘둘 말려 고동색 트레이 위로 올라왔다.
메가맥 세트를 받아 들고 나는 2층으로 갔다. 익숙하고 불편한 맥도날드 의자에 앉아 종이포장된 햄버거를 바라봤다. 갓 만들어 뜨듯한 기운이 올라왔다. 메가맥과의 첫 만남이었다. 나는 첫날밤 신랑처럼 포장을 조금은 서투르게 하지만 조심스럽게 벗겼다. 속살을 드러낸 메가맥은 따뜻했다.
두툼한 고기 패티로 가득한 메가맥을 베어물었던 그때의 감동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강렬한 고기맛. 입안이 뻑뻑해질 정도로 잔뜩 들어온 메가맥을 우적우적 씹을 때 그 육식적 희열은 다른 어떤 버거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그와의 즐거웠던 추억을 나열하자면 지면이 모자를 지도 모른다. 다만 그의 말년에 보다 자주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맥도날드 앱의 쿠폰 시스템 이후로는 먹는 버거만 먹게 된다. 저렴한 프로모션 때문에 프로모션에 제외된 버거에는 눈이 잘 가지 않는다. 메가맥의 단종에 이러한 이유도 한몫하지 않았을까.
사실 메가맥의 단종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 나는 믿지 않았다. 맥도날드가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재료를 더 준비할 필요도 없이 빅맥에 패티 두 장만 더 끼우면 되는 것인데 어째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아직 나는 이해하지 못하겠다.
어찌됐든 메가맥은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를 종종 추억하며 넋을 기리는 것 뿐이다. 어찌 알겠는가. 숨겨진 메뉴로 조용히 우리 곁을 찾아왔다 단종으로 조용히 세상을 떠났듯, 언젠가 그를 잠시 기억 속에서 뒷 켠으로 밀었을 때쯤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날지. 그 날이 온다면 나는 웃는 낯으로 그를 마주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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